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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퍼스 위클리의 '맛있는' 주간논평

미국의 진보 좌파 잡지인 하퍼스주간논평(Weekly Review)를 받기 시작했다. 읽는데 '맛있다.' 한 주의 사건 사고를 이렇게 맛나게 정리할 수도 있구나, 새삼 감탄스럽다. 


여러 크고 작은, 다종다양한 사건과 사고를 그 경중이나 내용에 맞춰 따로 구분하지 않고, 마치 대화에서 이야기를 술술 풀어내듯 한 곳에 다 버무려 버렸다. 이렇게 하면 사건과 사고의 구분이 어렵고, 꼼꼼히 읽지 않으면 뭐가 뭔지 쉽게 변별하기도 벅찬 단점이 있다. 그냥 뉴스레터 전체를 무시해 버릴 위험성도 다분하다. 하지만 일단 문장의 앞머리에 눈을 두고 죽 따라가며 읽다 보면, 전혀 다른 듯한 이야기들이 사실은 어떻게든 연결이 되어 있고, 설령 직접적인 연결성이 보이지 않더라도, 인간 잡사가 다 이 안에 들었구나, 하는 흥미로운 자각과 만나게 된다. 


물론 이 짧은 뉴스레터 안에 담긴 사건 사고의 내용만 훑으며 머리 속에서 상상해 봐도 '세상이 미쳐가는 건가, 아니면 내가?' 하고 새삼 궁금해지는 것들이 많다. 특히 세 번째 문단에 이르러, 애완용으로 기르는 개와 고양이의 성 전환 수술을 했거나 하려는 주인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는 '이런 미친 것들이...'라는 생각이 치밀어 오르면서, '이것들도 인간들이라고 해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hermaphrodite'라는, 모르는 단어가 눈에 들어와 사전을 찾아보니 ‘자웅동체’라는 뜻이었다. 그러니 어쨌든 성 전환 수술을 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물론 안 할 수도 있겠지만 형편이 된다면 누구라도 어느 한 쪽의 성으로 바꿔주고 싶어 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하!


그래서 섣부른 판단, 성급한 단정, 앞뒤 따져보지 않은 평가는 금물, 또 금물이다. 맛있는 '하퍼스 위클리'의 주간 사건사고 요약을 읽으면서, 또 몇 가지 배우고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