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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얘기

프라이버시 트레이닝


정보 프라이버시와 기밀성 (Information Privacy and Confidentiality)에 관한 정보와 법규, 규정, 규칙을 알려주는 트레이닝의 필요성은, 개인 정보, 그 중에서도 특히 더 민감도가 높은 개인 의료 정보를 다루는 기업이나 기관에서 더없이 중요하다. 사실상 법적으로 요구되는 기본 사항이기도 하다. 


내가 몸 담은 직장은 'aboriginal' 'indigenous people' 'First Nations Community' 등으로 다양하게 불리는 캐나다 원주민, 그 중에서 브리티스 컬럼비아 지역의 원주민들에게 의료 서비스, 의료 보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실상의 공기업이다. '사실상의'라는 표현을 붙인 이유는 공기업이어야 함에도 그렇지 않다는 뜻이다. 기업의 모든 예산이, 예산의 100%가, 주 정부와 연방 정부로부터, 그러니까 국민의 혈세로부터 나옴에도 불구하고 주 정부나 공사 성격이 아닌, '비영리 사설 단체'라는 어정쩡한 지위를 고집하고 있다. 그에 대한 사연은 길기도 하고, 정치적으로 민감하기도 해서 생략하기로 하고, 어쨌든 내 직장에서도 정보 프라이버시 교육의 중요성은, 흔한 영어 표현을 빌리자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 동안 여러 이유로 트레이닝이 연기되어 왔다.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는 위기감이, 경영진의 몇몇 '아는 이들' 사이에서 공유되었고, 그 덕택에, '그럼 우리부터 시작하자'는 바람이 불어서, 내가 소속된 부서부터 트레이닝을 시작했다. 사무실을 공유하는 '정보 보안 매니저' (Information Security Manager)와 함께, '프라이버시와 보안' 트레이닝을 기획해서, 지난 수요일 처음으로 선을 보였다. 내가 먼저 프라이버시에 대한 이야기를 30분 정도 하고, 뒤 이어 그 친구가 보안을 강의했다. 그 다음은 질의 응답 시간.

 


위에 박아놓은 (embed) 파일이 내가 쓴 프라이버시 프리젠테이션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파워포인트를 쓰는 게 지겨워서 좀 색다르게 해보자는 생각에 프레지 (Prezi)를 이용했다. 마치 줌 렌즈로 그림을 줌인 하듯이, 각 화면을 확대해 보여주는 애니메이션 스타일인데, 그 중 가장 평이한 이른바 '비즈니스 캔버스' 템플릿을 썼다. 다만 공짜 버전을 써서 누구에게나 공개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민감한 정보를 담고 싶다면 유료 회원으로 지위를 업그레이드 해야 한다.


트레이닝은 순조롭게 끝났다. 스스로 만족스러웠고, 반응도 괜찮았다. 나는 스스로도 약간 놀랄 정도로, 남들 앞에 서서 뭔가 발표하고 강의하는 데 별로 두려움이 없다. 근거없는 자신감도 있다. 내가 타고난 연설가라고 생각해서는 결코 아니다. 그냥 늘, 대체 앞에 서서 잃을 게 뭐냐, 떨 게 뭐냐, 하는, 좀 턱없는 자신감이랄까 만용 때문이다. 내가 이 사람들 중에서는 이 내용을 가장 잘 안다는 자신감. 나는 그래도 영어를 하지만, 너희는 한국말을 한 마디도 못하잖니? 그러니까 내가 너희보다 나은 거지, 라는 아주 의도적인 바람 넣기도 가끔 속으로 시도하고... 


애들립을 하라면 자신이 없지만, 내가 아는 주제를 놓고 발표하라고 하면, 그래서 며칠의 말미만 주면, 잘해낼 자신이, 나는 늘 있다. 다시 묻건대, 대체 못할 이유가 뭐란 말인가? 하는 데까지 해 보는 거지. 'Nothing to lose'라는 생각. 그래서 때로 버벅대고 영어 단어가 제때 생각나지 않아 헤매기도 하지만, 어쨌든 내가 잘 안다고 자신하는 분야이고 내용이기 때문에, 결국에는 다 좋은 방향으로 끝날 거라고 믿고, 또 그렇게 밀어부친다. 어차피 해야 할 세션이라면, 그리고 자신없어 하거나 자신 있어 하거나 다 그 근거가 빈약하다면, 자신 있어 하는 쪽이 훨씬 더 낫지 않겠는가. 그리고 내 청중도, 내가 실패하기를 바랄 거라고 보지 않는다. 다 내가 잘해내기를 바랄 거라고 믿는다. 그러면 다 잘 된다. 


금요일인 오늘은 직장 내부가 아닌 외부로 프라이버시 트레이닝을 나갔다. 내 직장과 연관이 깊은 퍼스트 네이션 커뮤니티들 중 하나인 스톨로 네이션 (Sto:lo Nation)이라는 데인데, 밴쿠버에서 120 km쯤 떨어진 칠리왁 (Chilliwack)에 있다. 외부 기관에 대한 트레이닝이어서 법적으로 부담이 된다는 상부의 메시지 때문에 나는 세션을 조율만 하고, 외부 컨설턴트를 기용했다. 역시 순조롭게 잘 끝났다. 프라이버시 트레이닝을 해달라는 곳이 점점 늘고 있어서, 앞으로 출장 갈 일이 많아질 것 같다. 다 따라갈 수는 없겠지만 여러모로 좋은 배움의 기회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