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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얘기

4월의 스키 여행

부활절 휴일을 이용해 미국 버몬트 주로 스키여행을 다녀왔다. 버몬트 주는 오래 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곳. 그러나 이번에는 스키 리조트만 '찍고' 왔다. 다음에는 좀더 본격적으로 버몬트 주 '관광'을 해볼 생각. 

이번에 다녀온 '제이 피크' (Jay Peak) 스키 리조트는 버몬트 주에 즐비한 스키 리조트들 중에서도 가장 북쪽에 자리한, 미국 쪽에서 본다면 제일 궁벽한 곳이었다. 그러나 캐나다 쪽에서 본다면 가장 가깝고, 따라서 접근성도 가장 뛰어난 곳이었다. 

봄 기운이 완연해야 맞을 4월 초순. 그러나 제이 피크 주위로 종일 눈발이 날렸다. 봉우리 근처가 그 눈발로 뿌옇게 윤곽만 겨우 드러냈다. 

그간 이따금씩 찾았던 온타리오 주의 이러저러한 '언덕 스키장'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단순히 코스만 길고 다양한 것이 아니라 산세며 지형의 규모가 달랐다. 압도적이었다. '저 가파른 부분만 어떻게 넘기면 그 다음부터는 그럭저럭 내려갈 만하겠다', 라는 식의 짧은 코스가 아니라, 한 번 코스를 잘못 택하면 (다시 말해 내 수준에 맞지 않는 고난도 코스를 고르면) 고개를 넘고 숲길을 지나고 산자락을 돌아 내려오면서 내내 진땀을 빼야 하는 그런 코스였다. 

반나절 타고 나니 허벅지가 얼얼했다. 이런 데서 며칠이고 머물면서 원없이 타봤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돌아오는 길에 아주 잠깐, 겨울 가는 게 아쉽게 느껴졌다. (2007/04/11 0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