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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블래카웃, 블랙아웃, 정전! 정말 혼잣생각이다. '정전'이라는 말보다 'blackout'이라는 말이, 내게는 더 실감나고 겁나게 들린다. 그 'blackout'도, '블랙아웃'이라고 한글의 외래어 표기식을 따르기보다 실제 발음나는 대로, '블래카웃'이라고 말하면 더 으시시하다. 그냥 그렇다. 오늘은 어제 최고 기온을 1도 경신했다. 어제는 35도, 오늘은 36도였다. 습도를 고려한 체감온도는 무난히 40도를 넘어섰다. 따가운 햇볕이 절절히 실감된다. 뉴욕 곳곳에 정전 사태가, 아니 국지적인 '블래카웃' 사태가 일어났단다. 지난 2003년의 재판이 또 나오지 않을까, 은근히 걱정된다. 북미 지역의 에너지 공급 능력이, 그 수요를 제대로 쫓아가지 못한 지는 벌써 몇 년 되었다. 절전합시다, 이용량이 급증하는 시간대에는 가능하면 에어컨을.. 더보기
덕트 청소 유감 덕트 청소와 자동차의 함수 관계 덕트 청소를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나서 거의 한 달이 넘도록 청소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 덕트 (duct)는 말 그대로 통기관(通氣管), 곧 냉난방을 할 때 차거나 뜨거운 공기가 돌아다니는 집안의 혈맥이다. 이사 온 뒤 알게 된 사실은 전 주인이 오랫동안 덕트 관리를 하지 않아 먼지가 유달리 많다는 점이었다 (왼쪽 사진은 홈디포의 덕트 청소 서비스 사이트에서 퍼온 것이다). 씨어즈(Sears)를 먼저 골랐다. 백화점으로 유명한 곳이지만 온갖 집 관련 서비스도 다 한다. 단순한 청소만이 아니라 살균 서비스까지, 게다가 요즘 유행하는 이른바 '오가닉' 재료를 쓴다니 오케이. 사람이 와서 견적을 매겼고, 다음 주 아침으로 날짜까지 정해졌다. 다음날 아침 전화가 왔다. "차가.. 더보기
잠도둑들! Daylight Saving Time. 흔히 '써머타임제'라고들 한다. 그게 또 작동한다. 이번 주말이다. 너무 이르다. 아직 토론토는 한겨울이다. 그런데 다시 한 시간을 앞으로 밀어, 오늘 아침 6시가 7시로 바뀐다. 내일 아침 6시는 오늘의 시간으로 치면 새벽 - '아침'이 아니라 - 5시인 것이다. 분명 깜깜한 한밤중일 것이다. 이게 무슨 짓거리인가. 결국 미국 때문이다. 캐나다보다 한참 남쪽인 미국이 이 써머타임제를 앞당기면서, 캐나다도 울며 겨자먹기로 따라갈 수밖에 없게 되었다. 미국 경제에 사실상 예속/종속되어 있는 캐나다 처지에서, 미국이 가는 대로 방향을 잡는 것은 선택의 여지 없는 '의무'이다. 이 써머타임제라는 건 또 뭔가? 사람의 신진대사나 몸 안의 시간 인지 변화와는 무관하다. 아주.. 더보기
사소한, 하지만 의미 있는... 꼭 잡아! 가까이 가 보면 생각했던 것보다, 혹은 짐작했던 것보다 훨씬 더 신기하고, 심지어 신비롭기까지 한 것들이 많다. 몇년 전에 나왔던 자연 다큐멘터리 '마이크로코스모스'는 아마도 그러한 사례의 총정리쯤에 해당할 것이다. 그러나 놀라고 감탄하는 데는 그렇게 깊숙이, 현미경의 도움까지 받으며 근접할 필요가 없다. 그저 맨눈으로 봐도 신기한 것들 천지이기 때문이다. 담쟁이 덩굴도 그 중 하나이다. 그리고 겨울은 그 덩굴이 벽이나 나무에 의지해 올라가는 비결을 구경하기 가장 좋은 때이다. 마치 빨판처럼 생긴 '덩굴손'들은 봐도 봐도 신기하다. 벽에 딱 붙은 그 덩굴손들은 하도 밀착되어 있어서 마치 벽과 하나인 것처럼 보인다. 그래 그 덩굴손이 네 생명선이다. 꽉 붙잡아야지. 딱 붙어 있어야지... (20.. 더보기
페이퍼 컷 (Paper Cut) 가끔 종이에 손이나 손가락을 베인다. 그 종이에 사악~ 하고 베일 때의 그 느낌이 참 오싹하다. 싫다. 사악~ 하는 소리도 생생하게 들리는 것처럼 착각된다. 가볍고 하찮게만 보이는 종이 한 장. 그러나 거기에도 칼이 숨어 있다. 흔히 '페이퍼 컷'이라 부르는 이 작은 사고를 달가워하는 사람이 있을까? 기분 나쁘다, 라고 말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또 그 상처라는 것도 대체로 무슨 처방을 하거나 연고를 바르거나 밴드를 붙이기에 좀 민망한 수준이다. 하지만 제법 쓰리다. 오늘은 무슨 운인지, 베인 자리에 두 세번 되풀이해서 종이'칼' 세례를 받았다. 물론 더 쓰렸다. 기분도 썩... 그래도 달리 보면, '산재'라고 해야 고작 페이퍼 컷 수준인 직업을 가진 게 얼마나 복스러운 일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2.. 더보기
공중도덕 초등학교가 아닌 국민학교 때, '도덕'이라는 과목이 있었다. 그게 지배 이데올로기를 주입하는 유력하고 위험하고 음험한 수단이었다는 점을 인식하는 한편, 나는 그 안의 일정 부분은 평화로운 사회적 공생을 꾀하는 데 분명히 유익했음도 인정한다. 캐나다로 이민 와 살면서 그런 자각과 더 자주, 그리고 종종 아프게 마주친다. 도무지 '공중도덕'과는 담을 쌓은 것처럼 행동하는 철면피들, 이 세상에 오직 저 하나밖에 중요한 게 없다는 듯 말하고 움직이는 저질들을 너무나 자주 만나기 때문이다. 폭우가 쏟아지는 날, 빗물 뚝뚝 떨어지는 비옷을 벗지도 않고 전철 의자에 털썩 앉아 가는 인간, 기차 안에서 맞은편 자리에 더러운 신발을 벗지도 않은 채 -벗으면 더 끔찍할지도... - 다리를 쭉 뻗어 턱 올려놓고 가는 인간,.. 더보기
구글의 발렌타인 데이 두들 두 아들의 발렌타인 데이 선물 구글의 발렌타인 데이 두들. 이번엔 그림이 아니라 뮤직비디오입니다. 참 잘 만들었네요. 감동적이기도 해요. '사랑은 마주보는 것이 아니라 한 곳을 바라보는 것'이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토니 베넷의 'Cold, cold heart'라는 노래의 노랫말과 애니메이션의 내용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검색엔진에 관한 한 구글의 거의 유일한 - 하지만 한참 처지는 - 경쟁 상대라고 볼 수 있는 빙(Bing)의 오늘 그림도 발렌타인 데이를 연상케 하는 그림입니다. 피 흘리는 심장이라는 뜻의 'Bleeding Heat'가 이곳의 이름이고, 한국말로는 '금낭화'라고 하지요. 구글의 멀티미디어 두들에 견주면 어째 힘이 빠진다는 느낌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아무튼 이곳을 찾아오신 모.. 더보기
뉴욕 필의 말러 연주를 망친 아이폰의 '마림바' 소음의 전말, 그리고 한국의 엉뚱한 오보 먼저 미국 뉴욕필하모닉의 아이폰 소동. 지난 1월10일 밤 뉴욕 링컨 센터에서 벌어진 '아이폰 사태'가 화제다. 뉴욕 필하모닉이 말러 9번 4악장을 연주하던 도중 아이폰의 '마림바' 소리가 울려퍼지자 지휘자인 앨런 길버트가 연주를 중단해 버린 것. 연주 도중 휴대전화 소리가 튀어나온 것은 별로 놀랍지도, 새삼스럽지도 않은 일이지만, 그 때문에 연주 자체를 멈춰 버린 사례는 일찍이 없었다. 연주가 중단되었는데도 '딩동 댕동 딩동댕동~!' 하는 마림바 소리는 한동안 그칠 줄 몰랐다. 아이폰 주인도 그게 자기 전화기인 줄 미처 깨닫지 못한 게 분명했다. 객석 곳곳에서 성난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3, 4분이나 지나서야 - 그러나 이런 연주회 상황에서라면 거의 '영원'에 가까울 정도로 길게 느껴졌을 터이다 - 겨.. 더보기
작은 희망을 보다 경향신문 웹사이트 캡처. 2011년 10월26일 수요일 오전 10시 (캐나다 산지 시간) 더보기
20만원짜리 '앱'을 아십니까? 정확히는 189.99달러다. Proloquo2Go. '강화 및 대체 커뮤니케이션 시스템' (augmentative and alternative communication, AAC)이라고 어렵게 표현했는데, 쉽게 바꿔 말하면 그림을 이용한 커뮤니케이션 (Picture Exchange Communication, PEC) 시스템이다. 먹고, 마시고, 배설하고, 희로애락의 감정을 표현하는 온갖 그림들이 단순하게 표현되어 있어서, 자신에게 해당되는 그림을 선택하면 그에 맞는 소리가 나온다. 언어 발달 장애나 인지 발달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쓸모 있는 도구다. 우리 아이처럼 오티즘(Autism)인 아이들에게도 유력한 소통 수단으로 여겨져 왔다. 아이가 어릴 때, 작은 앨범에 일일이 그림을 붙여놓고, 아이가 원하는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