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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얘기

콜럼비아 강 협곡 - 오리건 주 포틀랜드 여행 둘째날 (목)

아침을 먹는다고 주 경계를 넘어 워싱턴 주의 밴쿠버까지 왔다. 그래봤자 강 하나 건너면 그만이지만 어쨌든 엄연히 다른 주다. 밴쿠버는 캐나다 BC주의 밴쿠버와 달리 인구 16만 정도의 소규모 도시로, 포틀랜드의 베드타운이나 다름없다. 아침에 가보니 다운타운이 적막강산이었다. 일삼아 찾아간 카페는 어느새 다른 이름의 커피숍이 돼 있었다. 허탕. 


포틀랜드 근처의 절경으로 꼽히는 '콜럼비아 강 협곡' (Columbia River Gorge) 지역을 둘러보기로 했다. 후드 리버(Hood River)라는 작은 동네까지 100km 넘게 달려 이 허름해 뵈는 레스토랑에 닿았다. 곳곳이 맥도날드, 웬디스 같은 프랜차이즈로 넘쳐나면서 각 지역의 특색이 사라지고 있는데, 그래도 잘 찾아보면 이런 '로컬' 레스토랑이 성업하고 있다. 투박하지만 신선한 별미 식단을 맛보기에 그만이다. 10시 넘어 늦은 아침을 먹어야 했지만 더없이 흡족했다. 


후드 리버는 산골이다. 언덕과 능선이 많아 건물들은 대개 이런 식으로 서 있다. 인구가 7,000명 남짓이라는데 퍽 부유한 동네로 비쳤다. 거리도 건물도 다 깔끔하고 잘 관리된 모습이었다. 


콜럼비아 강을 유람하는 선미 외륜(外輪) 기선(Sternwheeler). 크루즈를 할까 하다가 바람도 유독 세차고 한 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할 처지여서 그만두기로 했다. 


콜럼비아 강 위를 가로지르는 다리. 이름이 거창하게도 '신들의 다리'(Bridge of Gods)다. 


보네빌 (Bonneville) 댐. 댐에 있는 안내소를 구경하려 들어가는데 경비원이 승용차 트렁크를 뒤졌고, 안내소로 배낭 비슷한 것을 들고 들어가면 안된다는 주의를 들었다.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를 볼 수 있도록 해놓은 보네빌의 인공 부화장. 물살을 거슬러 헤엄치는 물고기들의 역동적인 몸짓이 자못 감동스러웠다.


알고 보니 콜럼비아 강 협곡은 후드 리버에서 보는 게 아니라 포틀랜드와 후드 리버를 연결하는 도로, 특히 30번 도로를 따라가며 보는 것이었다. 


절경을 보여주는 오리건 주의 드라이브 웨이. 울창한 침엽수와 활엽수가 초록빛 터널을 만들며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주었다.


30번 도로를 따라 가면서 여러 개의 폭포가 나오는데, 이 멀트노마 폭포(Multnomah Falls)는 그 중에서도 가장 큰 규모에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명성에 걸맞게, 폭포의 장관과 가을 단풍을 즐기려는 사람들도 제법 북적거렸다. 


면사포(Bridal Veil) 폭포라는 이름이 붙은 지역의 트레일을 따라가다 내려본 풍경. 오른쪽 길은 새로 생긴 84번 고속도로다.


콜럼비아 강 협곡 주변에 대한 드라이브를 마치고 다시 포틀랜드 다운타운으로 들어왔다. 위 사진은 포틀랜드 공연 센터의 간판. 내털리 머천트가 공연한다는 안내판이 보인다. 


포틀랜드는 이런 모양의, 19세기와 20세기 초에 지어진 멋드러진 벽돌 건물들로 풍성하다. 곳곳이 역사와 전통으로 채색된 듯한 느낌을 준다. 


포틀랜드 제일장로교회 (First Presbyterian Church). 포틀랜드에는 교회도 참 많았는데 하나같이 품위와 권위가 절로 느껴지는 건축미를 자랑하고 있었다. 


'춤추는 말'이란다. 나무를 절묘하게 이어붙여 말의 형상을 만들었는데, 성준인 이 말을 보자 'very hungry horse'라고 촌평했다. 나도 같은 생각이었다. 


제일 그리스도 연합교회(First Congregational United Church of Christ). 멋진 스테인드 글라스가 돋보였다. 


저녁 무렵 숙소로 돌아가는 길. 포틀랜드의 출퇴근 길 교통 체증은 서울이나 토론토 못지 않았다. 끔찍했다. 포틀랜드라는 도시가 지닌 매력을 거의 무효화할 정도로 교통 체증 문제는 심각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