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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얘기

마라톤 - 오리건 주 포틀랜드 여행 닷새째(일)

아내가 찍은 포틀랜드 마라톤 출발 순간. B조인 나는 이미 출발한 다음이다. 출전자들이 목표로 잡은 마라톤 기록에 따라 A, B, C, D 하는 식으로 조를 나눴는데, 나는 3시간30분이라는 야무진 목표를 세웠고, 그래서 B조에 들었던 것이다. 7시 정각에 A조가 출발하면서 마라톤이 시작됐다. 


내가 뛰는 동안 아내는 아이들과 함께 포틀랜드 시내 몇 군데를 돌았다. 이 사진은 시내에서 제법 유명하다는 '펄 빵집'이다. 성준이가 카메라를 의식한 포즈를 취했다. 


'책들의 도시'(City of Books) 파웰즈 북스토어에 다시 들렀다. 성준이는 독서 삼매경, 동준이는 그냥 히죽히죽. 늘 웃는 동준이. 성준이가 귀찮게 해도 화를 내는 법이 거의 없다.


포틀랜드 마라톤 피니시 라인. 주최측 뉴스레터의 사진을 퍼온 것. 


목표했던 3시간25분의 꿈은 날아가고... 그래도 완주는 했다는 위안으로... 17마일 지점까지는 어찌어찌 목표한 기록을 유지했으나 18마일 지점에서 악몽의 '벽'(wall)에 부닥쳤다. 온 체력이 다 소진되어 한 걸음도 떼지 못할 것 같은 상태로 나머지 거리를 겨우겨우 메웠다. 그래도 지난번 에드먼튼 마라톤 때보다는 5분쯤 더 빨리 골인했다. 앞에 단 번호표에는 내 이름대신 '4YSDJSJ'라는 글자를 넣었다. 우리 가족의 두음자. 하지만 모음이 없다 보니 해독하기가 어려웠다. 경험 부족에서 나온 또 다른 실수. 


가족 사진. 성준이가 찍었다. 굿잡!


포틀랜드 마라톤에서는 완주자에게 완주자용 티셔츠를 또 하나 선물했다. 출발지부터 도착지까지의 주요 지점을 모조리 적은 디자인이 꽤 그럴듯했다. 참, 골인 지점 근처에서 물이나 게토레이 대신 맥주를 준 것도 인상적이었다. 어찌나 맛있던지!


내 마라톤 기록. 17.5마일 구간까지는 그래도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나 그 뒤 체력의 '벽'에 부딪히면서 주저앉고 말았다. 역시 체력 안배가 중요하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 번 뼈아프게 깨달은 무대였다. 코스를 제대로 연구하지 않아 17-18마일 구간의 언덕이 얼마나 어려운지에 대한 '감'을 제대로 잡지 못한 것도 패인이었다. 다음에는 이보다 더 나은 기록을 세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아니 세워야겠다.


성준이의 이. 포틀랜드 와서 아랫니 두 개가 하루 상관으로 빠졌다. 처음엔 "My tooth is broken!"이라며 걱정하다가 이의요정 (Tooth Fairy)이 나중에 더 튼튼한 이를 갖다줄 거라고 하자 무척이나 자랑스러워하고 행복해 했다. 


이~!


마라톤 뒤 호텔에 가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다시 다운타운으로 나왔다. 이번에는 스트릿카를 타기로 했다. 요금은 달랑 1달러. 2시간 동안 유효하다. 


스트릿카 안에서. 


성준인 신나고 흥분해서 어쩔 줄 몰라 했다. 창에 머리를 바짝 대고 바깥 풍경을 감상하고 있다. 


돌아가는 길. 포틀랜드 시내를 순환하는 스트릿카가 들어왔다. 


저녁은 야마 일식집에서. 모던한 실내 장식이 돋보였는데 밤이 깊어지면서 사람들로 붐볐다. 음식 맛도 좋았고, 스시는 무척 신선했다. 역시 한국인이 운영하는 일식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