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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읽는/듣는/훑는 책들

종이책으로 읽는...

마이클 코널리의 'The Drop.' 명불허전. 범죄 소설계의 거장답다. 해리 보쉬는 여전히 매력적이고, 코널리가 꾸며내는 이야기의 사실성과 속도감, 긴장, 스릴 또한 여전하다. "다른 작가들과는 차원이 달라"라는 게 아내의 촌평. 동의.

대체로 플롯의 기발함과 신선함, 범죄 소설의 공식을 다소 변주한 여느 범죄 작가들과 견주어, 코널리는 거기에 문학성을, 현실성을, 사회성을, 그리고 정치성을 녹여낸다. 진도가 빨라 조만간 끝낼 수 있을듯. 현재까지는 당근 10점 만점에 10점.

이 제목도 이중적이다. 하나는 피 한 방울이라는 뜻, 다른 하나는 건물에서 떨어지는, 추락. 해리 보쉬가 수사하는 두 사건을 한 마디로 잘 요약한 제목이다.



전자책으로 읽는... 

테리 팰리스(Terry Fallis)라는 캐나다 작가의 히트작 'The Best Laid Plans'. '완벽하게 짠 계획'이라는 뜻인데, 로버트 번즈의 시에서 따온 표현이기도 하다. 생쥐와 인간이 세운 가장 완벽한 계획도 흔히 잘못될 수 있다라는...보수당의 압승이 불을 보듯 뻔한 동네에서, 전혀 엉뚱한 자유당 후보를 내세워 선거 운동을 벌이는 이야기이다. 


이 책은 정치풍자 소설의 한 획을 그었다는 평을 들을 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 캐나다 (특히) 정치와 사회에 대한 풍자가 여간 흥미롭지 않다. 유쾌하고 유머러스하다. 워낙 인기를 끌어서 속편도 최근에 나왔다. 

작가의 문장은 재치있고 간결하면서도 단정하고 날카롭다. 문장을 살짝 비틀면서 약간은 냉소적으로 인물과 사건을 묘사하고 풍자하는데, 읽어가면서 큭큭 웃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 많다. 문득문득 폴 콜린스의 문체와 닮았다는 생각도 든다. 

너무 캐나다스럽다는 게 단점이지만 잘만 번역한다면 한국에서도 먹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블랙베리의 태블릿 '플레이북'(Playbook)에 깔린 코보 리더 앱으로 읽는중. 구입한 것은 1년쯤 전인데, 이제사 읽기 시작했고, 곧바로 빠져들어서, 최근에 나온 속편까지 같은 전자책으로 구매했다. 이것도 곧 2권으로 넘어갈듯. 별 다섯에 다섯.


귀로 듣는... 

제프리 유제니디스 (Jeffrey Eugenides)의 'The Marriage Plot' (결혼 계획? 결혼의 구성? 음모?)을 오디오북으로 듣는 중이다. 총 13장중 9장째를 듣고 있다. 버스 기다릴 때, 버스 안에서 너무 졸릴 때, 버스에서 내려 집이나 회사로 갈 때, 회의차 다른 빌딩으로 이동할 때, 틈틈이 듣는다. 무.지.하.게. 재밌다!!! 한 마디로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이나 '이성과 감성' 류의 플롯을 현대식으로 비틀면서도, 현대의 이성과 감성, 성 모랄을 더한, '참 영리한 책' 같다. 

처음에는 작가의 절륜하고 절묘한 표현들에 끌렸고, 곧 이야기 자체의 매력에 빠졌다. 두 남녀, 혹은 두 남자와 한 여자의 이해와 오해, 사랑과 증오를 다채로운 배경과 사건에 적절히 버무려냈는데, 서로 교차되어 소개되는 남자 주인공 1 (미첼)과 여자 주인공 (매들린, 혹은 매디)의 이야기, 그리고 매디와 동거남 레너드 (남자 주인공 2)의 이야기가 자못 흥미롭다. 다 듣고 나서 종이 책을 구해서 다시 읽어보려 한다. 인용하고 싶은 재치 만점의 표현들이 워낙 많이 나온다. 2011년에 큰 화제를 모은 책이다. 들어보니 과연 그럴 법하다.

훑는... 

그 동안 달리기와 관련된 책을, 더러는 사고, 대개는 도서관에서 빌려봤고, 보는 중이다. 아래 네 권은 목하 독서 중. 이 중 'Run Less Run Faster'는 구입하려 한다. 지금까지 본 책들 가운데 가장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훈련법을 소개한다. 제목 자체는 실제 책의 내용을 다소 곡해시키는 듯. '달리기 전문의의 건강한 달리기 지침'은 처음부터 구입한 책. 최신 정보를 꼼꼼하고 자세하고 친절하게 잘 풀어놓았다. 심작 박동에 따른 달리기 훈련법은 기술적인 면이나 과학적인 면에서는 가장 현명하고 효율적인 것이지만 본인의 최대 심장 박동수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면 따라하기 어렵다. 

달리기와 관련한 책들로는 이것 말고도 무수하게 빌려서 훑었다. 지금도 천천히 읽어가는 Hal Higdon의 마라톤 가이드가 그 중 하나. 하나둘 배우고 익히면 익힐수록 참 어렵고 깊다. 그저 두 다리를 뛰면 그만이라 여겼던, 그 단순무식해 보이는 달리기조차 이럴진대, 다른 활동이나 행위, 학문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