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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얘기

밴쿠버 가는 길

5월5일(일) 열리는 밴쿠버 마라톤에 참가하려 5월2일(목), 긴 장정에 올랐다. 


새알밭에서 밴쿠버, 좀더 정확하게는 처가가 있는 써리(Surrey)까지의 거리는 1,250 km. 하지만 로키 산맥을 넘어야 하다 보니 길이 여간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 게다가 도로 곳곳이 공사중이거나 중앙선을 새로 페인트 칠하느라 원활한 진행을 막는 경우가 많았다. 금요일과 다음 주 월요일 이틀을 휴가내고, 목요일 오후 3시30분, 회사 근처 도서관 건물 곁에서 가족을 만나 곧바로 캘거리 남행을 시작했다. 오늘 목적지는 400 km쯤 떨어진 밴프. 하루에 몰아서 가기에는 너무 멀다는 생각에 그 쯤에서 하루를 묵기로 했다. 


그리곤 다음날(금), 다시 도로로 나서, 800 km 넘는 여정을 거쳐 써리에 닿았다. 달려도 달려도 나오지 않는 목적지. 월요일에 다시 돌아올 일이 벌써 걱정이었다. 새벽 4시에 출발한다고 해도 집에 닿으면 밤 10시가 넘을 판이었다. 결국 일요일 오후, 마라톤을 마치고 점심을 먹은 뒤, 하루 먼저 출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레블스토크(Revelstoke) 쯤에서 하루를 묵고 나면 다음날 여정은 훨씬 더 관리 가능한 거리로 줄어들겠지.


밴쿠버로 가는 길에 하루 묵은 'Inns of Banff.' 비수기라 한산할 줄 알았더니 일본인 단체 관광객들로 제법 북적거렸다. 한국인 관광객들이었나? 


아침 체크아웃을 하는데 괜히 자기 여행용 가방을 끌어보고 싶어서 호텔 앞을 서성거리는 성준이와 엄마.


밴프 다운타운. 깔끔하고 단정하고 아기자기한 느낌은 언제나 같다. 성수기에 비해 거리는 더없이 한산했다.


밴프에 오면 꼭 한두 번은 가게 돼 있는 '필스'(Phil's) 레스토랑. 특히 아침식사가 여간 푸짐하고 맛깔스럽지 않다. 캐나다플레이스 바로 옆에 있는데, 성수기에는 아침 식사를 하려는 사람들로 긴 줄이 서기도 한다. 


아내가 주문한 아침 'Stuffed French Toast' (프렌치 토스트 사이에 햄, 달걀, 치즈 등을 채운 (stuffed)). 


밴프의 다운타운을 조금 다른 각도에서 본 풍경.


밴프를 나와 캐나다 횡단 고속도로 (Trans-Canada Highway)로 나오자마자 내비게이터가 "앞으로 814 km 진행하세요"라고 말했다. 하도 기막혀서 기념삼아 찍었다.


로키산맥은 여전히 하얀 눈을 가득 이고 있었다. 도로 공사중 대기하는 사이 찍은 길옆 풍경.


레블스토크(Revelstoke)의 맥도날드. 밴쿠버로 가는 길이면 늘 들르게 되는 곳이다. 새단장을 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레블스토크를 지나 다시 밴쿠버로. 산촌인 레블스토크는 저런 높은 산들에 둘러싸여 있다. 늦겨울이나 초봄이면 산사태로 인명 사고가 나곤 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레블스토크와 캠룹스 (Kamloops) 사이에 있는 중소 규모의 아름다운 관광도시 새먼 암 (Salmon Arm). 인구는 채 2만이 안되지만 상업적으로 퍽 흥성한 곳이어서, 실제 느끼기는 그보다 훨씬 더 큰 도시 같다. 위는 옛 법원 건물을 개조한 관광객 정보 센터.


노르웨이 단풍의 사랑스러운 모습. 봄에는 단풍나무도 꽃을 피운다. 


BC 주 교통의 요지인 캠룹스(Kamloops)에 잠깐 들러 기름 넣고, 데어리퀸에서 스무디를 샀다. 행복한 형제.


캠룹스와 밴쿠버 구간의 도로 재포장 공사. 그 때문에 차선 하나를 양방향 차들이 이용해야 하는 상황이 연출됐고, 그만큼 대기 시간도 길었다. 


마침내 도착한 밴쿠버...아니, 써리. 눈부신 봄과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