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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ormation Diet ... 정보와 음식의 그 긴밀한 상관 관계

책 제목: 정보 다이어트 - 현명한 소비를 위한 제언 (The Information Diet - A Case for Conscious Consumption)
지은이 클레이 A. 존슨 (Clay A. Johnson)
출판사: 오라일리 미디어 (O'Reilly Media)
출간일: 2011년 12월
분량: 160 페이지
형식: 전자책 (ePub, PDF, Mobi...) 

막 번역하기 시작한 책이다. 그 동안 번역해 온 '프라이버시의 이해' (Understanding Privacy)는 잠정 중단한 상태. 이 책을 먼저 번역한 다음 다시 돌아간다. 일하는 출판사 (에이콘)가 같아서 가능한 일이다.

이 책에 우선권을 주게 된 이유는, 무엇보다 제목에서 금방 가늠할 수 있다. 정보 다이어트라고? 정보를 음식에 견준다? 기막힌 비유 아닌가! 게다가 표지 또한 절묘하다. 마치 음식의 성분 표시처럼 이 책에 들어 있는 정보의 성분을 표시하고 있다. 책의 편향성도 알려준다. 경험 65%, 전문성 25%, 정치적 지향성 10%...

그러나 그런 절묘한 발상과 접근 방향만이 이 책의 미덕은 결코 아니다. 그 내용이 출발점의 기발함과 영악스러움을 충분히 담보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지은이도 밝히고 있다시피, 처음에는 그저 그럴듯하겠다는 생각에서 정보를 음식에 비유했고, 그래서 건강한 식습관 (다이어트)에 빗대어 '정보 다이어트'라는 제목까지 붙였다. 그러나 깊이 파고들면 들수록, 그것이 단지 재치있는 비유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효용성을 갖고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됐다고 지은이는 강조한다. 

과연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해 보자. 우리는 정보 범람, 정보 과소비, 정보 폭주 같은 말을 수없이 들어 왔다. 이 많은 정보를 어떻게 할꼬? 하는 근심과 두려움을 자주 느껴 왔다. 그러면 음식은 어떤가? 우리 주변에 얼마나 다양하고 많은 음식 - 개중에는 '음식'이라는 명칭조차 부끄러운 쓰레기 음식(정크푸드)도 많다 - 이 있는가? 그렇다면 우리는 이 음식을 어떻게 하는가? 지금 우리가 정보에 대해 시도하듯이 눈앞에 보이고, 식탁 앞에 놓인 음식을 모조리 다 먹으려 애쓰는가? 아니다. 우리는 대체로 어떤 음식이 우리 몸에 좋거나 나쁜지, 아니면 어떤 음식이 맛있거나 맛없는지 따져서 '골라' 먹는다. 때때로, 아니 자주, 맛 있는 음식과 몸에 좋은 음식이 갖지 않다는 점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기는 하지만, 적어도 음식을 '가려서', '골라서', '선택해서' 먹는다는 점은 분명하다. 

지은이의 논점은 이것이다. 음식을 잘 가려서, 우리 몸에 좋은 것을 의식적으로 찾아 먹듯이, 정보에 대해서도 그런 의식적이고 현명한 접근법을 견지해야 한다는 것. 어떤 정보가 우리에게 유익한 것인지 아닌지를 가려서, 유해한 정보는 내치고, 진실을 말하는, 혹은 진실에 근접하는 진짜 정보를 습득해야 한다는 것. 요즘의 TV와 신문, 잡지들에서 넘쳐나는 선정적이고 자극적이고 저급한 정보들은, 음식으로 치면 당장은 맛있을지 모르지만 결국 우리 허리 둘레를 늘리고, 건강을 해치는 지방처럼, 우리의 정신 건강을 해치는 유해 정보들이다. 

문제는 그런 정보를 내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네이버, 다음 같은 포털 사이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낚시성 기사'들이 왜 있겠는가? 정보의 건강성이나 진실성과는 상관없이, 수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고 보고 싶어 하는 '섹시함'을 가진 정보들이기 때문이다. 음식에 견준다면 우리가 늘 좋아하는 소금이나 설탕, 지방 성분이 거기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 낚시성 기사들의 대부분이 그저 시간 낭비일 뿐이고, 하여 우리의 정신 건강에도 좋지 못하다는 점이 문제지만...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 의견이나 믿음에 동의해 주고, 확인해 주고, 긍정해 주는 사람이나 매체에 끌릴 수밖에 없다. 미국의 폭스 뉴스가 온갖 왜곡, 과장 보도에도 불구하고 미국내 제1위의 시장 점유율을 고수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폭스가 전하는 것은 사실에 기반한 뉴스나 논평이 아니라, 그 채널을 시청하는 사람들이 원하는 억지와 선동, 보수반동적 정서다. 폭스는 심지어 뉴스를 왜곡해서라도 그런 정서를 전달한다. 당연히 그런 분위기와 주장과 분노와 개탄하는 심정을 가진 이들이 모여든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믿음이나 지식에 제동을 걸고, 그것이 틀렸거나 사실과 다르다는 소리를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 불편해 한다. 설령 그것이 진실이라고 해도. 그런 의사(
擬似) 진실, 의사 정보는 우리의 정보 다이어트에 가장 무서운 걸림돌이다. 그것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정보 다이어트>는 짧다. 160페이지밖에 안된다. 전에 번역한 <통제하거나 통제되거나>처럼 속히 끝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아래는 이 책의 '북 트레일러.' 영화만 예고편이 있는 게 아니다. 멀티미디어 시대, 소셜 미디어 시대의 새로운 풍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