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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과 이성

Big Brother? No, Big Teacher! - 웹캠 스캔들의 프라이버시 교훈 10가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의 로우어 메리언 학구(學區, Lower Merion School district)에서 학생들에게 지급한 랩탑에 부착된 웹캠을 이용해 그들이 심지어 집에 있을 때에도 감시 행각을 벌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돌연 프라이버시 문제가 큰 화제로 떠올랐다. 그 전말을 캐기 위해 미 연방수사국(FBI)까지 가세했다는 소식이다. 

학구측이 한 학생에게 '집에서 부적절한 행동(improper behavior)을 했다'라고 경고하면서 웹캠을 이용한 감시 행각이 알려졌고, 학생과 그 부모측은 즉각 학구가 자신들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했다며 법원에 제소했다. 

학교측은 웹캠을 원격 작동할 수 있게 한 것은 학생을 감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컴퓨터가 분실되거나 도난당했을 때 이를 회수하기 위한 조처라고 변명했지만 학생은 물론 그 학부모의 프라이버시까지 침해했다는 비난의 화살을 피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솔직해지자. 대체 랩탑 한 대 값이 요즘 얼마인가? 5천불? 1만불? 이런 훔쳐보기로 스캔들이 터지고, 그래서 학교 명예 실추되고, 이른바 박사 학위까지 가졌다는 그 교장이 일자리 잃고 망신 당하는 비용과 견주어보자).

이로부터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일까? IT 전문 사이트인 eWeek는 이러한 웹캠 스캔들로부터 다음 '10가지의 프라이버시 교훈'을 얻을 수 있다고 정리했다. 정확하고 시의적절한 지적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간단히 번역 소개한다. 

1. 누구도 믿을 수 없다 (No one can be trusted)
정부가 더 많은 개인정보를 수집하려 하든, 직장 동료가 어깨 너머로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훔쳐보든, 내가 웹에 있는 한 어디선가 누군가가 나를 감시하고 있다고 가정해야 한다. '웹 프라이버시'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2. 너무 쉽다 (It's too easy)
기업이 직원들의 컴퓨터에 설치한 감시용 프로그램은 직원들이 어떤 사이트에 얼마나 오랫동안 머무는지, 심지어 어떤 이메일을 주고받는지까지 다 감시한다. 개인용 컴퓨터조차도 작은 감시용 소프트웨어 한두 개만 깔면 수월하게 그의 웹 행적을 낱낱이 추적할 수 있다.

3. 직장내에서는 프라이버시가 없다고 가정하는 편이 온당하다 (It can only go so far)
직장에 출근해 기업이 제공한 사무실과 사무집기, 컴퓨터로 일을 하고, 그 대가로 급여를 받는 한, 기업 입장에서는 그 직원이 제대로 일을 하고, 받는 급여에 상응하는 생산성을 내도록 요구할 권리가 있다. 특히 기밀 정보나 민감한 기업 정보를 다루는 경우에는 그것이 부당하게 유출되거나 악용되지 않는지 감시할 권리가 있다. 기업이 직원을 이러저러한 방식으로 감시하고 관리하는 데 대해 직원이 뭐라 반박할 여지는 사실상 좁다. 기업이 어떤 감시 기법을 쓰는지 직원에게 미리 고지하면 좋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도 직원은 사실상 할 말이 별로 없다. 특히 미국의 여러 재판 사례가 그를 뒷받침한다. 캐나다는 대체로 상황이 그보다 나은 편이지만 전체적인 기조는 비슷하다.

4. 익명성이라고? (Anonymity is leaving the building)
웹에서 익명성을 유지하려는 네티즌들은 날이 갈수록 '멸종 위기의 종' 신세로 내몰리고 있다.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 소셜 미디어, 웹 2.0의 인기가 폭발하면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웬만한 개인정보는 아무것도 아니라는듯이 공개, 공유하고 있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 역시 점점 더 늘고 있다 - 자기가 어디에 있는지를 정확히 알려주는 '위치 정보' 서비스를 24시간 이용한다. 여기에서 드는 의문 하나: 우리 자신이 그처럼 개인정보를 까발리고 싶어서 안달인 마당에, 대체 어떻게 프라이버시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을까? (pleaserobme.com에 대한 관련 블로그)

5. 그러나 프라이버시는 모든 이들의 권리 (Everyone has a vested interest)
그럼에도 불구하고 웹 이용자들의 개인정보, 프라이버시는 보호되어야 한다. 아무리 위치 정보를 공개하는 사람이라도, 그가 집안에서, 침실에서 하는 일까지 웹캠으로 노출되고 중계된다고 하면 대부분 - 아마도 전부 - 손사래를 칠 것이다. 아무리 프라이버시의 벽이 낮아진다고 해도 한계가 있어야 한다. 단순히 무시한다고 문제점이 사라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6. 주위 환경에 대해 좀더 의식적인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We need to be more astute)
내 집 소파에 앉아 있거나, 사무실의 큐비클에 둘러싸여 앉아 있으면 대부분 아무도 나를 보지 않을 것이라고 믿기 쉽다. 그렇지 않다. 어디에 가든, 무엇을 하든, 내 주위에 혹시 감시 기구나 장비가 있을 수 있는지 의식적으로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 온라인에 있을 때는 더더욱 프라이버시가 지켜지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7. 교육이 중요하다 (Education is key)
프라이버시에 대한 기본 교육이 필요하다. 이제는 인터넷만이 프라이버시 스캔들의 진원지가 아니다. 이번 사태에서도 봤다시피 사생활의 핵심인 집안조차 안전하지 못하다. 그러한 변화된 사회상을 제대로 인식하고 늘 조심해야 한다. 

8. 프라이버시를 유지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It's not getting any better)
아직도 수많은 사람들의 그들의 프라이버시를 지키고자 애쓰지만 실제 사회와 기업의 흐름은 다르게 가고 있다. 수많은 부면에서 프라이버시는 빠르게 쇠퇴하고 있다. 여기에는 기업, 정부의 기밀 정보가 유출되거나 도난되거나 해킹당하는 사태가 더욱 빈발하는 탓도 있다. 혹자는 기업과 정부가 사악한 해커들과 온라인 보안을 둘러싼 전투를 벌이는 과정에서 프라이버시가 저당 잡히는 꼴이 돼버렸다고 개탄하기도 한다.

9. 프라이버시는 주관적인 것 (Privacy is subjective)
한 사람에게는 공개된 정보라고 여겨지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민감한 개인정보일 수 있다. 프라이버시를 둘러싼 혼란과 논쟁도 종종 여기에서 비롯한다. 프라이버시가 '자기 정보가 언제, 누구에게, 얼마만큼, 얼마 동안, 공개되거나 공유될 것인지 결정할 수 있는 권리, 혹은 힘'으로 정의되는 것도 그와 연관된다. 개개인의 동의가 필요한 것도 그 때문이다. 

10. 프라이버시 침해는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다 (It can be violated anywhere)
프라이버시 문제는 직장에서나 가정에서, 전세계의 웹 이용자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온라인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고, 웹 서비스의 차원과 성격이 진화하면서, 프라이버시가 침해될 소지와 경우와 확률도 사상 유례없이 높아졌다. 더 긴밀하게 연결될수록 개인 프라이버시가 침해될 위험성도 더 커진다 - 반드시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다.

* 아래 비디오는 CNN의 보도, 논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