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 글을 다 날렸다. 다시 쓰고 싶지 않다. 6.4 지방 선거 결과를 보고 한 페친이 한국이 '아큐들의 나라' 같다고 개탄했다. 솔직히 그보다 더 깊이 공감할 수가 없었다. 박원순, 조희연 등을 'silver lining'으로 볼 수도 있겠지. 하지만 한국은, 특히 박정희의 '성은'을 받은, 혹은 받았다는 환상에 사로잡힌 지역민들은 세월호 같은 사고가 몇 번이 더 나더라도 끝끝내 '박근혜를 지키자'고 할 것임을, 이번에 새삼 확인했다.
'완승·완패 주지 않은 현명한 民心 제대로 읽으라'는 좃선일보의 위대한 조언에 따라, 이제는 정말 한국 정치판에, 사회판에 눈길을 주지 않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한다.
덧붙임 (6월5일, 목): 너 잘 났다라는 비아냥이 들리는 듯하다. 그래도 할 수 없다. 누가 뭐래도, 경천동지 할 일이 벌어져도 꿋꿋하게, 눈 딱 감고 1번을 찍고, 세상 물정을 전혀 모른 채 오늘내일 하는 노친네가 구루마 - 요즘은 뭐 택시나 승용차겠지 - 타고 가서 다른 사람 손에 이끌려 다시 1번을 찍어도, 더 나은 사회를 만들겠다고 북풍한설 속에서 발버둥치며 투쟁하는 사람의 한 표와 똑같다. 똑같은 한 표다. 당신은 이런 상황에 대해 절망감을 느낀 적이 없는가?
2001년 이민 올 때, 친한 친구가 술 자리에서, 날더러 비겁하게 캐나다로 도망간다고 몰아세웠었다. 진심은 아니었다. 이민을 도피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나는, 그 말이 진심이 아님을 알면서도 못처럼 와서 박혔다. 사실은 지금도, '이민이나 가자'라고 말하는 자들을 보면 뺨을 한 대 갈겨주고 싶은 충동을 느끼곤 한다. '이민이나...'라고? 와서 한 번 살아봐라. 그게 이민이나...인지...
각설하고, 한국이 싫다고 떠났으면서 왜 한국 사회에 대한 관심을 못 끄고 감 놔라 배 놔라냐? 입 닥치고 가만 있어라, 라는 말을 듣는다. 나도 그러고 싶다. 그러나 그럴 수 없다. '한국이 싫어서' 떠난 게 아니니 더욱 그럴 수가 없다. 내가 태어난 땅, 내게 생명을 준 저 나라를 어떻게 지우개로 지우듯 잊어버릴 수 있겠는가. 애국가 들리면 눈물 나고, 세월호 참사로 자식 잃은 부모 보면 눈물 난다. 캐나다에서 비슷한 사고가 났더라도 그렇게 깊이 공감하고 울었을까?
이민을 하면, 그는 그 순간부터 국적 없는 사람이 된다고 했다. 그 말의 진실성을 절감한다. 한국인도 아니고 캐나다인도 아니고... 서류 상으로야 물론 캐나다인이지만 내 본색은 죽을 때까지 한국인이다. 그러니 중간에 붕 뜬 회색인으로 살아가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