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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과 이성

울트라북 Dell XPS 13

2월초 새 노트북을 장만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구입한 델의 XPS 13이다. 이전 모델과 구별하기 위해 보통 'New'를 붙인다. 'Dell New XPS 13'이라는 식으로...여느 노트북보다 얇고 가벼워서 '울트라북'이라고 부르는 종류다. 델에서 막 나온, 무려 '5세대' 인텔 코어 i5 프로세서를 장착해서 이전 모델보다 30% 이상 에너지 효율성이 높아졌다고 한다. 

이 노트북을 사면서 지난 3개월여 동안 써 온 마이크로소프트의 서피스 프로 3 태블릿/랩탑과는 작별했다 (서피스 프로 3에 대한 포스팅). 가격 대 성능비, 특히 화면의 해상도 면에서 나무랄 게 없었던 제품이었지만 키보드가 가장 큰 문제였다. 그 정도 두께로 그 정도 터치감을 낸다는 건 칭찬할 만했지만, 노트북을 주로 글 쓰는 데 쓰는 나로서는 도저히 용납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특히 레노버의 환상적인 키보드 디자인과 설계에 익숙한 나로서는, 서피스 프로 3의 키보드가 수준 이하로 여겨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고민 고민하다가, 온라인 중고 시장인 키지지(Kijiji)를 통해 800달러에 팔았다. 반품할까 말까 고민하면서 운영체제를 초기화 상태로 서너 번씩 되돌리곤 했던 12월 무렵에 과감히 반품했더라면 제값을 고스란히 돌려받았겠지만 엎질러진 물을 어찌하랴! 그래도 800달러 씩이나 받을 수 있었다는 걸 위안으로 삼았다.



XPS 13은 우연히, 그리고 운좋게도, 마이크로소프트 캐나다 사이트를 통해 아주 싼 값에 살 수 있었다. 제품이 막 나와서 다른 온라인 사이트에서는 아직 찾아볼 수도 없는 상태였고, 델 사이트에서는 i3 프로세서를 쓰는 기본 모델이 999달러였는데, 어쩐 일인지 마이크로소프트 사이트에서는 i5 프로세서를 쓰는 상위 모델이 899달러였다. 이걸 질러 말어? 하며 고민 중이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809달러로 다시 세일이란다. 일종의 번개 세일? 그래서 결국 질렀다. 세금 포함 906달러. 서피스 프로 3을 처분한 값에다 100달러쯤 더 내는 셈이니 상대적으로 부담도 덜했다. 그렇게 주문한 직후 값은 다시 제자리(?)를 찾았고, 지금 그 사이트에 가보면 i5 모델이 999달러다. i3 모델이 949달러, i5에 8GB 메모리인 모델이 1199달러인 델 사이트보다는 여전히 싸지만, 내가 살 당시보다 200달러 가까이 더 비싸졌다. 아마 물건을 납품 받고 값을 정하는 과정에서 뭔가 혼동이 있었던 걸까? 어쨌든 쓸데없이 흐뭇하다. 

 


내가 구입한 XPS 13은 프로세서만 중간급인 i5이지 다른 사양은 다 기본이다. 메모리 4GB, 하드드라이브 128GB SSD(윈도우 8.1 프로가 아닌) 윈도우 8.1 64비트. 게다가 스크린은 터치 기능이 없는 일반 스크린이다. 하지만 나는 메모리가 메인보드와 일체화 되어 있어서 (위 사진의 붉은 테두리 부분, 출처: iFix) 사실상 업그레이드가 불가능하다는 점만 빼면 아무런 불만도 없다. 터치 기능이 없어도 불편한 줄 모르겠고, 하드 드라이브 용량도 적다고 여겨지지 않는다. 메모리가 부족해서 컴퓨터가 느리다는 느낌도 전혀 없다. 더구나 10시간이 넘도록 아무런 문제 없이 컴퓨터를 쓸 수 있는, 어마어마한 배터리 용량 - 아니면 컴퓨터의 에너지 효율성? -은 더없이 마음에 드는 대목이다 (The Verge에서는 이 제품을 리뷰하면서 배터리 사용 시간을 가장 큰 단점으로 꼽았는데, 이는 역설적으로 그만큼 랩탑의 배터리 효율성이 높아졌다는 뜻일게다. 대체 얼마나 오래 써야 10점 만점에 8점이나 9점을 줄 건데? 그리고 이 사이트를 포함해 북미 지역의 테크 사이트들은 애플 제품에만 지나치게 후한 점수를 주는 악습에 젖어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애플 중독).



XPS 13의 포장을 뜯어 열어 보는 순간, 나는 지금까지 써본 노트북 중 최고라는, 혹은 최고 중 하나일 거라는 느낌을 문득 가졌다 (사람 마음이 간사하지만, 솔직히 서피스 프로 3를 열었을 때 이런 느낌이 들지는 않았다는 점은 분명하다). 무엇보다 두께와 크기가 놀라울 정도로 얇고 작았고, 그러면서도 대단히 튼실하게 잘 만든 제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하나 허투루 디자인한 데가 없어 보였다. 게다가 모니터의 유리가 튼튼하기로 유명한 '고릴라 글래스'라던가? 이어폰 잭 바로 옆의 버튼을 누르면 배터리 용량이 바로 확인되도록 한 점도 인상적이다. 또 노트북 바닥에 적힌 컴퓨터의 시리얼 번호를 여닫이 뚜껑으로 막아놓은 것도 세밀한 배려를 엿볼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다. 컴퓨터로 듣는 음질도 놀라울 정도로 깨끗하고 풍부하다. 아래 사진들은 집에 있는 다른 랩탑과 나란히 놓고 찍어본 사진들이다.



'뉴' XPS 13에서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특장은 크기에 비해 화면이 매우 커보인다는 점이다. 13.3인치 스크린이지만 정작 노트북의 외양은 12인치나, 심지어 11인치 랩탑과 비슷할 만큼 작다. 위 사진들에서 볼 수 있듯이, 크기는 레노보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약간 작은데, 화면은 오히려 더 크다. 스크린과 그 스크린을 둘러싼 베즐(Bezel)이 그보다 더 얇을 수가 없다 (아래). 노트북을 연 채로 베즐 어느 부분인가를 손가락으로 잡으면 화면 구석에 지문이 묻을 정도이다. 그러다 보니 카메라를 스크린 상단 가운데가 아니라 하단 왼쪽에 배치하는 변칙까지 나왔다 (아래 사진을 자세히 보면 스크린 하단 왼쪽에 작은 원이 보인다. 그게 카메라다. 셀프 카메라를 찍을 때 카메라의 위치가 남다르다 보니 위치 조정하기도 어렵고, 퍽 어색하다. 하지만 내게는 별로 큰 문제로 여겨지지 않는다. 




써본 지 채 한 달밖에 안됐지만 이 컴퓨터의 거의 모든 게 마음에 든다. 1920 X 1280의 해상도도, 프로그램 두 개 정도를 동시에 띄워놓고 서로 참조하며 글을 쓰거나 번역하기에 적당하다는 생각이다. 아직도 간헐적으로 쓰는 레노버 씽크패드 X220의 1366 x 768 해상도는 영 미흡하다. 그렇다고 서피스 프로 3의 2160 x 1440이나 그 이상으로 해상도가 높아지면, 문서 작업을 하는 데는 도리어 지나치다. 어쨌든 지금 내가 델에 내리는 별점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