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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기사

.com 열풍…"당신은 인터넷 포로"

■ 정보통신 / 인터넷 열풍
인터넷 . e-비지니스 '정보 범람' 에 잡지들 증면 경쟁…"믿을사람 하나 없다"일부선 "테크노 허풍" 지적도 | 주간동아 ▶제215호/1999.12.30

신문이나 방송에서 단 하루라도 ‘인터넷’이나 ‘이(e)-비즈니스’라는 말을 만나지 않을 수 있을까. 요즘과 같은 분위기에서라면, 당연히 불가능하다. 그것은 마치 알리바바가 외쳤던 ‘열려라 참깨!’라는 주문과도 같이, 20세기 말을 대표하는 키워드로 자리잡은 것처럼 보인다.

장외 주식시장인 코스닥에서도 이러한 흐름은 여실하다. 그 내용이나 전망에 대해서는 알지도 못한 채, 단지 그것이 ‘인터넷’ 기업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애써 모아둔 돈을 미련없이 털어넣는다. 가히 인터넷 열풍을 넘어 광풍이다.

우리는 이제 시작일 뿐이지만 미국은 그야말로 절정인 모양이다. 미국의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이같은 현상을 ‘모두가 이(e)-열차에 올라탔다’라는 제목의 기사로 꼬집었다. 인터넷과 ‘e’에 대한 열광을, 일종의 위험한 유행으로 지적한 것이다(여기에서 ‘e’는 ‘전자적’이라는 뜻의 ‘electronic’ 으로부터 나온 것이지만 지금은 인터넷과 연관된, 혹은 최첨단의 이미지를 지닌 접두어로 더 널리 애용된다(부속기사 참조).

그에 따르면 “인터넷이 미국인들의 삶에 끼친 효과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언론에 대해서는 전혀 그럴 여지가 없다. 신문 잡지 유세 등은 완전히 인터넷으로 전향했다.” 맹위를 떨치는 컴퓨터 바이러스와도 같이, 인터넷은 전체 미디어 문화를 집어삼켜 버렸다. 개기일식을 맞은 지구처럼, 과거의 전통적인 주제들은 인터넷의 그늘 속에 묻혀 버렸다.

경제 전문지인 ‘포천’의 편집장 존 휴이는 “인터넷 기사가 섹스나 범죄 기사보다도 더 잘 팔린다” 고 말한다. 예컨대 ‘.com 열풍’(Dot.com Fever)을 표지기사로 다룬 포천 8월호는 이 잡지 역사상 최다 판매부수를 기록했다. 다시 휴이 편집장의 말이다.

“인터넷에 대한 일반의 갈증과 관심은 대단하다. 인터넷 관련 소식과 정보도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다. 그 양과 내용이 너무나 풍부하고 전방위적이어서 이제는 포천 하나만으로는 그 내용을 다 담을 수도 없을 정도다.”

“접두어로 ‘e’ 붙여야 히트쳐요” 
e-post, e-book 등 … 상호에도 “e 바람”

인터넷이 언어에 미친 가장 큰 영향 중 하나는 알파벳 ‘e’의 쓰임새를 폭발적으로 늘린 일이다. 미국에서는 ‘ABCDEFG…’라는 알파벳 순서가 인터넷 시대를 맞아 ‘EBCDAFG…’로 바뀔지도 모른다는 유머까지 나올 정도다.
‘e’의 가장 흔한 용도는 뭐니뭐니 해도 접두어다. e-post, e-book, e-machines 하는 식이다. 미국의 전문 조사기관인 이마케팅(eMarketing)―이 회사 이름에도 어김없이 ‘e’가 붙는다―에 따르면 기사에 언급되는 알파벳 ‘e’의 빈도는 1966년 43개에서 올해 259개로 급증했다. 미국내 5대 신문과 5개 경제 잡지의 일주일치 내용을 조사한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