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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사이클링

코호 14K 경주

코호 14K 경주에 참가했다. 코호(coho)는 연어의 일종으로 '북태평양의 은연어' (Silver Salmon)를 가리킨단다. 코호 레이스는 매년 9월 첫 주 일요일(올해는 7일)에 웨스트 밴쿠버의 앰블사이드 공원에서 '코호 페스티벌' 행사의 하나이다. 이름에서 느껴지듯 페스티벌의 취지는 특히 북해안 (north shore) 지역으로 몰려오는 연어들을 잘 보호하자는 것이다. 



경주가 열리는 밴쿠버의 키칠라노 해변까지는 아내가 차로 태워줬다. 달리기는 오전 9시에 시작하는데 30분쯤 전에 도착했다. 



키칠라노 해변에서 바라본 한 풍경. 행사용 오렌지 콘들이 서 있다. 키칠라노(Kitsilano) 지역은 밴쿠버에서도 학군이 좋고 주변 풍광과 시설이 좋아 많은 학부모들이 오고 싶어 하는 지역이다. 당연히 집값도 비싸서, 웬만해서는 집을 사서 들어올 엄두를 내기가 어렵다. 



달리기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몸을 풀고 있었다. 뒤에 보이는 '블루쇼어 파이낸셜'은 밴쿠버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중간 규모의 금융 회사로 이 대회의 후원사다.



골인 지점에 붙은 달리기 격려 문구들. 코너를 짧게 잘 돌아서 그런지 실제 뛴 거리는 14k보다 300여m 더 짧게 나왔다. 하지만 느낌으로는 훨씬 더 길게 뛴 것 같다. 특히 3-4마일 지점에서 오른쪽 허리께에 통증이 오는 바람에 퍽 고생했다. 아침을 먹은 지 채 한 시간도 안돼 뛴 탓이 클 것이다. 식사와 운동 사이에 적어도 두 시간의 여유를 둬야 한다는 '상식'을 무시한 대가였다. 



골인 기념. 코스가 생각보다 어려웠다. 특히 후반부에 스탠리 공원의 언덕을 넘고 라이온스 게이트 다리를 건너는 오르막길이 힘들었다. 마일당 7분20초 대를 유지하자는 계획이었고, 거리가 9마일밖에 되지 않아 일종의 '템포 런' (Tempo run) 훈련으로 삼자는 심산이었다. 뜻대로 잘 된 것 같아 기뻤다. 9월이라지만 햇볕이 아직 제법 따가웠다. 



골인 지점 풍경. 주변 천막들은 코호 페스티벌용이다. 주최측이 완주자들에게 팬 케이크와 바나나, 오렌지 등 간단한 아침 식사 - 10시 이후니까 브런치라고 해야 할까? - 도 제공했다.




요즘은 번호표(bib)나 신발에 붙이는 센서 덕택에 경주 결과가 실시간으로 나온다. 코호 경주도 마찬가지. 집에 가서 웹사이트를 열어보니 벌써 결과가 게시되어 있었다. 막판에 전력 질주하다시피 해서 기록을 꽤 단축했다고 생각했는데도 역시 1시간의 벽을 넘지는 못했다. 


전체 참가자 중에서는 42등, 내 나이 대에서는 9등을 했는데, 생각만큼 좋은 성적은 아니다. 참가자가 채 600명이 안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나이 대에서 1등을 한 친구의 기록을 보니 거의 '프로' 수준이었다. 49분10초던가? 마일당 채 6분이 안되는 대기록. 내게는 거의 '광속'으로 여겨질 만큼 빠른 페이스였다. 부럽다!


골인 지점에 닿으면 아나운서가 이름과 거주지를 밝히면서 응원을 보내는데, 참가자의 9할은 밴쿠버 아니면 웨스트 밴쿠버, 노쓰 밴쿠버 사람들이었다. 어쩌다 써리나 다른 지역 이름이 나오면 무척이나 이국적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계속 들어오는 주자들. 멀리 배경으로 보이는 다리가 라이온스 게이트 다리다. 그 아래로 초대형 화물선이며 크루즈 배들이 지나가야 하기 때문에 다리가 무척 높다.



일요일 오전이라 경주 참가자들뿐 아니라 산보하는 사람, 자전거 타는 사람들로 앰블사이드 공원이 붐볐다. 9월의 따사로운 햇살이 주말 분위기를 더욱 북돋우는 듯했다.


코호 14K 경주는 올해로 35년 째인데, 키칠라노 해변에서 출발해 버라드 다리, 잉글리시 베이, 스탠리 공원의 바닷길 (seawall), 라이온스 게이트 다리, 앰블사이드 공원으로 이어지는 코스의 풍광이 달리기 대회중 가장 아름답다고 자랑한다. 정신없이 뛰다 보면 풍광을 제대로 즐기기가 쉽지 않지만 그래도 문득문득, '아 정말 장관이로구나!'라고 감탄할 만한 코스인 것은 분명하다. 아래 '더보기'를 누르면 그런 '장관' 몇 장면을 볼 수 있다. 사진들은 코호 런 웹사이트에서 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