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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공중도덕

초등학교가 아닌 국민학교 때, '도덕'이라는 과목이 있었다. 그게 지배 이데올로기를 주입하는 유력하고 위험하고 음험한 수단이었다는 점을 인식하는 한편, 나는 그 안의 일정 부분은 평화로운 사회적 공생을 꾀하는 데 분명히 유익했음도 인정한다. 

캐나다로 이민 와 살면서 그런 자각과 더 자주, 그리고 종종 아프게 마주친다. 도무지 '공중도덕'과는 담을 쌓은 것처럼 행동하는 철면피들, 이 세상에 오직 저 하나밖에 중요한 게 없다는 듯 말하고 움직이는 저질들을 너무나 자주 만나기 때문이다. 

폭우가 쏟아지는 날, 빗물 뚝뚝 떨어지는 비옷을 벗지도 않고 전철 의자에 털썩 앉아 가는 인간, 기차 안에서 맞은편 자리에 더러운 신발을 벗지도 않은 채 -벗으면 더 끔찍할지도... - 다리를 쭉 뻗어 턱 올려놓고 가는 인간, 보고 난 신문 전철 바닥에 휙 던져버리고 가는 인간, 처마신 일회용 커피컵을 자리에 얌전히(?) 버려두고 가는 인간, 도로 전체를 제 재떨이 정도로 여기는 인간... 열거하자면 끝도 없다. 이런 인간들이야말로, 그리고 온갖 잡종이 다 몰려와 사는 캐나다 같은 나라, 토론토 같은 도시야말로 '공중도덕' 교육을 의무화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위 사진은 내가 일하는 직장의 복사기 옆 바닥의 한 풍경이다. 한마디로 역겨운 풍경이다. 몇 명 되지도 않는 사무실, 대체 누가 이런 몰염치하고 뻔뻔한 짓을 스스럼없이 했는지 모르겠다. 제본했던 스테이플 ('호치키스 알'이라고, 한국에 있을 때는 불렀던 것 같다)들을 정말 아무렇게나 버렸다. 쓰레기통이 바로 옆에 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하긴 전에 있던 직장에서는, 한 동료가 펀치로 종이에 구멍을 뚫은 뒤 남은 동그란 종이 쓰레기를 바닥에다 버렸다가 청소하는 이와 싸우는 꼴도 보았다. 바닥에 무차별적으로 널려 있던 그 동그랗고 작은 종이 쓰레기들은, 보기에도 심난했는데, 청소부가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 쓰레기통에 좀 버리면 안되겠느냐라고 물었을 때, 그 동료는 정말 조금도 미안한 기색 없이, 저런 걸 치우는 게 당신 일 아니냐라고 반문했었다. 나는 정말 그 이후 그 인간을 다시 봤다. 내게 그럴 힘만 있었다면 그 자리에서 그 인간을 해고해 버렸을 것이다. 

더불어 사는 세상. 

그것이 얼마나 많은 인내와 무시 (혹은 무시를 가장한 인내)를 필요로 하는지 종종 깨닫는다. (2007/03/30 0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