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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다시 2015년, 아니 다시 새해


다시 2015년, 이라는 말은 물론 말이 안 된다. '다시 새해'라고 해야 맞겠지. 하지만 여기에서 숫자는 2014든 2015든, 혹은 심지어 2020이든 별다른 의미가 없는 것 같다. 전에 본 듯한 느낌, 기시감이 워낙 강한 탓에 - 아마 그럴 것이다 -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는 말을 누군가에게 건네기도 전에, 그런 말은 누군가로부터 듣기도 전에, 벌써 피곤하다. 아무런 감흥도 주지 않는다. 말은 '새해'로되, 구태의연한 느낌을 떨칠 수 없다. 


역사는 반복된다, 라는 말/주장을 믿지 않았다. 그런 말도 안되는 소리가 어디 있는가, 라고 속으로 혀를 찼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그 말/주장이 타당하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 생각은, 불행하게도, 혹은 안타깝게도, 시간이 갈수록 더 강렬해진다. 특히 앞에 '인간의'라는 말을 붙인다면, 혹은 '인간의 본성이 변하지 않는 한'이라는 설명을 붙인다면 저 말은, 거의 진실에 가까워지는 것 같다. 


아일랜드 태생의 영국 정치가, 정치 사상가인 에드먼드 버크 (Edmund Burke)가 이런 내 심사를 지극히 절묘하게 표현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굳이 마르크스까지 인용하고 싶지는 않다).


To complain of the age we live in, to murmur at the present possessors of power, to lament the past, to conceive extravagant hopes of the future, are the common dispositions of the greatest part of mankind...


동시대에 대해 불평하고, 당대의 권력자들에 대해 불만스러워 하고, 과거를 애통해 하고, 미래에 대해 거창한 희망을 품는 것은 인간의 공통적인 본성 같은 것이라는 이야기인데, 버크의 이 말을 이맘 때보다 더 절실히 공감하게 되는 경우도 드물 것 같다. 


쏟아지는 덕담들. 거기에 내 한 마디를 더하거나 뺀다 해서 달라질 것 없겠지만, 그래도...


2015년이 밝았습니다. 제가 아는 모든 분, 저를 아는 모든 분께, 새해에도 늘 푸른 희망 한 아름씩 안고 겸허하되 당당한 삶을 살아가시라고 덕담 한 마디 건넵니다. 몸과 마음 다 건강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