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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얘기

밴쿠버에 닿다

호텔에서 아침을 먹고 10시 가까이 되어 다시 도로로 나섰다. 유명 프랜차이즈인 '칠리스'(Chili's)가 호텔 1층에 있었는데, 거기에서 아침을 공짜로 제공했다. 따뜻한 음식을 공짜로 제공하는 호텔을 선호하는 이유는 비단 공짜라서뿐만이 아니라 - '공짜'라고 하지만 결국은 숙박비에 다 포함된 것 아니겠는가 - 편의성 때문이기도 하다. 짐 싸들고 차를 몰아 일삼아 식당을 찾아가는 것에 견주면 더없이 편리한 것이다. 하지만 '비용' 면에서의 효율성이 가장 큰 이유인 것은 두말 할 필요도 없다. 더구나 가족 구성원이 네 명쯤 되면 '간단히' 먹는 아침 비용도 만만찮은 것이다. 



로키산맥은 언제 어느 때 가든 그 압도적 풍광으로 사람을 압도한다. 사진은 '캐슬 마운틴.' '반지의 제왕' 속의 한 장면이 금방이라도 재현될 것 같은 환타지를 안겨주는 풍경이다. 



도로는 곳곳에서 겨울맞이 정비에 한창이었다. 멀리 보이는 암벽은 이미 눈으로 덮였다. 



로키 산맥의 곳곳에서 안개를 만났다. 때로는 위에서 보듯이 산에 걸친, 혹은 산을 덮은 모양새로, 때로는 도로 전체를 가려버린 모양새로... 어느 구간의 안개는 채 2, 30 m 거리도 분간이 안될 정도로 자욱해서 운전하기가 여간 조심스럽지 않았다. 



알버타 주를 넘어 BC 주를 달리고 있다. 새알밭에서 꼭 700 km 떨어진 곳에 자리잡은 산촌 '레블스토크'(Revelstoke)를 지나는 중이다. 역시 산 중턱 위는 안개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여기는 새알밭에서 800 km 떨어진 '새먼암' (Salmon Arm)이라는 동네다. 포근한 느낌을 주는 분지에 자리잡고 있다. 인구는 1만7천명 정도. 마을 중심에 놓인 호수가 여간 아름답지 않다. 여기에서 점심을 먹었다. 



플라타너스 잎들이 막 색깔을 바꾸고 있다. 기온은 영상 13도였지만 약간 을씨년스러웠다. 



다시 새알밭에서 900 km쯤 떨어진 캠룹스 (Kamloops)를 지나, 알버타 주와 BC 주를 연결한 고속도로 구간 중 가장 높고, 또 겨울철에는 가장 위험하다고 알려진 코퀴할라 (Coquihalla) 도로로 올라가는 중이다. 캠룹스는 인구가 9만 가까이 되는 큰 도시로, BC의 여러 지역 중 하나인 '톰슨-니콜라 지역'의 중심 도시다. 운송 교통의 중심지로 평균 가계 소득이 BC에서 가장 높은 도시 중 하나로 꼽힌다. 역시 산중턱까지 내려온 구름, 아니 산중턱까지 올라간 안개가 햇빛에 반짝인다. 처가가 있는 써리(Surrey)에 도착해 그간 달린 거리를 보니 1218.7 km였다 - 어제 400여 km, 오늘 800여 km. 몸은 노곤하지만 무사히 닿았다는 안도감도 자못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