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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과 이성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의 날 선 ‘프라이버시’ 신경전

지난 2월초 마이크로소프트는 뉴욕타임스, USA투데이, 월스트리트저널에 ‘고객 제일주의’(Putting people first)라는 제목의 광고를 게재했다. 구글 계열 서비스들에 흩어져 있던 이용자 정보를 통합하기로 한 구글의 결정이 고객을 위한 것이기보다 더 많은 매출을 올리기 위한 기업 이익의 발로라고 비판하면서, 그에 비해 마이크로소프트는 고객의 프라이버시를 최우선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한 광고였다 (옆 이미지를 클릭하면 좀더 크게 볼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에 따르면 ‘투명성’, ‘단순성’, ‘일관성’ 같은 단어로 포장한 구글의 프라이버시 정책 변경이 가진 의도는 하나밖에 없다. “여러분이 구글의 서비스를 이용해 검색하거나, 메시지를 보내거나, 채팅을 하거나, 동영상을 이용하는 등의 모든 활동 사이에 놓인 연결고리를 찾으려는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정작 이용자들은 “자신들의 개인정보를 통제, 관리하기가 더 어려워진다”라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주장한다. 그리고 그렇게 하는 한 가지 논리적인 이유는 “그들이 수집해 개별 이용자와 연결하는 모든 데이터는 광고주에게 더 큰 가치를 지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구글의 ‘공짜 서비스’는 실상 공짜가 아니라고 마이크로소프트는 경고한다. 그 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이용자들은 각자의 개인 정보를 일종의 사용료로 지불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그와 함께 ‘우리에게 대안이 있다’라고 광고했다. 구글의 지메일에 해당하는 핫메일, 검색엔진인 구글에 해당하는 빙, 클라우드 오피스 소프트웨어인 구글 닥스에 맞서는 오피스365, 그리고 크롬 브라우저에 상응하는 – 시장 점유율에서는 아직 월등히 앞서는 –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대표 선수로 소개되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프라이버시’를 판촉 전략으로 내세운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7년 3월 유럽연합(EU)이 구글의 쿠키 정보 보유 기간이 너무 길다며 적절한 개인정보 보호 정책을 수립하라고 압력을 넣었을 때,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해 야후, 애스크닷컴 등 내로라 하는 검색엔진들이 앞다퉈 '우리의 개인정보 보호 정책은 이런 것'이라고 목청을 높인 적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구글은 당초 쿠키 정보를 2038년까지 보관한다고 했다가 18~24개월로, 그리고 다시 18개월 이하로 그 기한을 줄인 바 있다.
 
그러나 2007년의 ‘쿠키 파동’은 대체로 유럽 시장에 국한된 것이었다. 이번 사안은 시장이 미국이고, 논쟁점도 쿠키 정보에 머무르지 않는다. 전세계의 이용자들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는 구글의 프라이버시 정책이 바뀌는 것이다. 구글의 이번 결정은 산하 60개 서비스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그 60개 서비스들에서 개별적으로 저장되고 관리되던 개인정보가 통합되고 일원화 되는 데 따른 구체적인 영향이나 시사점은 아직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다. 구글은 개인정보의 관리가 더 투명해지고 단순해지며 모든 계열 서비스들에서 일관된 수준의 프라이버시 통제가 가능해진다고 주장하지만, 여러 프라이버시 옹호 단체들과 몇몇 국회의원들은 정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목청을 돋운다. 전자프라이버시정보센터(EPIC)는 구글의 새 프라이버시 정책을 정밀 조사해 달라고 미국 연방무역위원회(FTC)에 요청했다.
 

Image source: Laptop Magazine.

한편 구글은 각계의 의심 어린 눈초리와 비판을 해명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지난 2월1일 구글의 공공정책 블로그는 ‘우리의 프라이버시 정책에 대한 신화를 해명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세간의 몇몇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 중 몇 가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신화: “2011년  구글은 당신과 같은 이용자의 정보를 팔아 360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페어서치의 주장)
사실: “구글은 이용자의 개인 정보를 팔지도, 거래하지도, 빌리지도 않습니다. 광고주들은 검색 키워드에 맞춘 광고를 싣거나, 이용자의 위치나 웹사이트 방문 정보 같은 익명의 데이터에 맞춰 광고를 내보내는 서비스를 이용할 뿐입니다.”
신화: “구글의 프라이버시 정책 변경은 이용자들이 개인 정보를 관리하기 어렵게 만든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주장)
사실: “단언컨대, 프라이버시 컨트롤에는 변한 게 없습니다. 이용자들은 검색 기록, 유튜브 시청 기록을 편집하거나 삭제할 수 있고, 구글 대시보드와 광고 선호도 관리자(Ads Preference Manager)를 통해 구글이 어떤 데이터를 수집하고 어떻게 이용하는지 알 수 있으며, 원하면 자신의 특정 정보를 구글 서비스에서 삭제할 수도 있습니다.”
신화: “구글은 당신의 이메일을 읽는다.” (마이크로소프트의주장)
사실: “본인 이외에는 누구도 당신의 이메일을 읽지 않습니다. 다른 주요 이메일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구글의 컴퓨터는 스팸과 맬웨어를 제거하고, 이용자와 연관된 광고를 띄워주기 위해 메시지를 스캔할 뿐입니다.”
신화: “마이크로소프트의 프라이버시 정책이 구글의 정책보다 더 낫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주장)
사실: “우리는 다른 기업의 정책이나 관리 방식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릴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용자의 프라이버시 현황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프라이버시 대시보드’, 수집된 정보가 어떻게 이용되는지를 보여주는 ‘광고 선호도 관리자’, 이용자가 요청하는 경우 데이터를 삭제해주는 서비스 등은 구글의 프라이버시 정책이 업계 최고 수준임을 보여주는 데 부족함이 없다고 봅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그 같은 데이터 삭제 노력도, 대시보드 같은 이용자 정보 허브도 없습니다. 주목할 것은 마이크로소프트의 프라이버시 정책에 이런 내용이 있다는 점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어느 한 서비스로부터 수집한 정보는 다른 마이크로소프트 서비스로부터 취득한 정보와 결합될(combined) 수 있습니다.”

스탠포드 대학 산하 ‘인터넷과 사회 센터' (Center for Internet and Society)에서 프라이버시와 로봇공학 부문을 책임지고 있는 라이언 케일로 (Ryan Calo) 소장은 “마이크로스프트의 프라이버시 광고를 보고 놀랐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간 여러 기업들이 프라이버시의 중요성과 소비자의 신뢰를 강조해 왔지만 대체로 허언에 그쳤다. 프라이버시를 시장에서의 경쟁 우위 변수로 삼은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모두 프라이버시와 관련해 연방무역위원회의 정밀 내사를 받아야 할 입장이다. 시민단체들과 의회의 요구 때문이다. 구글의 경우 검색 결과에 구글의 소셜미디어 서비스인 구글 플러스의 내용을 포함시키기로 한 결정 때문에 이미 비판을 받아온 터였다. 그럼에도 프라이버시 보호를 판촉 전략으로 내세운 경쟁은 소비자들에게 유익한 일이라고 케일로 소장은 말했다.

프라이버시를 둘러싼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의 신경전은 일회성으로 끝날 공산이 크지만 언제고 다시 불거질 가능성은 매우 높다. 프라이버시에 대한 이용자들의 관심이 높아진 데다 시민단체와 의회 등에서도 인터넷 프라이버시, 특히 소셜미디어의 프라이버시에 대해 큰 우려를 표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성공적인 주식시장 상장으로 더욱 그 위세가 높아진 페이스북은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에 더욱 큰 위협으로 느껴질 것이 분명하고, 그 세력에서는 아직 역부족이지만 꾸준히 이용자를 불려나가는 ‘구글 플러스’를 보유한 구글로서는 프라이버시 정책의 우위를 유력한 판촉 전략이나 이용자 유인 전략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엠톡에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