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는 얘기

데이트 월요일 휴가. 내일 출근하면 수요일을 다시 쉬고, 다음 주 월요일도 또 쉰다. 이렇게 징검다리 휴가를 쓰고 있는 것은 올해 회계연도가 끝나기 전까지 (그러니까 3월31일 전까지), 내년으로 이월되지 않는 휴가를 소진해야 하기 때문이다. 안 쓴 휴가에 해당하는 돈을 지불할 수도 있지만 그건 회사 쪽에서 원하는 바가 아니란다. 그래서 일이 바쁘든 말든 어쨌든 3월이 가기 전에 휴가를 써야 하는 거다. 한국쪽 정황에 견준다면, 애먼 보도 블록을 뒤집는 형국이랄까? 게으르게 일어나, 아침 굶고 커피 굶은 채로, 동준이는 스쿨버스에 태워 보내고, 성준이는 차로 학교에 내려준 다음, 아내와 함께 '피 뽑으러', 그러니까 건강 검진을 받으러 갔다. 린 밸리 클리닉이라는 워킨클리닉 - 예약 없이 그냥 들어가 자기 차례.. 더보기
건강 검진 린 계곡 상류 지역 (Lynn Headwaters)의 트레일과 시모어 보전 지역 (Lower Seymour Conservation Reserve, LSCR)은 이런 비포장 산책로로 연결되어 있다. 출퇴근용 '도시형' 자전거로 덜컹대며 트레일을 타기가 쉽지 않았지만, 그 덜컹거림이 재미의 절반은 넘었다. 저 위로 가는 길은 라이스 호수 (Rice Lake)로 가는 길인데, 자전거 옆 표지판이 알려주듯 개도 자전거도 출입 금지다. 나는 그냥 노르코 자전거를 모델로 사진만 찍었을 뿐, 저 길을 타지는 않았다. 정말이다. 오늘 하루 휴가. 3월이 끝나기 전에, 그러니까 2014년 회계년도가 끝나기 전에 소진해야 할 휴가 일수가 며칠 남아서, 어쩔 수 없이, 쉬어야 하는 날 중 하루다. 회계연도가 끝나갈 무렵이면.. 더보기
이 짙은 안개... 이 짙은 안개... 때문에 오늘 빅토리아에서 열리는 회사 단합대회에 못 가게 됐다. 첫 비행기로 빅토리아에 갔다가, 막비행기로 돌아오려던 계획도 무산되었다. 다른 직원들은 대부분 하루나 이틀을 빅토리아에서 자는 쪽을 선택해, 페리를 탔다. 그러나 나는 페리 터미널까지 가는 시간에다 페리를 기다리는 시간, 느리디 느린 페리로 가는 시간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당일치기로 다녀오겠다는 생각에서 비행편을 예약한 것이었다. 페리 승선료가 싸다고 해도 호텔비까지 더하면 거기에서 거기다. 소요 시간과 개인 시간을 빼앗기는 것까지 고려하면 도리어 더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셈이다. 무슨 중뿔난 사안이 있는 것도 아니고, 피치 못할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닌데, 도대체 왜 밴쿠버가 아닌 빅토리아에서 회사의.. 더보기
사람이 많으면 피곤해! 정말 봄이다. 맑은 날이 이어지고, 낮 기온은 10도를 넘어선다. 햇살은 예전보다 더 눈부시고, 조금씩 더 따갑게 느껴진다. 게다가 이번 주말부터 일광 시간 절약제가 시작된다. 한국에서 큰 처형이 잠시 밴쿠버에 들르셨다. 방문의 주목적은 질환이 깊어진 부친을 뵙는 일이었지만, 그렇다고 계속 실내에만 머무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주말을 맞아 써리 남쪽에 있는 관광 타운 화이트 락 (White Rock)을 찾았다. 몇년 전, 아직 알버타 주에 살던 시절에, 역시 관광객 기분으로 들른 적이 있지만, 우리도 동네에 그리 낯익지는 않았다. 와본 지 오래됐다는 점은, 차를 너무 멀리 대놓고 바닷가 번화가까지 걸어가겠다는 계획에서 잘 드러났다. 'Buena Vista Avenue'라는 이름만 보고, 경치가 좋다는 .. 더보기
프라이버시 트레이닝 정보 프라이버시와 기밀성 (Information Privacy and Confidentiality)에 관한 정보와 법규, 규정, 규칙을 알려주는 트레이닝의 필요성은, 개인 정보, 그 중에서도 특히 더 민감도가 높은 개인 의료 정보를 다루는 기업이나 기관에서 더없이 중요하다. 사실상 법적으로 요구되는 기본 사항이기도 하다. 내가 몸 담은 직장은 'aboriginal' 'indigenous people' 'First Nations Community' 등으로 다양하게 불리는 캐나다 원주민, 그 중에서 브리티스 컬럼비아 지역의 원주민들에게 의료 서비스, 의료 보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실상의 공기업이다. '사실상의'라는 표현을 붙인 이유는 공기업이어야 함에도 그렇지 않다는 뜻이다. 기업의 모든 예산이, 예산의 .. 더보기
북세일, 환풍기, 그리고 대통령의 욕조 퍼스트 하프 마라톤을 뛰고 난 직후에 몸살에 배탈까지 나서 다소 고전했다. 그래서 금요일을 쉬었고, 그 덕택에 금토일 사흘을 내리 쉬는 또 한 번의 '롱 위크엔드'를 보냈다. 일요일인 오늘부터 역순으로, 사흘 간의 '놀멘놀멘'을 적는다. 2월22일, 일요일 몸이 아프다는 핑계로, 혹은 최선을 다해 뛴 하프 마라톤의 후유증을 던다는 변명으로, 목요일과 금요일, 토요일까지 달리기를 쉬었다. 목요일까지는 자전거로 왕복 24 km 정도를 달렸으므로 운동을 아예 안한 것은 아니었고, 그래서 마음도 덜 불편했다. 하지만 컨디션이 안 좋은 상태의 퇴근길은 정말 힘들었다. 씨버스로 자전거를 싣고 건너가서 아내를 만나 차로 귀가할까 하는 유혹도 있었지만 참았다. 잘 참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금요일과 토요일을 아무 운동.. 더보기
빅토리아 프라이버시 컨퍼런스 - 팀 우 교수를 만나다 프라이버시와 보안에 관한 컨퍼런스 (Privacy & Security Conference 2015)에 참석차 2월11일부터 13일까지 2박3일간 빅토리아에 다녀왔다. BC주정부에서 해마다 주최하는 행사로 올해가 열여섯 번째다. 나로서는 작년에 이어 두 번째. 3년 전엔가, 에드먼튼에 있을 때는 온라인으로 컨퍼런스의 주요 행사를 직접 보고 들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어서 어정쩡하게 참가했지만 기술적인 문제 때문에 별로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 이후 온라인 참가 프로그램은 사라졌다). 작년 2월은 한겨울이었다. 그래서 아침에 빅토리아 내항 (Inner Harbour)를 돌 때도 퍽 쌀쌀하다는 느낌이었고, 군데군데 살얼음이 적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올해 2월은 천양지차다. 벚꽃이 활짝 피었다. 위 사진.. 더보기
어둠 속의 아이 동준이가 또 발작을 일으켰다. 어젯밤, 아니 오늘 새벽 3시쯤이었다. 갑자기 아내가 벌떡 일어나더니 후닥닥 동준이 방으로 뛰어간다. 왜, 왜? 동준이? 두 팔을 좀비처럼 앞으로 뻗은 채 꺼억 꺼억... 동준이는 발작하고 있었다. 눈은 초점을 잃었고, 입에서는 피와 침이 흘러, 베갯잇을 적시고 있었다. 온몸이 요동하고 있었다. 아내와 나는, 동준아, 동준아, 가망없이 이름을 부르면서, 팔을 잡고, 어디 숨구멍이 막히지 않을까 확인해 주는 일말고는 달리 해줄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속절없이, 무기력하게, 발작이 끝나기를 지켜보는 수밖에, 그 수밖에는 없었다. 다시, 머릿속은 텅 비었다.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어떤 감정이 솟았는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판단이, 전혀 감지되지 않았다. 다시 잠자리.. 더보기
I'm a Brainy Boy! 성준이가 뜬금없이 묻는다. 'Brainy'가 무슨 뜻이냐고, 아마 요즘 아이패드 미니를 통해 즐겨 보시는 '닌자고'에 그런 말이 나왔던 모양이다. "It means using brains a lot, or smart. Do you think you are brainy?" "Uh, I think so. Yeah. I'm brainy." (아이고, 얼마 안 되는 숙제도 죽어라고 귀찮아 하고, 아이패드로 넷플릭스나 보려고 혈안이 되어 있으면서... 옆에 앉아 있던 엄마가, 웃기는군, 하는 표정으로 피식 웃는다.) "All right, you're a brainy boy, then. Where's your brain?" "Right here!" 그렇게 해서 찍은 사진. 약간 얘기가 다른 데로 가지를 치지만, 가.. 더보기
무리하는 걸까? 지난 주에 이어 오늘(수)도 빅토리아 출장. 하지만 이번 것은 미처 예정에 없던 일이어서 교통편을 잡느라 애를 좀 먹었다. 갈 때는 수상 비행기로 쉽게 갔으나 오는 비행편이 만석이어서 국제공항을 이용해 웨스트젯으로 돌아와야 했다. 그러지 않으면 하루를 빅토리아에서 묵어야 하는데 그럴 마음은 없었고... 항공기는 이륙하는가 싶더니 곧바로 착륙했다. 채 30분도 안 걸렸다. 하지만 활주로에 들어서고, 활주로에 내려 공항까지 닿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공항에서 스카이트레인으로 회사까지 와서 다시 자전거로 갈아타고 집까지 오니 어느덧 여섯 시 반. 낮이 길어졌다지만 아직은 겨울인지라 이미 사방이 깜깜했다. 그래도 집에 왔다는 안도감에 한없이 행복했다. 지난 몇 주간 매일 자전거로 통근을 했고, 점심 시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