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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사이클링

몬태나 미줄라 마라톤

지난 일요일(7월8일)은 정말 길고 고된 하루였다. 몬태나 주의 미줄라 마라톤 (Missoula Marathon)을 뛰었고, 달리기 직후 12시간 넘게 차를 몰아 집에 돌아왔다. 새벽 4시30분에 몬태나 주에서 시작된 일요일 하루는 밤 11시가 넘어 새알밭에서 끝났다. 


하프/마라톤 대회에서 달리기에 버금갈 정도로 어려운 일은 새벽에 일어나는 것이다. 멀리 달리기에서 중요한 것은 미리 영양을 보충해두는 일인데, 그러자면 달리기 전 적어도 두세 시간 전에 뭔가 먹어둬야 한다. 아침 6시에 출발이라면 늦어도 새벽 4시나 4시30분에는 일어나서 식사를 하고 물을 마셔야 한다는 이야기다. 전날 밤에 일찍 잠들면 그래도 덜할텐데, 늦게까지 잠을 못 이룬 경우에는 새벽에 일어나기가 더욱 힘겹다. 이번 경우가 그랬다. 동준 성준 두 녀석이 10시가 넘어도 잘 생각을 안하는 바람에 11시가 넘어서야 겨우 눈을 감을 수 있었다. 


몇 분이라도 더 자야겠다는 생각에 4시로 맞췄던 아이팟의 알람도 30분 늦췄다. 겨우 눈을 떠서 아내가 몬태나까지 싸온 햇반과 깻잎 통조림으로 이른 아침을 먹었다. 그리곤 5시10분쯤 아이들을 억지로 깨워 차에 태웠다. 내비의 힘을 빌려 난생 처음 가보는 출발지로 향했다. 몬태나에 와서 유독 엉뚱한 장소를 짚어주곤 한 내비가 다소 못 미덥긴 했지만 달리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미줄라 마라톤은 올해로 여섯 번째지만 대회 운영은 그보다 유서 깊고 규모도 더 큰 밴쿠버 마라톤이나 캘거리 마라톤에 못지 않았다. 하프 마라톤과 마라톤의 출발지를 구분해 놓아 혼잡하지 않아 좋았고, 특히 코스 중간중간에 설치된 식수대에서 물과 스포츠 음료뿐 아니라 에너지 젤까지 나눠주는 데 좋은 인상을 받았다. 출발 신호가 옛날 대포를 쏘는 것이어서 깜짝 놀랐다. 코스도 좋았다. 하프 마라톤의 경우 장성한 가로수가 그늘을 지우는 널찍널찍한 동네 골목을 잘 골라, 설령 햇볕이 따가운 경우라도 일사병을 걱정할 일은 없어 보였다. 동네 주민들이 곳곳에서 스프링클러를 도로 쪽으로 틀어놓아, 땀에 젖은 달림이들이 몸을 식힐 수 있게 해준 점도 좋았다. 도로 곳곳에서 응원을 보내는 사람들, 도로 네거리에서 교통 정리에 바쁜 경찰들은 다른 대회에서도 만났던 친숙한 풍경이었는데, 그 중 특히 인상적인 것은 어느 집 잔디밭에 가설된 소형 텐트 아래에서 턱시도 차림으로 피아노를 연주로 달림이들을 북돋우는 연주자였다 (아래 사진).

더없이 신선하고 인상적이면서도 큰 힘이 된 장면. 피아니스트가 야외에서 진지한 연주로 달림이들을 응원하고 있었다. 미줄라 마라톤의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퍼왔다.


다음에 또 뛸 기회가 올지는 모르지만 미줄라 마라톤의 아담한 규모와 깔끔하고 잘 준비된 운영 방식에 좋은 인상을 받았다. 몸의 컨디션도 지난 두 하프 마라톤에 견주어 가장 좋았다. 기록 자체는 밴쿠버에서 가장 잘 나왔지만 구간별 기록이 둘쭉날쭉이었던 데다 초반에 오버페이스를 해서 후반에 힘들었다. 캘거리에서는 그 정도가 더 심했다. 미줄라에서는 그런 실수를 하지 않았다. 전반보다 후반에 속도를 붙이는 이른바 '네거티브 스플릿'(negative split)을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전 구간을 1마일당 8분 미만에 뛰는 데 성공했다. 기록은 1시간40분.


달리기 패키지를 받는 마라톤 엑스포. 야외 텐트에서 행사를 진행했다. 다양한 스포츠용품 코너, 도시와 주의 관광 판촉 코너 등이 방문객을 받고 있었다.


날씨가 흐드러지게 좋았다. 햇볕은 따가울 정도였고, 습도도 높았다. 기온은 33도를 넘었다.


아내가 찍어준 사진. 6마일이나 7마일 구간이었던가?


마라톤 사진 전문 기업에서 찍은 사진 중 하나. 미줄라 마라톤이 마음에 든다 마음에 든다 했더니 사진까지 공짜로 내려받을 수 있게 해주었다. 밴쿠버와 캘거리 쪽은 장당 20불 넘게 부르는 바람에 사는 걸 포기했었다.


마침내 골인!


달리기를 마치고. 동준이가 딴 곳을 보는 사이에 사진이 찍혔다.


완주 메달. 전형적인 원형 대신, 달림이와 몬태나의 상징이라 할 말발굽을 잘 조합해 멋지고 독특한 메달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