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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얘기

크리스마스 분위기

크리스마스도 여행과 비슷하다. 혹은 (어릴 때) 생일이나 무슨 기념일과 비슷하다. 그 날을 기다리는 마음, 기다리며 느끼는 기대감과 흥분감이, 도리어 당일의 감흥보다 더 크고 깊은 것 같다는 뜻에서다. 누구나 크리스마스를 기다리고 기대한다. 어린이들은 산타 할아버지(를 가장한 부모)의 선물이 무엇일까 기대하고, 어른들, 특히 직장인들을 크리스마스를 전후한 여러 날의 휴일에 더 큰 기대를 건다. 


점심 때마다 회사 근처를 걸으면서 - 최근엔 달리기를 많이 줄였다 자전거 타기와 병행하기가 힘들어서다 -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나는 것들을 카메라로 잡아 보았다. 어디를 가나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다. 서울에서 지겹고 지겹게 들었던 캐럴은, 이곳에서는 듣기가 어렵다 (아주 반가운 일이다). 대신 크고 작은 크리스마스 장식이 천지에 널렸다. 그리고 녹음된 음악이 아닌 진짜 프로/아마추어 합창단들이 건물 안이나 밖에 모여 캐럴을 부른다. 서울에서 크리스마스가 다가올 때마다 지겹다, 이 놈의 지극한 상업주의에서 좀 벗어날 수 없나, 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이곳에 와 보니 크리스마스는 이 사람들의 삶의 일부이고 문화다. '지겹다'라는 느낌은 인위적일 때, 누가 밖에서 강요할 때, 뭔가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 같을 때 나타난다. 하지만 크리스마스를 진정으로 체현하고, 다른 사람들에 대해 좀더 너그러워지고, 가족이나 친구, 친지들과 사랑을 나누는 계기로 삼는 곳에서는 '지겹다'는 느낌은 발 디딜 틈이 없다. 아, 이 사람들은 정말 크리스마스를 즐기고 축하하는구나, 새삼 느낀다. 



성준이 학교 벽에 붙은 성준이의 크리스마스 소원. 내용은 자못 가상하지만, 선생님이 불러주신 기색이 지나치게 역력한 내용들. 성준이가 정말로 원하는 것은 레고 히로 팩토리(Hero Factory)의 캐릭터!



노쓰밴 도서관 앞 광장에 진열된 크리스마스 장식 나무들. 어느 게 가장 예쁜지 투표하란다. 



몬트리올 은행이 입주한 밴쿠버 다운타운 빌딩 로비의 크리스마스 트리 트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