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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얘기

도착 - 오리건 주 포틀랜드 여행 첫날 (수)

10월3일 수요일 새벽, 에드먼튼에서 시애틀을 거쳐 오리건 주 포틀랜드에 닿았다. 새벽 4시에 일어나 5시10분쯤 공항에 닿았으나 겹겹이 번거롭게 비효율적으로 진행되는 미국 세관의 검열을 통과하는 시간이 길어 6시25분 비행기를 자칫하면 놓칠 뻔했다. 짐 검사에 몸 검사. 이제 끝났나보다 했더니 다음 코너에선 어기 가냐 왜 가냐 얼마나 묵냐 어디에 묵냐 질문을 해댄다. 시간은 점점 촉박해지고, 정말 애간장이 타는 순간이었다. 위 사진은 우리가 타고 간 알래스카 항공의 로고.


스타벅스 커피가 값도 비싸고 공항에서 줄도 길어 포기했는데 기내에서 스타벅스 커피를 준다. 


오전에 도착해서 차를 빌린 뒤 호텔에 가지 않고 곧바로 포틀랜드 다운타운으로 갔다. 오전이라지만 새벽에 잠을 깬 탓에 심신은 무척이나 피곤했다. 다운타운으로 들어서며 만난 벽화가 예뻤다.


일요일에 열리는 포틀랜드 마라톤 대회의 깃발이 다운타운 곳곳에 걸렸다. 지레 가슴이 두근거렸다. 


다운타운 곳곳에 기묘하거나 기괴한 그림, 포스터, 벽화가 많았다. 그 또한 포틀랜드 나름의 운치려니 싶었다. 도시는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쿨'하다는 느낌이었다. 바람이 세찼다. 


늦은 점심을 '파스티니 파스타리아'라는 곳에서 먹었는데 요리 솜씨가 일품이었다. 주문한 요리 모두 더없이 흡족했다. 레스토랑 실내의 분위기도 모던하고 편안했다. 


바로 그 '파스티니 파스타리아'의 간판. 알고 보니 제법 규모가 있는 프랜차이즈였다. 


포틀랜드 중앙 도서관. 고풍스러운 건물에, 그 실내 분위기는 더욱 고풍스러웠다. 책이 빼곡하면 그곳이 어디든 차분하고 학구적인 분위기를 풍기는데, 이 도서관은 건물 자체가 포틀랜드의 '역사적' 건물 중 하나여서 더욱 그럴듯했다. 


그 중앙 도서관의 어린이 도서 코너다. 들어가자마자 만나는 마법스러운 나무 장식이 여간 운치있어 보이지 않았다. 


다운타운의 '파이어니어 광장' 한 켠에 선 이정표의 나무. 빼곡하게 멀고 가까운 지역의 이름이 적혀 있다. 


단일 서점으로는, 포틀랜드는 물론 북미 지역에서 가장 큰 곳으로 꼽히는 '파웰 서점' (Powell's Bookstore)이다. 도서관 장서량만 1백만 권이 넘는다고 한다. 서점 자체가 워낙 큰 규모여서 어느 곳에 어떤 부류의 책들이 모여 있는지를 알려주는 '서점 지도'가 있을 정도다 (아래). 


서점은, 제대로 볼 요량이라면 족히 며칠은 투자해야 될 듯싶었다. 새 책뿐 아니라 중고 책까지 사들여 진열하고 있어서 책의 규모는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것 같았다. 


포틀랜드에 한국 식품점이 있으리라 생각하고 햇반이며 깻잎, 컵라면 같은 비상 식량을 들고 오지 않았다. 북미의 주요 도시들에 있는 'H 마트'가 포틀랜드에도 있다는 사실을 미리 인터넷으로 알았으나 찾을 수가 없었다. 우리가 사용한 GPS앱은 엉뚱한 'H 마켓'을 찍어줬는데, 와 보니 들어가보고 싶은 생각조차 들지 않는 구멍가게였다. 미어터질 대로 미어터지는 교통 체증을 뚫고 겨우 찾아낸 곳은 '부한 마켓'이라는 이름의 한국 식품점. 불행중 다행이었다. 영어 설명으로는 한국 식품점인지 중국 식품점인지 헷갈렸으나 설명 중에 'banchan'이라는 단어가 나와 전자일 것으로 넘겨짚었었다. 


그리고 저녁에 호텔로 들어왔다. 워싱턴 주와 접경하고 있는 헤이든 섬(Hayden Island)의 '잰첸 강변' (Jantzen River)에 자리잡은 '강 위의 적사자 호텔'(Red Lion Hotel on the River)이 그곳인데, 규모가 대형 리조트를 방불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