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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가 곧 인간의 본성인가 – 신경과학 결정론의 치명적 유혹 제목: Brainwashed: The Seductive Appeal of Mindless Neuroscience (뇌가 곧 인간의 본성인가 – 신경과학 결정론의 치명적 유혹)지은이: 샐리 사텔 (Sally Satel), 스코트 O. 릴리엔펠드 (Scott O. Lilienfeld)출간일: 2013년 6월4일출판사: 베이식 북스(Basic Books)종이책 분량: 226페이지 “내가 한 짓이 아니에요. 뇌가 그랬어요.” 범죄를 저지른 피고 변호인의 논리다. 피고의 뇌가 그렇게 하도록 강박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벌어진 일일 뿐, 피고 자신의 책임은 아니라는 것. 여기에서 두뇌와 그 두뇌의 임자는 돌연 별개로 분리된다. 말도 안 되는 논리 같지만 정신병을 이유로 감옥에 가는 대신 정신병원 감호 치료를 선고.. 더보기
겨울에 대한 질문...그리고 '사는 기쁨' 한 지인이 '이장욱'이라는 시인을 내게 소개해 주었다. '겨울에 대한 질문'이라는 시다. 겨울에 대한 질문 함부로겨울이야 오겠어?내가 당신을 함부로겨울이라고 부를 수 없듯이어느 날 당신이 눈으로 내리거나얼음이 되거나영영 소식이 끊긴다 해도 함부로겨울이야 오겠어?사육되는 개가 조금씩 주인을 길들이고무수한 별들이 인간의 운명을 감상하고가로등이 점점이 우리의 행로를 결정한다 해도 겨울에는 겨울만이 가득한가?밤에는 가득한 밤이?우리는 영영 글자를 모르는 개가 되는 거야다른 계절에 속한 별이 되는 거야어느 새벽의 지하도에서는 소리를 지르다가 당신은 지금 어디서혼자 겨울인가?허공을 향해 함부로무서운 질문을 던지고어느덧 눈으로 내리다가 문득소식이 끊기고 좋았다. 인터넷을 뒤져 그의 다른 시 몇 편도 감상했다. 기형도.. 더보기
볼테르의 '철학 서한 혹은 영국에 관한 편지' 원서 제목: Philosophical Letters or Letters Regarding the English Nation한글 제목 (가제): 철학 서한 혹은 영국에 관한 편지지은이: 볼테르영역: 프루던스 L. 스타이너 출간일: 2007년 3월1일출판사: 해켓 퍼블리싱 컴퍼니종이책 분량: 158페이지 개요편지의 형식을 빌린, 프랑스의 대표적 지성 볼테르의 영국 관련 에세이, 혹은 비평. 당시 영국과 프랑스가 거의 적대적 관계였고, 날이 갈수록 악화되는 상황임에도 볼테르는 전반적으로 영국의 정치, 종교, 문화, 과학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은 물론, 곳곳에서 영국과 프랑스를 직접 비교하면서 종종 영국의 제도, 영국의 지성, 영국의 종교 등이 프랑스보다 더 우위에 있다고 용기 있게 주장함. 그 때문에 볼테.. 더보기
마키아벨리 평전 한글 제목 (가제): 니콜로 마키아벨리 – 지적 전기지은이: 코라도 비반티 (Corrado Vivanti)영역: 사이먼 맥마이클 출간일: 2013년 5월5일출판사: 프린스턴대 출판부 (하드커버)종이책 분량: 280페이지 개요이탈리아의 손꼽히는 마키아벨리 전문가였던 코라도 비반티 (2012년 타계)의 마키아벨리 전기. 마키아벨리를 불멸로 만든 걸작 ‘군주론’ (The Prince)의 출간 500년을 기념한 출간물. 걸작 ‘군주론’을 집필하기 전의 활동을 요약한 제1부 ‘피렌체 서기관 시절’, ‘군주론’을 집필하던 시기의 정치사회적 정황을 그린 제2부 ‘피렌체에서의 추방’, 마키아벨리의 불우한 말년을 그의 저작과 서신들로 정리한 제3부 ‘니콜로 마키아벨리 – 역사가, 희극 작가, 그리고 비극 작가’로 구성... 더보기
앨리스 먼로 앨리스 먼로 관련 기사글로브앤메일 | 토론토 스타 | CBC | 뉴욕타임스 '50년 뒤에도 읽힐' (뉴욕타임스), '현대 단편문학의 대가'(스웨덴 한림원) 앨리스 먼로가 올해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오랜만에, '받을 만한 사람이 받았다'라는 느낌을 주는 스웨덴 한림원의 선택이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앨리스 먼로가 한국에도 널리 소개되었으면 좋겠다. 먼로는, (물론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받을 만한 자격이 없어 보이면서도 억지춘향 격으로, 때로는 정치적 배려로, 때로는 지역적 배려로, 때로는 30년이나 40년 전에 써낸 소설 하나를 이유로, 때로는 스웨덴 한림원의 천박한 편견 탓에 노벨상 수상자가 된 과거의 여러 작가들과는 크게 다르다는 생각이다. '천박한 편견'이라는 것은 그 한림원의 .. 더보기
사소한 것들의 사소하지 않은 의미 '다스베이더와 아들'을 재미나게 읽고 나서 작가 제프리 브라운의 홈페이지를 둘러보다가 그의 다른 작품도 좀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서관에 찾아보니 제법 많은 책들이 나온다. 그중 'Little Things'를 빌렸다. 책 표지에 '클럼지(Clumsy)의 저자'라는 말이 나오는 것으로 보건대 그것도 봐야 마땅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지만 나중으로 미뤘다. 한국에 들어갈 날이 며칠 남지 않아서 마음도 다소 분주하고,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늦지 않게 돌려줘야 한다는 부담도 슬슬 생기는 마당이다. 찜해놓은 책들도 8월 말 이후로 '정지'(suspend) 시켜놓았다. 'Little Things'는 딱히 뭐라고 규정하기 어려운 작품이다. 일상의 사소한 에피소드들을 통한 자서전이라고 하면 맞을까? 아니, 자.. 더보기
크리스티나 올슨의 스릴러 'Silenced' '필론의 추리소설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된 크리스티나 올슨 (Kristina Ohlsson)의 신작 스릴러 'Silenced'를 읽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새삼 '추리 소설에 관한 한 북유럽에는 뭔가 특별한 게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헤닝 만켈, 스티그 라슨, 조 네스보, 아날두르 인드리다손, 유씨 애들러-올슨, 라스 케플러, 앤 홀트, 레이프 GW 페르손, 헬렌 투르스텐, 카밀라 락버그, 카린 포섬... 이건 뭐... 이번 소설을 통해 처음 알게 된 크리스티나 올슨도 대단하다. '조 네스보와 더불어 놓쳐선 안될 작가'라는 책 표지의 광고 문구가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올슨의 글은 - 영어 번역이 원본에 충실했다는 가정에서 - 차분하고 지적이다. 작가의 성격이 치밀하고 꼼꼼하고 명철할 것 같다.. 더보기
다스베이더와 아들 '다스베이더와 아들' (Darth Vader and Son)에 나오는 에피소드중 일부다. 지은이는 제프리 브라운 (Jeffrey Brown). 만화를 보는 사람은 누구나 쉽게 눈치 채겠지만 그는 어린 시절부터 스타워즈의 열혈 팬이었고, 그래서 스타워즈와 관련된 액세서리, 장난감, 책 등을 열성으로 사모았다고 한다. 브라운의 스타워즈 만화는 그러나 SF스럽다거나 어둡지 않다. 밝고, 코믹하고, 따뜻한 동심과 부성애가 폴폴 묻어난다. 위 네 컷짜리 만화에서 보듯이, 불길한 쇳소리의 호흡과 무시무시한 '다크 포스'를 구사하는 다스 베이더도 아들 루크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 아빠다. 저절로 빙그레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는 내용이다. 위 에피소드들도 마찬가지다. 물론 실제 스타워즈 이야기에서는 일어나지 않은 일이.. 더보기
스티븐 킹의 '조이랜드' 해마다 여름철이면 북미 서점가는 이른바 ‘해변 독서용’, ‘피서 독서용’ 책들로 넘쳐난다. 대체로 이야기의 충격 효과는 높지만 품질이나 완성도는 떨어지는, 실제로는 일회성으로 끝나고 말 수준이지만 대형 출판사들의 과대 포장과 밀어부치기식 마케팅으로 많이 팔리는 그런 책들이다. 납량특집 호러 드라마나 영화와 동궤에 있는 책들이라고 보면 맞겠다 (개인적으로는 이맘때면 꼭 나오는 제임스 패터슨(과 누구 공저, 실제로는 그 ‘누구’가 대부분의 내용을 썼고, 패터슨은 유명세와 마켓 파워를 빌려줬을 것으로 추정한다)의 책들이 제일 꼴보기 싫다. 안 읽으면 그만이지, 해도 정말 역겨운 뒷맛은 어쩔 수가 없다). 스티븐 킹의 ‘조이랜드’는 처음부터 ‘해변 독서용’, 혹은 ‘피서 독서용’을 자임한 책처럼 보인다. 짧은 .. 더보기
종이책 vs. 전자책 vs. 태블릿 혹자는, 중요한 것은 형식이 아니라 내용이라고들 말한다. 언뜻 들으면 그럴듯하다. 하지만 내 체험을 돌아보며 곰곰 생각해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생각이 든다. 내용 못지않게 그것을 전달하는 형식 또한 중요하다라거나, 심지어 형식이 내용을 지배한다는 쪽으로 더 마음이 쓰이는 것이다. 14배 루페(소형 확대경)로 본 '아마존 킨들 페이퍼화이트' (Amazon Kindle Paperwhite)의 활자. 글자의 선명도가 정말 좋아졌다는 생각이다. 루페는 과거 임업 분야에서 일할 때 수종을 가리기 위해 쓰던 것. 캐나다가 낳은 '미디어 구루' 마셜 매클루언은 '미디어가 곧 메시지'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또 '미디어는 우리 자신의 연장(延長)'이라거나, '우리는 도구(tools)를 만들고, 도구는 다시 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