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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사이클링

먼지, 그리고 흙탕물과 함께 오는 봄

오늘 갑자기 기온이 올라갔다. 그냥 올라간 수준이 아니라 '치솟은' 수준이다. 아침부터 영상이더니 점심 무렵에는 두자리 수를 넘어섰다. 나갈 때는 9도였는데, 돌아와 다시 확인하니 12도다. 늘 입던 재킷을 벗고 반팔로 나섰다. 그래도 불어오는 바람이 차갑지 않았다. 마치 도둑처럼, 그렇게 갑자기 봄이 찾아온 것 같았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누군가가 "이제 봄인가봐" 했더니 "너 지금 산통 깬 것 알지?" (You just jinxed it, you know)라고 농담 했다. 아직 3월 중순도 안된 마당에 영상이라고? 이곳 사람들은 반가워 하는 게 아니라 도리어 불안해 한다. 언제 어느 때 또 기온이 곤두박질 치고, 눈보라 쳐대려고? 하는 눈치다. 하지만 대개는 "있을 때 즐기자"라는 주의. 내일 눈보라가 치든 비바람이 불든, 오늘 이렇게 쾌청하니, 그저 그것으로 충분하다!

이곳은 뽀송뽀송하다. 천장이 있는데 당연하지. 그래도 눈이 내리면 바람에 실려 소복하기 쌓인다. 이 길의 끝에서 아래로 내려가는데 온통 진창 길이어서 되돌아와 다른 길을 탔다.

그 다른 길이다. 눈 녹은 물이 곳곳에 웅덩이를 만들었지만 대체로 견딜 만했다. 저 위로 지나가는 다리가 'High Level Bridge'다. 누가 높은 수준 아니랄까봐...

약간 언덕으로 올라가면 물이 빠져 달리기에 괜찮다.

그리곤 이 다리를 건넌다. 맨 첫 사진의 다리 대신 이 다리로 '노쓰 사스카체완 강'을 건넜다. 바닥이 나무라서 느낌이 좋다.

노쓰 사스카체완 강. 강폭의 3분의 2는 아직 눈에 덮여 있다. 검은 빛 도는 물이 말해주듯 수심이 꽤 깊다. 저 멀리 '하이 레블 교'와, 인도교가 보인다.

긴 언덕을 오르기 직전 고개를 돌려 찍은 사진. 물 웅덩이가 많다. 에드먼튼의 봄은 이처럼 흙탕물과 함께 온다. 그래도 지난 겨울에 견주어 적설량이 적어서, 물 웅덩이의 재난도 훨씬 덜할 것으로 기대한다.

지난 수요일에 처음 발견한 긴 언덕길이다. 800~1,000m쯤 되는 것 같다. 언덕 오르기 훈련하는 데 최적이다. 그 전까지는 저 언덕 너머의 다른 길만 뛰어 왔다.

지금까지 올라온 길. 비탈길을 뛰는 것은 힘들고 괴롭기는 하지만 지구력을 기르는 데 최고다. 언덕을 다 올랐을 때의 성취감도 여간 크지 않다. 앞으로 자주 이용할 생각이다.

그렇게 언덕을 올라오면 하이 레블 다리와 이어진다.

하이 레블 브리지의 트레일. 걷는 사람, 뛰는 사람, 자전거 타는 사람이 공용하는 길이다. 별로 붐비지는 않는다.

하이 레블 다리에서 오른쪽으로 바라본 풍경. 맨 오른쪽 건물은 에드먼튼에서 가장 큰 생활체육 센터인 '킨스멘 센터'의 일부이고, 강 건너는 에드먼튼 다운타운의 일부다. 앨버타주 의사당이 보인다.

이제부터는 계단 오르기. 1층에서 들어가는 문은 늘 잠겨 있어서 좋든 싫든 2층까지는 엘리베이터를 타야 한다. 여기에서부터 11층까지 뛰어오르기. 샤워실이 도서관이 있는 11층 한 귀퉁이에 있다. 내 사무실은 10층. 아침 출근 때나, 외출했다 돌아올 때 늘 계단을 이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