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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에 관한 책들

"知則爲眞愛 愛則爲眞看 看則畜之而非徒畜也" 

(지즉위진애 애즉위진간 간즉축지이비도축야)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에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알게 되면 참으로 아끼게 되고, 아끼면 참으로 볼 수 있게 되며, 안목이 트이면 이를 수집하게 되는데, 이것은 그저 쌓아두는 것과는 다르다."

- 조선 정조시대 문장가 유한준(兪漢雋, 1732 - 1811) 

나는 이 말을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처음 봤다 (그런데 한자를 보니 뜻이 조금 다르다. 여기저기 찾아보니 유홍준씨가 좀 심하게 의역을 한 것이었다. 원문은 아는 것(知)이 먼저인데, 유씨는 도리어 아끼는 것(愛)을 앞에 세웠다. 이래도 되는 거야?...). 그 책의 구체적인 내용이 기억 속에서 아슴해진 지는 오래되었으나, 저 말은 아직도 선명하게 살아 남아 있다. 그만큼 깊이 공감되는 말이기 때문일 것이다. 


달리기도 그랬다. 거기에 재미를 붙여갈수록, 관심을 높여갈수록, 그 안에 미처 알지 못했던 깊고 넓은 세계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이게 좋아서(愛) 먼저 달린 것일까, 아니면 무작정 달리다 보니까 뭔가를 먼저 알게(知) 된 것일까? 좀 헷갈리지만 전자는 아니었던 것 같다). 달리기를 일상의 하나로 굳혀갈수록 점점 더 재미(愛)가 붙었고, '그때에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았다. 내가 달리기의 세계를 알아가는 통로는 개인 트레이너나 TV 프로그램, 혹은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책이었다. 달리기와 관련된 이런저런 책을 혹은 통독하고, 혹은 발췌독하면서 조금씩 더 깊이 그 세계 속으로 들어갔다. 


달리기를 만나기 전까지, 실용서는 내 관심 밖이었다. 성공하는 사람의 몇 가지 습관이라거나 좋은 매니저가 되는 길, 일주일만 무엇무엇을 하면 아무개만큼 된다, 1년만에 1억 벌기, 라는 식의 매뉴얼, 자기 학습서, 경영서 따위는 거의 멸시하다시피 해온 나였다. 그러나 이래저래 달리기 실용서들을 접하게 되면서 그런 편견을 상당 부분 덜어낼 수 있었다. 물론 실용서 부문에 유독 더 거품이 많고, 거짓과 과장이 더 심하며, 과학과 사실에 근거하기보다 신화와 선전에 기댄 책들이 더 많다는 내 믿음 - 편견? -은 여전하다. 

아래 책들은 혹은 도서관에서 빌려보고, 더러는 직접 사서 보고 괜찮다고 생각한 것들이다. 도서관에서 빌려본 뒤 내용이 마음에 들어 직접 구매한 경우도 있다. 도서관의 책들을 보면서, 이 세상에는 기본 없고 양식없는 잡것들이 얼마나 많은가도 새삼 깨달았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가장 바탕이 돼야 할 기본 예의를 모르는 종자들. 자기 책이라도 되는 양 주요 페이지마다 꼭꼭 접어서 다시 펴도 그 자국이 그대로 남는 경우, 핵심 내용들에 밑줄을 죽죽 그어놓은 경우를 만날 때마다,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를 구분하지 못하는 하류 인간이 이곳에도 너무나 많다.

각설하고, 여기에 소개한 책들이 막 달리기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분들께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여기에 소개된 순서가 책의 감동 순위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