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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20만원짜리 '앱'을 아십니까?

정확히는 189.99달러다. Proloquo2Go. '강화 및 대체 커뮤니케이션 시스템' (augmentative and alternative communication, AAC)이라고 어렵게 표현했는데, 쉽게 바꿔 말하면 그림을 이용한 커뮤니케이션 (Picture Exchange Communication, PEC) 시스템이다.

먹고, 마시고, 배설하고, 희로애락의 감정을 표현하는 온갖 그림들이 단순하게 표현되어 있어서, 자신에게 해당되는 그림을 선택하면 그에 맞는 소리가 나온다. 언어 발달 장애나 인지 발달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쓸모 있는 도구다. 우리 아이처럼 오티즘(Autism)인 아이들에게도 유력한 소통 수단으로 여겨져 왔다. 

아이가 어릴 때, 작은 앨범에 일일이 그림을 붙여놓고, 아이가 원하는 그림을 고르도록 시키곤 했다. 어떤 때는 효과가 있는 듯했고, 또 다른 때는 별다른 쓸모가 없다고 여겨져 쓰다말다 했다. 두툼한 앨범을 들고 다니며 아이에게 무엇을 원하느냐고, 무엇을 말하고 싶으냐고 시키는 일도 호락호락한 노동이 아니었다. 

아이폰, 아이패드 같은 똑똑한 (Smart) 전자장비가 그 수고를 크게 덜어주었다. 이 프롤로쿠오투고 ('Proloquo'는 라틴어로, '소리 높여 말하다'라는 뜻이란다) 같은 앱도 큰 도움이 되었다. 몇몇 언론은 아이패드 같은 태블릿이 마치 오티즘을 가진 아이들에게 기적의 치료제라도 되는 것처럼 호들갑을 떨기도 했다. 

PEC 기법이 새로운 것도 아니고, 몇년 시도해 봤지만 큰 효과를 거둔 것도 아닌 데다, 앱의 값이 여느 앱의 100배나 될 정도로 비싸서 -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도둑...넘들이라는 말이 막 입에서 나오려고 한다 - 계속 망설여 왔다. Grace라는 이름의 비슷한 PEC 앱을, 싼맛 - 이라고 해도 20달러 - 에 샀다가 쓴 맛을 봐서 더욱 망설여졌었다. 이 Grace 앱을 써보고는 너무 화가 나서, 그 회사에 이메일을 써서 주문을 취소해 버렸다. 이 따위 쓰레기 같은 앱 만들어서 오티즘 아이 가진 부모들 속 긁지 말라고 정말 'X랄'도 떨었다. (2년쯤 전에 벌어진 일이니, 지금은 그 때보다 많이 나아졌을 것으로 생각한다. 내가 그런 욕설성 메일을 보낸 데 대해, 그곳에서는 미안하게 생각한다. 다 환불해주마, 라고 곱게 나와서 다소 놀란 기억이 난다.)

그러고 나서 다시 몇 개월이 지났다. 아내가 아무래도 안되겠다 싶었던 모양이다. 그거 사서 써봐야겠다고 한다. 그래서 어제 샀다. 필요하다면 사야지. 다른 것도 아니고 애한테 쓸 건데... 아내가 내려받아 이리저리 시험해 보더니, 무척 마음에 든다고 말한다. 매뉴얼도 보고, 다른 관련 자료도 봐서, 기능을 확실히 익힌 다음에, 큰 애와 써봐야겠다고 말한다. 아래 비디오는 10월24일, 미국 CBS의 60 Minutes에 소개된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