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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기사

'3000년 타임캡슐'에 뭘 담을까?

NYT밀레니엄 특집 / 타임캡슐
지렁이? 흙? 에이즈혈액?…타임캡슐 열어볼 사람은 뉴질랜드인? | 주간동아 1999년 12월23일치
 
뉴욕타임스매거진의 여섯번째 밀레니엄 특집 주제는 ‘타임 캡슐’이다. 서기 3000년의 타임캡슐. 지금으로부터 1000년 뒤 우리 후손이 열어보게 될 타임캡슐에는 어떤 것들이 담겨야 할까. 타임캡슐이 그 때까지 무사히 유지되기나 할까. 유지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우리 후손이 열어볼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 서기 3000년의 세계에서 바라본 20세기말, 더 나아가 ‘지난 1000년’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편집자)

모든 타임캡슐은 일종의 거울이다. 그 안에 담긴 내용물은 물론 캡슐의 모양과 재질을 통해, 심지어 그것을 묻거나 설치한 장소와 방법을 통해, 타임캡슐은 미래에 대해 발언한다. 여기에 무엇을 넣을 것인지를 결정하는 일은, 어떤 면에서 “당신이 무인도에 간다면 무엇을 가져가겠습니까?”라는 질문에 답하는 과정과 비슷하다. “1999년 무렵의 일상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다만 이것은 무인도 질문과 달리 개인적인 차원이 아니라 한 시대의 총제적 문화를 드러내는 수준에서 이루어져야 할 결정이다.
 
‘서기 3000년의 타임캡슐’을 주제로 한 이번호 뉴욕타임스매거진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꼴(형태·Form)과 속알맹이(내용물·Content)이다. 첫 번째는 어떻게 타임캡슐이 1000년간 잘 보존되도록 할 것인가 하는 실질적 문제다. 재질과 안전한 설치장소가 중요한 논란거리였다. 그 모양을 정하는 것도 어려운 문제였는데, 전세계의 유명한 디자이너 48명이 저마다 독특하고 의미심장한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두 번째는 캡슐의 내용에 대한 것이다.

이 잡지에 소개된 내용들―공예품, 인공 구조물, 유전 물질, 일상에 대한 묘사 등―은 일종의 단서에 불과하다. 가능한 한 폭넓은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다양한 채널을 열어두었다. 여기에는 당연히 인터넷도 포함된다. 세계 어느 곳의 누구든, 다음 주소를 통해 타임캡슐의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다(www.nytimes. com/capsule). 타임캡슐은 봉인되지 않은 채 내년 봄까지 미국자연사박물관에 전시된다. 적어도 그 때까지는 미완의 전시품이다.

● 어떤 모양에 담을까?

1999년 무렵의 시간을 담기 위한 타임캡슐의 조건은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1000년에 걸친 시간의 간극을 뛰어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공기와 물이 새어 들어가서는 결코 안되며, 열에 의한 수축이나 팽창에 대한 저항력도 갖춰야 한다. 후세 사람들이 타임캡슐을 잃어버리거나 잊어버리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였다. 그러나 무엇보다 눈길을 끈 것은 전세계 48명의 디자이너들이 제안한 미학적 아이디어들이었다. 최종 당선작으로 뽑힌 산티아고 칼라트라바의 제안을 비롯해 온갖 기발하고 의미심장한 디자인과 아이디어가 나왔다. 그 제안들의 내용만으로도 이 시대의 한 정서를 읽을 수 있을 듯했다.

대구 코뿔소 ‘공룡처럼’ 사라진다 
매년 3만종 멸종 … ‘적도 펭귄’도 온난화 못견뎌 역사 속으로

지난 5억년 동안 지구상에는 다섯번의 대규모 멸종사태가 있었다. 6500만년 전 공룡의 멸절을 몰고온 혜성 충돌이 그 중 하나다. 불행하게도 지금 ‘제6의 멸종’이 진행되고 있다. 하버드대학의 생물학자인 E. O. 윌슨 교수에 따르면 매년 3만종에 이르는 생물이 지구상에서 사라지고 있다. 3만 ‘마리’가 아니라 3만 ‘종’(種)이다. 생물학자들은 적어도 1000만종의 생물이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고 있다고 추정한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다음 밀레니엄에는 엄청나게 많은 생물 종들을 볼 수 없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