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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얘기

이 짙은 안개...


이 짙은 안개... 때문에 오늘 빅토리아에서 열리는 회사 단합대회에 못 가게 됐다. 첫 비행기로 빅토리아에 갔다가, 막비행기로 돌아오려던 계획도 무산되었다. 다른 직원들은 대부분 하루나 이틀을 빅토리아에서 자는 쪽을 선택해, 페리를 탔다. 그러나 나는 페리 터미널까지 가는 시간에다 페리를 기다리는 시간, 느리디 느린 페리로 가는 시간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당일치기로 다녀오겠다는 생각에서 비행편을 예약한 것이었다. 페리 승선료가 싸다고 해도 호텔비까지 더하면 거기에서 거기다. 소요 시간과 개인 시간을 빼앗기는 것까지 고려하면 도리어 더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셈이다. 무슨 중뿔난 사안이 있는 것도 아니고, 피치 못할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닌데, 도대체 왜 밴쿠버가 아닌 빅토리아에서 회사의 전체 직원 행사를 개최하는지부터 나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웠다. 시간도 시간이려니와, 대체 그 많은 직원들의 숙박비는 다 어디에서 나온다는 말인가? 



아무려나, 안개가 워낙 자욱하게 껴서 시계가 제로에 가까울 거라는 오늘 새벽의 일기 예보에도 불구하고 평소보다 한 시간 일찍 자전거를 타고 워터프런트까지 나왔다. 하지만 아니나다를까, 바닷가는 짙은 안개에 휩싸여 사위를 분간하기 어려웠다. 회사 맞은편, 밴쿠버 선 건물 (위 사진 오른쪽)도 뿌옇게 보였다. 당연히 수상 비행편도 모두 취소되었다. 수상 비행기를 띄우는 '하버 에어' 항공사에서도 7시 전에 비행편 취소 메일을 날렸지만 나는 미처 보지 못했다. 그래도 일찍 나온 만큼 시간도 번 것이라고 위로했다. 울고 싶던 참에 뺨 맞는다고, 할일이 쌓여 조바심 치던 마당에 굳이 빅토리아에 가지 않아도 될 좋은 핑계가 생겨, 괜히 하루를 번 느낌이었다. 다행히 밀렸던 여러 일을 처리할 수 있었고, 내일로 예정된 또 다른 프라이버시 트레이닝 준비도 마쳤다.



안개는 오후가 되어서야 걷히기 시작했다. 점심 시간을 이용해 달릴 때 찍은 이 사진에서도 안개는 여전히 노쓰 쇼어의 산들을 가리고 있다. 



회사 앞 벚나무는 어느새 꽃을 활짝 피웠다 (회사는 저 벚나무 바로 뒤에 있다). 아름답다. 비행편은 3월26일로 바꿨다. 두 차례로 나눈 회사의 단합 대회 중 두 번째 행사가 그 날 빅토리아에서 열리기 때문. 그 때도 또 지금처럼 안개가 자욱하게 장벽을 치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