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러닝|사이클링

달리기 vs. 걷기


달리기와 걷기 중 어느 것이 더 건강에 좋을까? 둘 다 좋겠지, 별걸 다 비교한다, 라고 할 수도 있겠다. 내 생각도 그랬다. 그런데 뉴욕타임스에 실린 그레첸 레이놀즈의 칼럼을 읽어보니 자못 흥미롭다. 스포츠 의학 분야에서 진행한, 그 둘을 직접 비교하는 연구 결과가 실렸다. 그에 따르면 답은 '목표하는 바가 무엇이냐에 따라 다르다'라는 것이다.


예컨대 살을 빼는 게 목표라면 달리기의 완승이다. 지난달 출간된 '스포츠와 운동에서의 의학과 과학' 저널에 실린 한 연구 결과가 그렇다.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의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가 15,237명의 보행자와 32,215명의 달림이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다. 이들은 처음 연구에 참여하기 전에 몸무게, 허리 둘레, 식습관, 그리고 평균적인 주당 보행/주행 거리를 제출했고, 6년 뒤에 같은 내용을 측정해 비교했다. 조사에 처음 참여할 때부터 대체로 달림이들이 보행자들보다 더 호리호리했고, 그런 체형은 그 뒤로도 계속 유지됐다. 몸무게와 허리 둘레도 보행자들보다 훨씬 더 잘 유지되었다. 양쪽의 차이는 특히 55세 이상에서 더욱 뚜렷했다. 


왜 달리기가 걷기보다 체중 관리에 더 효과적인지는 분명치 않다. 달리기가 걷기보다 더 힘들고, 시간당 칼로리 소모량도 더 많으니 당연한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실상은 그렇게 간단치가 않다. 걷기로 달리기에 해당하는 거리를 채우고, 달리기만큼의 칼로리 소모량을 달성해도 결과는 마찬가지로 보이기 때문이다.


레이놀즈가 한 가지 이유로 제시하는 것은 달리기가 식욕에 끼치는 영향이다. 지난해 '비만 저널'에 실린 한 연구는 9명의 여성 주자와 10명의 여성 보행자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와이오밍대의 운동생리학 랩은 이들을 트레드밀에서 한 시간 동안 걷거나 뛰도록 했다. 그 동안 전체 에너지 소비량을 모니터하면서, 식욕과 관련된 특정 호르몬의 수준도 점검했다. 


한 시간의 걷기/달리기가 끝난 뒤 이들을 부페 음식이 놓인 방으로 보냈는데, 보행자들은 허기를 느껴 트레드밀에서 걸으며 소비한 양보다 50칼로리 정도를 더 섭취한 반면, 달림이들은 소비한 양보다 거의 200칼로리 정도를 덜 섭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말하자면 걷기는 식욕을 북돋운 반면, 달리기는 도리어 식욕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었다. 어렸을 적 종종 들었던 '뛰는 건 배고파도 할 수 있지만, 걷는 건 배고프면 못한다'라는 말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따라서 결론은 적게 먹으려거든 달리라는 것. 



하지만 다른 분야에서는 달리기보다 걷기가 더 유익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발표된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걷기와 달리기 모두 고혈압의 위험성을 현저히 줄여주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그 효과의 수준 면에서는 걷기가 9%로 4.5%의 달리기보다 더 높았다는 것. 


걷기나 달리기나 건강에 좋다는 점은 분명하다. 또 하나 분명한 것은 아무런 운동도 하지 않는 것의 위험성인데, 앞의 식욕 테스트에서 보행자들의 경우는 50칼로리 정도를 더 섭취하는 데 그쳤지만, 아무일도 하지 않고 소파에 앉아 있다가 허기를 느껴 음식을 섭취하는 경우는 그간 소비한 - 내내 앉아 있었으니 얼마나 많이 소비했을까? - 수준보다 무려 300칼로리나 더 많았다는 사실이다. 운동 안하고 먹기만 하면 살이 찌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렇게 과학적 수치를 들이대니 그 실감이 더욱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