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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살아가는 것이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습니다ㅠㅠ"


"살아가는 것이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습니다ㅠㅠ"

안산에 사는 친구의 부인이 페이스북에 올린 짤막한 댓글이다. 친구도 그 부인도 안산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 단원고 참사가 알려진 순간부터, 나는 종종 그 친구와 부인을 떠올렸다. 특히 그 부인은 페이스북에 자주 글도 올리고 가르치는 학생들의 이야기와 사진도 종종 올렸었다. 참사 이후, 아무런 글도 사진도 볼 수가 없었다. 두 사람 다, 하염없이 울고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며칠 동안 눈과 마음은 진도로, 팽목항으로, 그 차디찬 원망의 바다로 가 있었다. 제발, 제발...! 머리는 '이미 틀렸다'라고 말하고 있었지만 가슴은 '제발 한 아이라도 더'라는 염원을 버리지 못했다. 주책없이, 뉴스를 보다가, 읽다가 찔끔찔끔 눈물이 났다. 저 생떼 같은 아이들, 저 파릇파릇한 아이들, 크나큰 꿈과 희망으로 가득찬 저 아이들을 어떻게 할까...!

어느 나라에나 사건과 사고가 있게 마련이고 억울하고 안타까운 죽음이 있게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그 억울하고 안타까운 죽음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회가, 체제가, 정권이, 국가가 얼마나 노력하느냐이다. 또 그런 죽음 앞에서 얼마나 깊고 신실한 공감을 보여주느냐이다. 그런 면에서 현 한국 정권은 실패했다. 철저히 실패했다. '이게 나라냐?'라는, 이건 나라도 아니다, 라는 답을 이미 전제한 물음 아닌 물음은, 그러한 실패의 다른 얼굴일 뿐이다.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특히 그 흔한 '악어의 눈물'조차 보이지 않는 이른바 위정자들, 지도층 인사들, 장관들, 고위직 공무원들을 보면서 얼마전에 읽은 켄 폴렛의 소설 '영원한 세상'의 한 구절을 자꾸만 떠올렸다. 저 비정한 인간들과 연관지을 수 있을 법한 글이 있었기 때문이다.

“Human beings have within them something that prevents them from doing such things. It is the ability…no, the compulsion to feel another’s pain. We can’t help it. You, Sir Gregory, could not rape a woman, because you would feel her grief and agony, you would suffer with her, and this would compel you to relent. You could not torture or murder for the same reason. One who lacks the faculty to feel another’s pain is not a man, even though he may walk on two legs and speak English.” 

"인간은 누구나 그 속에 악행들을 하지 못하게 하는 무엇인가를 지니고 있어요. 그건 능력...아니, 다른 사람의 고통을 느끼는 충동이에요. 우리도 어쩔 수가 없어도. 그레고리 경, 당신은 여성을 겁탈하지 못해요, 그 여성이 얼마나 비통해하고 괴로워할지 알고, 당신도 그런 고통을 느낄 것이기 때문이죠. 당신은 같은 이유로 다른 사람을 고문하거나 살해하지도 못합니다. 다른 이의 고통을 느낄 능력이 없는 자는, 설령 두 발로 걷고 말할 줄 알아도 사람이 아니에요."

세월호 참사에, 그로 인해 너무 일찍 귀한 생명을 속절없이 잃고 만 어린 영혼들에 안타까워 하며 눈물 흘리고 비통해 할 줄 모르는 저 정치인들, 저 공무원들, 이런 비통한 상황에서조차 정치적 잇속을 따지고, 어떻게든 면피해보려 좌고우면하는 저 가공할 위선의 정치인들, 저 공무원들이야말로 사실은 인간이 아닌 것이 아닐까? '깔맞춤'으로 노란 잠바 입고 책상 앞에 앉은 저들이야말로 사실은 인간의 감정을 결여한 금수가 아닐까? 

문득, 내가 무슨 헛짓을 하고 있나, 하는 자괴감이 밀려온다. 내 아이들은 무사하구나, 안도하면서 문득 부끄러워진다. ... 

세월호 참사로 목슴을 잃은 분들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