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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과 이성

마이크로소프트 서피스프로 3


11월20일(목) 마이크로소프트의 태블릿PC ‘서피스 프로 3’(Surface Pro 3)를 구입했다. 학생 할인을 받았다. 학생은 아니지만 온라인에서는 그게 통용된다. 학생증을 제시하라거나, 재학 중이라는 구체적 증명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 값을 가지고 근처 전자제품 상점인 퓨처샵 (Futureshop)에 가서 이 값에 팔겠느냐고 물었다. 학생증이 있느냐, 재학 증명서가 있느냐 등등 약간의 실랑이가 있었지만 내가 온라인 주문 내역을 보여주자 결국은그 값을 맞춰줄 수 있노라고 했다. 안 된다고 하면 온라인으로 주문하고 며칠 기다리면 그만 아닌가. 


혹시나 자전거로 퇴근하다가 넘어지면 써보기도 전에 망가뜨릴까봐 수건 두 장으로 돌돌 말고, 양 옆에 다른 옷가지로 완충 장치까지 만들어 잘 싸서 가방에 넣어 갔다 (서피스프로3 광고 영상).



하루 밖에 안 써봤지만 여러 모로 불편하고 어색하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는 태블릿과 랩탑의 장점을 다 갖춘 하이브리드라고 광고했지만 내가 보기에는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모양새다. 태블릿이라고 하기에는 그만한 편의성과 휴대성이 모자라고, 랩탑이라고 하기에는 키보드가 미흡하다. 격자형 인터페이스의 태블릿형 운영 체제와, 기존 컴퓨터의 윈도우 운영 체제는 서로 조화롭게 공존하지 못하고 곳곳에서 버석거리고 삐걱거린다. 


태블릿 쪽만 놓고 보면 지금까지 주로 사용해 온 안드로이드 기반의 구글 넥서스7보다 못하고 (아이패드/미니까지는 아예 갈 필요도 없다), 랩탑 쪽만 보면 레노버 씽크패드 X220보다 못하다. 넥서스7보다 못하다는 건 도무지 쓸 만한 앱이 없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그나마 있는 몇 가지 앱들, 내 경우 뉴욕타임스나 글로브앤메일 같은 뉴스 앱들을 주로 쓰는데, 마이크로소프트용 앱들은 턱없이 부족하다. 꼭 맛보기 용으로 찔끔찔끔 뉴스의 일단만 보여주는 것 같다. '일'을 위한 랩탑 용도로 보면, 아무리 키보드가 서피스 2 시절보다 향상되었다고 하지만 레노버의 '환상적인' 키보드 터치감과는 비교 불가다. 그러니 태블릿 기능과 랩탑 기능을 두루 갖췄으되 어느 한 쪽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The Verge의 리뷰). 


하지만 그런 아쉬움과 부족함은 익히 예상했다. 내가 서피스 프로 3를 원한 이유는 업무도 업무지만 주로 문서를 읽는 용도로 활용하기 위함이었다. 지금 쓰는 레노버 씽크패드 X220 랩탑의 1366x768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해상도가 높아서 (2160 x 1440), 비슷한 크기의 화면 (12.5 인치 대 12인치)이면서도 거의 두 배 가까이 넓게 활용할 수 있고, 무엇보다 PDF 파일이나 지니오(Zinio)의 전자 잡지를 용이하게 보고 읽을 수 있다. 그런 용도가 얼마나 잘 충족될지는 앞으로 쓰면서 판단할 수 있겠지.


사족. 어제 저녁 서피스 프로 3를 보더니 성준이가 쪼르르 달려와, “wow, it’s so cool. I’d love to have one for me too”란다. 그러면서 자기가 몇 살이 되면 이런 걸 사줄 수 있느냐고 묻는다. 그래서 글쎄, 했더니, 확고하게 나이를 대란다. “Fifteen?” 했더니 너무 멀단다. “How about ten?” “No, you’re still too young to have this.” “How about twelve, then?” “O.K.” 그래서 열두 살 때 성준이에게 이런 걸 - 아마 그 땐 다른 모양이거나 전혀 다른 기기일 수도 있지만 - 사주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