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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비늘

새알밭 도서관


오늘 새알밭 도서관 (St. Albert Public Library)으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다. 앞으로 28일 안에 회원 자격이 만료되니 그 전에 '직접 도서관에 방문하거나 전화해서' 회원 자격을 연장하시라는 알림 메일이었다. 정말 할 수만 있다면 연장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새알밭에 더 이상 살지 않고, 그래서 물리적 주소가 없는 한 더 이상 연장할 수가 없었다. 


새알밭을 떠나 밴쿠버로 이사온 뒤에도 아내와 나는 새알밭 도서관을 애용해 왔다. 회원권은 올해 8월까지 유효했고, 종이책을 빌릴 수는 없어도 전자책은 오버드라이브(Overdrive)를 통해 여전히 내려받아 읽거나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새알밭 도서관에 미련을 갖는 이유는 책의 가짓수도 더 다양하고, 신간도 더 많기 때문이다. 특히 노쓰 밴쿠버 디스트릭트 도서관과 견줄 때 그렇다. 알버타 주와 견주어 BC 주가 '돈이 없다'라는 사실은, 도서관 사정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뭔가 흥미로운 신간이 나왔다 싶어 새알밭 도서관에 들어가 보면 십중팔구는 이미 있거나 주문한 상태다. 그에 비해 노쓰밴 도서관은 그런 책 없다는 메시지만 보여주는 경우가 더 잦다.


새알밭 시청 건물에 들어선 도서관은, 새알밭에 사는 동안 가장 좋아했고, 가능하면 자주 찾았던 장소였다. 더 이상 회원 자격을 유지할 수 없으리라는 메시지를 받고 나니, 그 시절이 새삼 그리워진다. 내 사진들을 모아놓은 플리커를 뒤져보니, 새알밭 도서관에서, 혹은 도서관을, 찍은 사진들이 적지 않다. 도서관에서 분주하게 오가는 성준이도 유난히 더 어려보이던 시절이다. 마음 한 구석이 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