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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잠도둑들!

Daylight Saving Time. 흔히 '써머타임제'라고들 한다. 그게 또 작동한다. 이번 주말이다. 너무 이르다. 아직 토론토는 한겨울이다. 그런데 다시 한 시간을 앞으로 밀어, 오늘 아침 6시가 7시로 바뀐다. 내일 아침 6시는 오늘의 시간으로 치면 새벽 - '아침'이 아니라 - 5시인 것이다. 분명 깜깜한 한밤중일 것이다.

이게 무슨 짓거리인가. 결국 미국 때문이다. 캐나다보다 한참 남쪽인 미국이 이 써머타임제를 앞당기면서, 캐나다도 울며 겨자먹기로 따라갈 수밖에 없게 되었다. 미국 경제에 사실상 예속/종속되어 있는 캐나다 처지에서, 미국이 가는 대로 방향을 잡는 것은 선택의 여지 없는 '의무'이다.

이 써머타임제라는 건 또 뭔가? 사람의 신진대사나 몸 안의 시간 인지 변화와는 무관하다. 아주 무관하다, 라고 말할 수 없는 부분이 있을지 모르지만 대체로 그러하다. 이 인위적 제도의 1차적 목적은 결국 상업적/산업적 생산성을 높이자는 데 있다. 시쳇말로 이익, 또는 '돈'에 있다.

이 이른바 '일광시간 절약제'에 대해 불만을 터뜨리는 사람은 나뿐이 아닌게 분명하다. 60년 전에도 분명히 있었다. 로버트슨 데이비스라는 사람의 말이 재미 있다. 100% 동의한다. 대충 번역하면, 

" 일정한 동의가 있는 한 시간을 앞으로 밀든 뒤로 당기든 나는 별로 상관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시스템 덕택으로) 내가 '일광'을 절약하고 있다든가, 해가 뜬 뒤에도 침대에 누워 있는 것이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라고 믿게 만들려는 논리에는 반대한다. 월광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그를 즐기는 내 시간을 앗아가고 싶어하는 이들의 억지 논리에 분노한다. 나는 이 일광시간 절약제로부터,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면 누구나 건강해지고 부유해지고 현명해질 거라고 굳게 믿는 청교도주의를 감지한다." 

QUOTE:
"I don't really care how time is reckoned so long as there is some agreement about it, but I object to being told that I am saving daylight when my reason tells me that I am doing nothing of the kind. I even object to the implication that I am wasting something valuable if I stay in bed after the sun has risen. As an admirer of moonlight I resent the bossy insistence of those who want to reduce my time for enjoying it. At the back of the Daylight Saving scheme I detect the bony, blue-fingered hand of Puritanism, eager to push people into bed earlier, and get them up earlier, to make them healthy, wealthy and wise in spite of themselves."

Robertson Davies: The Diary of Samuel Marchbanks, 1947, XIX, Sunday

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 났나. 말이야 옳다. 그러나 지금 이 세상의 엄연한 주인은 돈이다. 자본주의, 상업주의, 배금주의이다. 인정할 것은 인정하자. 뭐 인정하고 말 것도 없다. 내가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세상은 그렇게 돌아간다.

내일 하루, 몸이 꽤나 무거울 것 같다.(2007/03/11 22:20)

Springing ahead and falling back...말 하나는 그럴싸하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