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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얘기

도심의 거미줄

토론토에는 아직 전차 (電車 streetcar)가 다닌다. 사전에 따르면 전차는 '도시 길거리에 설치된 선로 위를 전기의 힘으로 운행하는 철도차량'을 일컫는다. 토론토 시 전역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다운타운을 중심으로 전차 노선이 제법 잘 발달해 있어서 꽤 많은 이들이 전차를 이용해 통근한다. 

내가 아침저녁으로 오가는 베이 스트리트와 칼리지 스트리트에도 전차가 다닌다. 콘크리트 도로 위로 움푹 패어 뻗어나간 선로를 볼 때마다, 그 콘크리트 위를 가득 메운 승용차들과 연결지어 '불협화음'이라는 말을 떠올리곤 한다. 전차와 승용차, 어쩐지 잘 어울리지 않는다. 그게 승용차 탓인지, 아니면 전차 탓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전차가 앞으로도 오래도록 존속하면서, 토론토의 중요한 대중교통 수단으로 남아주기를 바란다. 움푹 패인 선로 위로 바삐 오가는 그 전차들은 승용차들과 달리 매연을 내뿜지도 않고, 갑작스레 끼어들지도 않으며, 보행자를 위협하지도 않는다. 

횡단보도를 건널 때, 나는 종종 하늘을 쳐다보곤 한다. 횡단보도를 바삐 건너는 사람들의 머리 위로, 마치 스파이더맨이 쳐놓았을 것 같은 전차 전력선이 꼼꼼하게 엮여 있는 것을 보기 위해서이다. 그 도심의 거미줄 위로 보이는 도심 풍경이, 썩 나쁘지만은 않다. (2007/03/27 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