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읽기

머신 맨: '완벽한 몸' 열망의 끝


원  제 : Machine Man

가  제 : 기계인간, 또는 머신맨

저  자 : 맥스 배리 (Max Barry)

원서 초판 출간일 : 2011년 8월9일

원서 분량: 288페이지

원서출판사: 빈티지 (Vintage) 오리지널 에디션

줄거리: 찰스 뉴먼 박사는 ‘더 나은 미래’라는 뜻의 ‘베터 퓨처’에서 알고리즘과 기계공학을 연구하는 유능한 공학자이다. 전공 분야에서는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고 있지만 대인기피증이 심하고, 다른 사람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는 데 지극히 서투르다. 직장 동료와 잡담을 하거나 커피를 마시기보다는 혼자 연구실에 틀어박혀 연구하고 분석하는 게 더 즐겁다. 그가 다른 사람들보다 자신의 스마트폰에 더 애착을 보이는 것은 따라서 당연해 보인다.

 그의 첫 번째 재난은 스마트폰에 대한 남다른 집착으로부터 연유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찾기 시작한 스마트폰이 보이지 않자 그는 제정신이 아니다. 집안 곳곳을 뒤지고, 차 안을 샅샅이 훑지만 스마트폰은 어디에도 없다. 자신의 연구실에 두었나 싶어 서둘러 출근했으나 거기에도 없다. 전화를 걸어보려 하지만 번호가 생각나지 않는다. 편치 않은 기분으로 평소처럼 탄소 중합체의 강도 실험을 하던 중 분광기 위에 놓인 전화기를 발견한다. 아침부터 온통 잃어버린 스마트폰에 대한 생각뿐이었던 찰스는 실험실의 거대한 죔쇠가 작동 중인 것도 잊고 전화기를 집으러 들어갔다가 변을 당한다. 오른쪽 다리가 죔쇠에 끼어 허벅지 아래가 절단되고 만 것이다.

 외다리가 되어 버린 그에게 그럴듯한 여자 친구가 생길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다. 여자와 입맞춤 해본 게 7년도 넘었다. 대인 관계에 서투르고, 사람보다 컴퓨터식 사고 방식에 더 익숙한 탓이다. 그런 그에게 보철사인 롤라 섕크스가 나타난다. 의족・의안・의치 같은 인공 기관에 대해 조언해주는 롤라는 찰스로 하여금 거의 처음으로 인간적 배려와 이해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준 존재다. 그는 롤라의 추천으로 말발굽처럼 끝이 갈라진 짧은 스키 모양의 최첨단 의족인 ‘엔돌라이트 에셜론’ (실재하는 제품이다 http://goo.gl/Fo3ai)을 끼지만 모양이나 기능, 성능이 영 마뜩찮다. 무슨 기계나 장치든 한 번 보면 뜯어보고 분석하고 변형하고 개조하고 개선해야 직성이 풀리는 찰스는 곧 집에도 가지 않고 회사의 골방에 혼자 틀어박혀 의족의 개조, 개선에 몰두한다. 어차피 동물원의 원숭이처럼 다른 동료들의 구경거리가 되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던 차였다. 

독후감: 거의 엽기적이라고까지 부를 수 있을 법한 SF 호러, 블랙 코미디, 로맨스 소설. ‘더 나은 미래’라는 뜻의 ‘베터 퓨처’에서 공학자로 일하는 찰스 뉴먼은 잃어버린 스마트폰을 찾아 헤매다 뜻하지 않은 산업재해로 한 쪽 다리를 잃는다. 의족의 기능에 불만스러워 하던 그는 이런저런 개조에 들어가고, 마침내 실제 생체 다리보다 더 뛰어난 의족을 만드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그 성능을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남아 있는 다리 한 쪽마저 없애버리는 편이 낫다는 결론에 이르고 이를 실천한다. 그 다음은 손가락, 그 다음은…?

기차를 갖고 놀기보다 기차 자체가 되고 싶었던 어린 시절부터, 기계에 대한 찰스의 관심은 남달랐다. 대인 관계에 한없이 서투른 찰스의 의식이나 사고 방식은 때때로 사람보다 도리어 컴퓨터나 기계 쪽에 더 가깝다. 

그의 재활 과정에 기공사인 롤라가 나타나고, 찰스의 가슴엔 서서히 사랑이 싹튼다. 롤라는 찰스에게서, 모든 인공의 장비와 장치로 인체를 개량하고 싶어하는 남다른 욕망을 읽는다. 하지만 롤라는 찰스의 인간적인 면모도 놓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찰스를 아끼고 사랑한다. 한편 그의 직장인 베터 퓨처는 찰스의 기이한 집착으로부터 엄청난 상업적 가능성을 발견하고, 젊고 영민하지만 인간성은 찾아보기 어려운 조수들은 찰스의 욕망을 몇 배로 증폭해 그들 자신의 몸을 인공화하기를 서슴지 않는다. 

더 강해지거나, 더 아름다워지거나, 더 효율적이 될 수만 있다면 우리 신체 부위쯤 손쉽게 잘라내고 더 나은 인공물로 대체할 수 있다는 소설 속 인물들의 사고 방식은 언뜻 비현실적이고 심지어 정신질환적으로까지 비친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그 정도와 수준의 차이만 있을 뿐, 이는 현대 사회에서 흔히 보이는, 그리고 날로 더 자심해 지는 성형수술 붐, 혹은 성형수술의 일상화와 별반 다른 것 같지 않다. 

맥스 배리는 생기 있고 발랄하며 속도감 있는 문체로 현대 사회의 갖가지 문제점을 소설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내고 있다. 페이스북을 비롯한 소셜네트워킹의 유행, 스마트폰에 대한 집착, 인간 관계의 경량화, 전통적인 윤리 의식의 희석화 등이 소설 곳곳에서 유연하게 표현되었다. 그러면서도 결국 우리가 기대야 할 것은 사랑이고 배려이고 이해임을, 이야기 속에 잘 녹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