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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사이클링

1,000 마일


오늘 퇴근하면서 드디어 1,000 마일을 넘었다. 지금 자전거로 2만 마일을 타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 목표의 5%를 이제 막 넘은 셈이다.


오늘 (3월12일/목) 퇴근하면서 드디어 자전거 주행 거리 1000 마일 (1,600 km)을 넘어섰다. 2011년 11월부터 가민 GPS 시계를 쓰기 시작했는데, 그 때부터 따지면 1600마일이 넘지만, 실상 자전거를 본격적으로 타기 시작한 지는 채 1년이 안 된다. 
지난해 11월 노르코 인디 2 자전거를 장만한 다음에도, 한 동안 자전거 통근을 하다 말다 했다. 

거의 매일 타기 시작한 것은 지난 12월부터로 기억하는데, 다른 달보다 유독 휴일이 많이 낀 시기가 12월임을 고려하면, 사실 자전거에 본격 매달리기 시작한 것은 올해 1월부터라고 보면 맞겠다. 자전거로 통근하는 거리는 15~16마일 (25 km 안팎)이다. 처음에는 매일 자전거로 통근하는 게 무리다 싶었는데, 자꾸 타다 보니, 아직도 어렵다는 생각은 여전하지만, 그래도 처음 느꼈던 것과 같은 두려움이나 무력감은 들지 않는다.

많은 것들이, 좀더 가깝게 들여다보거나, 직접 시험하거나 체험해 보면, 겉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더 넓고 깊고 다양한 속성과 특징과 개성과 매력을 갖고 있음을 알게 된다. 내 경우 운동으로 치면 달리기가 그랬고 - 지금도 그렇고 - 자전거 타기가 그렇다. 자전거의 세계가 이처럼 오묘하고 흥미진진한 줄 예전에는 미처 몰랐다. 네 바퀴를 가진 것보다 두 바퀴를 가진 것이 몇 배나 더 매력적이라는 점을 점점 더 절실히 깨달아 간다. 


지금의 자전거 타기는 거의 전적으로 '통근' 목적이다. 레크리에이션을 목적으로 도로 전용 자전거나 산악 자전거에까지 관심의 촉수를 뻗게 될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위 사진은 막 회사에 도착해 지하 주차장에 자전거를 세운 장면.

 

자전거의 엔진은 온전히 내 몸이다. 그런 식으로 치면 달리기도 그렇지만, 달리기는 어떤 장비나 수단에 올라타는 것이 아니므로 그 성격이 다르다고 해야겠다. 자전거를 앞으로 전진시키자면 내 다리가 페달을 밟아 동력을 발생시켜야 한다. 그 페달은 체인으로 연결되어 뒷바퀴를 돌린다. 페달 밟기를 멈추면 자전거는 앞으로 나가지 못할 뿐 아니라 온전히 서 있지도 못한다. 계속, 끊임없이 페달을 밟아야 한다. 그러한 행위, 페달을 밟는 단순한 행위가, 이처럼 매력적일 줄이야!

하지만 자전거를 타는 일은, 특히 승용차, 트럭들과 함께 도로를 공유하며 달리는 일은, 끊임없는 긴장의 연속이다. 자전거 앞에는 헤드라이트, 뒤에 번쩍이는 빨간 미등, 연둣빛 형광색의 재킷, 게다가 헬멧 뒤에빨간 경광등까지 달았어도, 도로 차선이 좁아들면서 자전거 전용 도로가 사라지면 가슴이 오그라든다. 도로 한 구석으로 도망가거나, 아예 보도 위로 올라가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힌다. 자주 그 욕망에 승복해 보도를 타기도 했다. 


하지만 실은 그래서는 안된다. 보도는 보행자 전용이고, 자전거가 있어야 할 곳은 어쨌든 도로다. 자전거 통행을 명시적으로 금지한 고속도로가 아닌 한, 자전거 전용 도로가 따로 설치되지 않았더라도 일반 도로가 자전거가 달려야 할 자리다. 그런 경우, 한 구석으로 아슬아슬하게 피하듯 달리기보다는 도리어 2차선(2차선인 경우) 도로의 오른 쪽 일부를 차지하는 편이 더 안전하다. 나도 이 도로에 대해 일말의 권리가 있는 납세자다, 라는 심정으로 스스로를 위안하고 격려하면서, 도로 위를 달리는 편이 낫다.


어쨌든 자전거 타기도, 계속 타고 또 타야 기술이 늘고 실력이 는다는 점에서, 달리기와 다르지 않다. 달리기에 비해 속도가 훨씬 더 높고, 다른 차량과 더불어 도로를 공유해야 한다는 점에서, 위험도는 그보다 훨씬 더 높다. 그만큼 조심해야 한다는 뜻이고, 교통 신호와 규칙을 더욱 의식적으로 준수해야 한다는 뜻이고, 긴장을 늦추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옆 사진은 평소 자전거 복장).


캐나다에 와서 내가 살았던 두 도시를 돌아본다. 토론토. 그리고 에드먼튼. 자전거로 통근하는 일은 '꿈'에 가까웠다. 단순히 거리가 멀어서가 아니라, 자전거를 탈 만한 환경이 못되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에 비하면 밴쿠버와 노쓰밴쿠버는 환상적이다. 여전히 자전거 타기 위험한 구간도 많고, 자전거 전용 도로가 제대로 조성되지 않은 구역도 적지 않지만, 토론토나 에드먼튼과 견주면 밴쿠버의 환경은 그야말로 '럭셔리'다. 거기에, 겨울에도 큰 어려움 없이 자전거를 탈 수 있다는 자연 환경의 '축복'까지 고려하면!

앞으로 얼마나 더 자전거를 탈 수 있을지는 시간만이 알려주겠지. 적어도 노르코 인디 2에 관한 한, 일단 20,000 마일을 탄다고 목표를 잡아놓았다. 며칠 전에 겪은 타이어 '펑크' 사태처럼 예기치 못한 고난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그래도 전체적인 경험은 부정적인 쪽보다 긍정적인 쪽이 압도적으로 더 클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제 막 1,000 마일을 넘었으니 그 목표의 5%를 갓 넘은 셈이다. 갈 길이 멀다. 멀어서 더 행복하고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