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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사이클링

펑크

오늘 아침 출근길, 자전거 뒷바퀴에 무지막지한 펑크가 나는 바람에 길 한 가운데서 퍼지고 말았다. 정말 말 그대로 'nasty puncture'다. 속수무책.... 오도 가도 못하고 아내에게 SOS. 차로 자전거를 실어 날랐다. 그리고 10시에 바이크 샵에서 수리. 길 어디쯤에 숨어 있던 굵은 대못 쪼가리 하나가, 마치 스테이플러로 서류뭉치 찍듯 뒷바퀴를 뚫고 박힌 것이었다. 결국 Working from home


출근길의 70%쯤 온 것 같다. 자전거 뒷바퀴가 바닥을 치는 듯한 쇳소리가 덜컹덜컹 났다. 앗, 이게 뭐지? 바퀴에 바람이 없다! 이걸 어쩐다? 이미 세컨드 내로우즈 다리를 건너 8 km쯤 온 상태이니 집으로 돌아갈 수도 없다. 그렇다고 아직도 3 km 넘게 남은 회사까지 억지로 끌고 가기도 만만치 않았다. 어느 쪽으로 간다고 해도, 이제 막 일곱 시를 넘은 아침 시간이니 자전거 수리를 금방 받을 곳도 없다. 존 헨리 바이크도, MEC도 모두 아침 10시에나 문을 연다. 속수무책이다. 어쩔 도리가 없다. 이런 빌어먹을!



처음에는 바퀴 어딘가에 작은 구멍이 나서 바람이 새는 이른바 '실빵구'인 줄 알았다. 그런데 자전거 바퀴를 돌려보니 이렇게 엄청난 '무엇인가가' 바퀴에 박혀 있는 게 아닌가! 마치 스테이플러로 찍어놓은 듯한 형상. 평소 휴대하는 미니 장비의 드라이버를 써서 빼내보려 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대체 이게 뭐지? 이 상태로는 자전거를 타고 갈 수도, 끌고 갈 수도 없다. 



정말 거대한 스테이플러로 바퀴를 집은 듯한 형상이다. 대체 어느 지점에서 어떤 연고로 뒷바퀴가 저런 변고를 만났는지 모를 일이지만 이스트 밴쿠버 지역이 워낙 도로 사정이 안 좋은 데다 이러저러한 공장들이 많아 못 같은 뾰족한 물건들이 도로 곳곳에 떨어져 있으니, 늘 조심해야 하는데, 그게 마음뿐이지 어디 쉬운가... 회사에 전화를 걸어 상황을 간단히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다.



이렇게 바퀴가 무용지물이 되면 자전거도 무용지물이 되고, 사이클리스트도 무기력해진다 대체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이 정도 펑크에는 응급 처치가 무의미하다. 타이어를 림에서 꺼내어 저 뾰족한 무엇인가를 제거하고, 그 안의 튜브를 떼우거나 갈아야 한다. 



파웰 스트리트와 빅토리아 드라이브가 만나는 지점의 허스키 주유소에서, 아내를 기다렸다. 동준이 성준이 학교 보내느라 정신없는 아내를, 또 한 번 피곤하게 만들 수밖에 없는 자신이 미안했다. 미안. 말 그대로 면목이 없었다.  



열 시쯤 내 자전거를 구입한 존 헨리 바이크에 가서 수리를 받았다. 수리공이 나를 부른다. 이게 주범이라며 굵은 대못 쪼가리를 보여준다. 주변의 다른 동료들도 웃음 반 감탄 반으로, 도대체 어디에서 저런 데 찔렸느냐고 묻는다. 나도 그것이 알고 싶었다. 보기만 해도 섬뜩하다.



이건 어제 찍은 사진. 평소의 출근 모양새다. 오늘은 집에서 일을 하기로 했다. 마침 전화로 하는 '컨퍼런스 콜' 하나밖에 없었고, 나머지 작업은 주로 문서를 리뷰하고, 새로운 문서를 작성하는 일이었다. 자전거를 타든, 달리기를 하든, 버스를 타든, 심지어 승용차를 몰든, 언제나 어디에서나 예기치 못한 일이 터진다. 개중에는 미리 대비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것도 많다. 그런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알면서도, 정작 그에 대한 대비를 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그게 가장 속상하다. 오늘 벌어진 타이어 펑크 사건도 그런 사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