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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ock Artist ... 시각과 발상의 참신한 뒤집기

책 제목: 자물쇠의 장인 (The Lock Artist)
지은이: 스티브 해밀턴 (Steve Hamilton)
출판사: 미너토어, 혹은 미노타우로스 (Minotaur)
형식: 하드커버
분량: 304페이지
언어: 영어


필론의 추리소설 블로그를 보고 호기심이 발동해 도서관에서 빌려본 책이다. 보길 잘했다. 정말 재미있는 소설이다. 

마이클은 여덟 살때 끔찍한 사고를 당하고도 살아남아 언론에 "기적의 어린이"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 사고의 충격으로 말을 하지 못한다. 대개는 몸짓과 표정만으로, 긴 대화는 필답으로 소통할 뿐이다.

그에게는 남다른 재능이 있다. 바로 자물쇠를 여는 능력이다. 비상한 감각과 천부적 재능으로 어떤 금고든 열 수 있는 그의 재능은, 그러나 은총이 아니라 저주로 기능한다. 그의 재능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범죄자이고 악한들이기 때문이다. 그가 이 범죄자에서 저 범죄 그룹으로, 다시 다른 범죄 그룹으로 옮겨다니며 금고를 터는 '전문 금고털이' (boxman)가 된 것은 따라서 필연에 가까웠다. 
 

소설은 마이클의 시선에서 전개되고, 시간적 배경은 주로 고등학교 시절을 그리는 과거 시점과, 이런저런 의뢰를 받아 '박스맨' 노릇을 하는 현재 시점 사이를 마치 시계추처럼 오간다. 그의 삶은 온전히 자폐증적이지만 드물게 그를 이해하는 사람도 있다. 그 사람이 바로 마이클의 오직 하나뿐인 사랑이자 구원이다. 마이클은 어떻게든 지금의 궁지를 벗어나 그 사랑에게 돌아가고 싶지만 길이 보이지 않는다. 그 때 찾아온, 위험하지만 유일한 출구가 될 것 같은 기회. 마이클은 그 한 번의 도박으로 모든 것을 접자고 마음 먹는다. 

이 소설은 2011년의 에드거 상 수상작이다. CWA 이언 플레밍 스틸 대거 (
CWA Ian Fleming Steel Dagger) 상도 받았다. 작품성을 충분히 인정받았다는 뜻이다. 

나는 무엇보다 발상의 전환에 이끌렸다. 그리고 주인공의 독특한 상황에 매력을 느꼈다. 형사나 기자처럼 범인을 쫓는 사람이 아니라, 쫓기는 사람의 시각으로 서술된 소설은 결코 드물지 않다. 범인이 엽기적 살인마인 경우에는 그의 비틀린 세계를 드러낼 목적으로 더 자주 애용되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이 소설의 경우처럼, 범인이면서도 순정한 영혼을 가진 인물을 화자로 만난 경우는 거의 없었다는 생각이다. 

중견작가인 스티브 해밀턴은 이야기를 어떻게 끌어가야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는지 훤히 알고 있는 듯하다. 충격적인 사건이 줄줄이 터지는 것도 아니고, 중뿔난 액션이 시시때때로 벌어지는 것도 아닌데, 독자는 계속 마이클의 생각과 행적을 뒤쫓는다. 그의 범상치 않은 배경에 끌리기 때문이고, 도대체 여덟 살때 겪은 끔찍한 사고가 무엇인지 궁금하기 때문이며 (거의 마지막에 가서야 그 내용이 나온다), 그가 온갖 유형의 금고를 여는 과정이 스릴과 긴장을 자아내기 때문이고, 뜻하지 않게 10대의 낭만적 로맨스까지 맛깔스럽게 끼어들어 독자의 가슴을 졸이게 하기 때문이다. 

복잡다단한 플롯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재미있을 수 있음을 보여준 소설. 이야기의 힘을 잘 드러낸 소설이다. 
별 다섯에 네개 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