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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사이클링

달리기...깊어가는 새알밭의 가을

월요일이지만 출근하지 않았다. 재택 근무다. 아내가 에드먼튼의 글렌 로즈 병원에서 하는 오티즘 관련 강좌를 들으러 가 있는 동안 내가 성준이와 동준이를 건사해야 하기 때문이다. '건사'라고 해야 하교하는 아이들을 마중나가는 일, 아내가 다 준비해둔 점심을 데우는 일, 그리고 아내를 데리러 병원에 가는 일 정도니까 사실 별로 내세울 일도 아니다. 


시간이 어정쩡해 아침 10시쯤 동네 근처를 달렸다. 마라톤을 뛴 지 일주일 남짓 지났으니 이제 슬슬 다시 본 궤도로 진입할 시기다. 첫 주는 팍 쉬고, 둘째 주는 평소 주행 거리의 30% 정도, 셋째 주는 60-70%, 그리고 넷째 주부터 정상 수준으로 복귀하는 게 마라톤 이후의 '회복의 정석'이다. 지난 토요일에 6마일 정도를 뛰었고, 일요일 하루를 쉬었다. 오늘은 3마일(약 4.8km) 정도를 천천히 뛰었다. 뛰기 전에 몸 풀기 5분, 뛰고 난 후 다시 숨 고르기 5분은 기본이다. 


오랜만에 카메라를 들고 뛰었다. 우리 동네의 가을, 바삭바삭 스쳐 지나가는 가을의 편린을 담아볼 욕심 때문이었다. 새알밭 곳곳은 깊어가는 가을의 아쉬움으로 가득했다.


낙엽송인 타마락(Tamarack). 침엽수지만 가을에 단풍의 아취를 보여준다. 낙엽수다. 노랗게 물든 타마락은 섬세하고 연약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새알밭은 대체로 편평하지만 군데군데 언덕도 있어서 내려다보는 맛을 주기도 한다. 저 멀리 보이는 박스형 건물은 캐나다 남자들의 로망 '캐네이디언 타이어'다. 캐나다판 홈 디포라고 보면 된다. 남자들이 좋아하는 온갖 공구가 다 있다.


언덕이다. 다소 미흡하긴 해도 비탈 오르기 연습을 하기에 좋다. 소나무와 물푸레 나무가 섞여 서 있다. 길바닥을 덮은 잎의 출처는 물론 후자다. 


자로 잰 듯 똑바른 도슨(Dawson) 길. 무척 멀게 느껴지지만 막상 뛰어보면 1마일도 안된다. 1.2km 정도 되는 것 같다. 가로수를 따라 그늘이 잘 만들어지기 때문에 무더운 여름철 코스로 그만이다.


포플라와 가문비 나무가 선 언덕. 아침 햇살에 반짝이며 흔들리는 포플라 잎이 여간 멋지지 않다. 


새알밭의 간선 도로 중 하나인 지루(Giroux) 길. 이름처럼 지루하지만은 않다 ㅎㅎ (물론 시시껍절한 농담이다. 지루는 이곳의 여러 지명의 출처가 그렇듯이 사람 이름이다).


나는 햇빛을 받아 반투명으로 말갛게 빛나는 잎사귀들에 특히 매력을 느낀다. 햇살에 속살을 내비치는 잎들의 아름다움은 실로 눈부시기 그지 없다. 사진 찍기에 눈부신 햇살만큼 좋은 재료도 없는 것 같다. 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아무르(Amur) 단풍, 다시 아무르 단풍, 마가목 (Mountain Ash), 그리고 적단풍 (Red maple). 적단풍은 잎사귀의 파인 모양으로 보아 적단풍과 은단풍의 잡종 같다. 


동네 어디를 가나 보도는 낙엽들로 버석거린다. 그런 잎들을 볼 때마다, 바람에 이리저리 밀려다니는 잎들을 볼 때마다 TV 드라마 'Game of Thrones'에서 들었던 대사가 자꾸만 떠오른다. "Winter's coming." 겨울이 오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