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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얘기

바다가 보이는 언덕

어제는 날씨가 맑았다. 화창했다. 시계도 좋았다. 그래서 잠깐, 집 근처를 산보했다. 집 근처 동네중 가장 그럴듯한 곳이 '리지우드 로드' (Ridgewood Road) 부근이다. 지대가 높아서 바다가, 아니 호수가 보인다. 사실 영어로는 그냥 비치 (beach)라고 하니까 해변인지 호변인지 구분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말에서는 그게 차별된다. 

온타리오 주는 바다와 면해 있지 않다. 따라서 온타리오 주에는 바다가 없다. 그러나 5대호 중 하나인 온타리오 호수는 '바다'라고 불러도 크게 손색이 없어 보인다. 특히 부족하기 짝이 없는 사람의 눈으로 바라보기에 이건 바다와 다를 바 없다. 물이 짜지 않다는 점, 파도가 높지 않다는 점 정도가 다른 점이랄까? 실로, 가없이 뻗은 온타리오호의 수평선을 보면서 '이건 호수'라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 

어쨌든 그 호수가 바라다보이는 동네가 바로 리지우드 로드이다. 위 사진은 그 길을 돌아 내려오면서 찍은 것이다. 그러니까 바다가, 아니 호수가 보이는 언덕에서이다. 호수 저 멀리로, 이웃 동네 피커링의 원자력 발전소가 보인다. 그 옆으로 거대한 바람개비가 서 있다. 풍력 발전기이다. 에너지 문제가 점점 더 급박한 이슈로 떠오르면서, 온타리오 주에는 갑자기 풍력 발전소들이 비온 뒤 버섯 솟아나듯 여기저기에 건설되고 있다. 

오늘은 비가 내린다. 여름날의 비는 반갑다. (2007/06/05 23:37)

뇌우(雷雨)   

"심한 뇌우(雷雨), 우레를 수반하는 일시적인 폭우." Thunderstorm에 대한 야후 사전의 번역이다.

엊그제 401 고속도로를 타고 토론토 다운타운으로 내려가는데 갑자기 하늘이 시커멓게 변하더니 그야말로 폭탄처럼 비가 쏟아졌다. 차창에다 양동이로 물을 들이붓는 듯했다. 따따따따 차를 때리는 빗줄기 소리가 하도 요란해서 볼륨을 17까지 높여놓은 라디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앞이 잘 보이지를 않았다. 아니 이따금씩, 앞이 아예 캄캄해졌다. 앞차의 빨간 브레이크등만 얼핏 눈에 들어오는 정도... 삽시간에, 401번 8차선 고속도로 전체가 서버린 듯했다. 모든 차들이 멈칫멈칫, 슬슬슬슬 기었다. 

시속 10~30km로 설설대기를 10분여...빗줄기가 약해졌다. 그 10분 사이 수많은 교통사고가 터졌고, 수많은 신호등이 고장났으며, 수많은 나무들이 혹은 뿌리째 뽑히거나 굵은 가지들을 잃어버렸다. 몇몇 지역에 정전 사태가 났다. 

캐나다의 기상은, 때때로 상기라도 시키려는듯 그처럼 느닷없고 폭발적이고 압도적이다. (2007/06/21 2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