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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기사

인터넷 시대의 '영어 제국주의'

'영어 제국주의'까지는 아니어도, 인터넷의 영어 편중 현상은 여전히 심각하다. 가히 인터넷의 공용어라 할 만하다. 이 기사를 쓸 당시만 해도 인터넷 인구는 1억5천만여 명에 불과했다. 지금은 페이스북 이용자만 해도 이보다 5배쯤 더 많다. 인터넷 인구는 물론 10억을 이미 넘어섰다. 그새 중국의 영향력도 더욱 막강해졌지만, 앞으로도 꽤 오랫동안, 중국어가 인터넷의 공용어로 쓰일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고 해서 영어의 영향력이 더 세졌느냐 하면 그런 것 같지도 않다. 각기 다른 언어로 쓰인 콘텐트의 절대량 자체가 워낙 늘었고, 따라서 '모든' 사람들이 영어나 중국어를 해야만 하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 각자의 모국어로 된 콘텐트의 양과 질이 그만큼 성숙했다는 뜻이기도 하고, 서로 다른 언어끼리의 통역이나 번역도 현실의 그것처럼, 적당한 수요만 있으면 언제든 소통될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구글이나 다른 검색엔진들에서 제공하는 번역기의 기능이 나날이 더 좋아지고 있다는 점도, '영어 (혹은 중국어) 제국주의'의 우려를 다소나마 덜어주는 것처럼 보인다. (2012년 3월2일)

영어는 지구촌 표준어? | 세계인구 4명 중 1명은 영어 사용 | 인터넷 확산 힘입어 갈수록 맹위
NEWS+ 1999년 3월11일치 

97년 1월 중국이 대만 부근 해역에서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할 계획이라는 기사가 미국의 뉴욕타임스에 실렸다. 동아시아 지역은 돌연 팽팽한 긴장감에 휩싸였고, 수많은 인터넷 이용자들은 아시아 정세를 다루는 여러 온라인 뉴스그룹으로 몰려들었다. 곧 토론자들끼리 찬반 격론이 벌어졌다. 중국의 계획을 비난하던 한 토론자가 갑자기 이렇게 비아냥댔다. "나도 당신들이 엄청나게 많은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당신들에게 진짜로 필요한 건 영어교육인 것 같다. 중국인들은 영어 철자법도 제대로 쓸 줄 모르나?"

다른 토론자가 즉각 감정적으로 되받았다. "중국의 경제 규모가 너희 미국보다 훨씬 더 커져 봐. 중국인들의 문자 해득력이 미국인들보다 훨씬 더 높아져 봐. 그때는 우리 중국식 영어(Chinese-English)가 당신네 개떡 같은 양키 영어보다 훨씬 더 널리 쓰이게 될 걸."

인터넷 홈페이지 84%가 영어… 독일어의 20배

이후 양안(兩岸)을 감돌던 전운은 가라앉았고, 이들의 온라인 싸움도 시들해졌다. 그러나 인터넷 가상공간의 전운은 이후에도 사그라들지 않았다. 영어와 비(非)영어, 혹은 영어권 문화와 비영어권 문화는 물과 기름처럼 겉돌면서 여전히 삐그덕대고 있다.

영어를 모르면 인터넷에서도 괴롭다. 단순히 정보를 얻고 해석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또다른 정보원(源)인 뉴스그룹에 참여하는 것은 엄두조차 내기 어렵다. 설령 참여한다고 해도 주제와는 동떨어진 영어실력 때문에 핀잔을 듣거나 소외되기 십상이다.

영어가 현실사회의 공용어로 행세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세계 전체 인구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15억명이 영어를 쓰고 있으며, 나머지 4분의 3에서도 그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 책, 신문, 잡지, 항공관제, 국제 무역, 학술회의, 스포츠, 외교, 대중음악, 광고 등 영어의 영향력은 실로 전방위적이다. 단순히 인구로만 따지면 중국어에 이어 세계 제2위지만 실제 쓰임새는 그와 견줄 바가 못된다. 미 시카고대학의 언어학 교수인 에얌바 보캄바 박사는 "인류 역사상 영어만큼 많은 나라와 지역으로 확장된 언어는 일찍이 없었다"고 말한다.

문제는 이러한 영어의 위세가 세기말로 갈수록 더욱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전세계적으로 1억5000만명 이상의 사용자를 갖게 된 인터넷 때문이다. 60년대말 미국으로부터 태동했다는 인터넷의 '출신 성분'만 본다면 그 주축 언어가 영어인 것은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그로부터 30년이 넘도록, 특히 급속한 대중화 바람을 타고 매년 100% 이상의 증가세를 보여온 90년대 이후에도 영어의 지배력이 요지부동이라는 사실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현재 인터넷에서 유통되는 정보의 80~85%는 영어다. 그 비율은 2~3년전보다 7, 8% 떨어졌지만 그 지배력만은 여전히 압도적이다.

순수 민간기구인 '인터넷 소사이어티'의 연구 결과는 인터넷의 영어 중심주의를 잘 보여준다. 그에 따르면 무작위로 뽑은 3239개의 인터넷 홈페이지 가운데 2722개가 영어로 돼 있었다. 84%다. 4.5%를 기록한 2위 독일어보다 20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한글도 먹힌다고? 글쎄올시다"  | 
인터넷 활용 잘하면 우리말 세계에 알릴 호기

"오 마이 갓!"(Oh, My God).

개그맨 김국진의 능청스런 한 마디에 방청석과 시청자들은 일제히 웃음을 터뜨린다. 이 말은 요즘 신세대들 사이에서 "이런!" "아이쿠!"라는 우리말 감탄사를 대신해 즐겨 쓰인다. 방송 프로그램에서는 '주병진의 데이트라인' '김혜수의 플러스 유'(이전에는 '이승연의 Say Say Say'였다) 등 영어의 활용이 예전보다 한층 다양해지고 다채로워진 느낌이다.

외국영화 수입사들은 제목을 한글로 번역하는 수고를 아예 포기한 것처럼 보인다. '셰익스피어 인 러브'(Shakespeare in Love), '오픈 유어 아이즈'(Open Your Eyes), '씬 레드 라인'(Thin Red Line) 등 영어를 발음대로 옮겨적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 같은 제목이 도리어 튀어보일 정도다. '유'브 갓 메일'(You've Got Mail)이나 '벅'스 라이프'(Bug's Life)에 이르면 영어의 축약기호를 한글에 덧붙이는 '새로운 표기법'까지 창조된 양상이다.

미디어의 발달로 좁아진 세계, 지구촌 시대에 미국 문화의 위세는 날이 갈수록 막강해지고 있다. 미국 문화와 우리 문화 사이의 간극이나 전달되는 과정의 거름 과정(Filtering)은 사실상 사라져 버렸다. 우리 생활에서 영어는 더이상 번역되거나 '외래어'라는 중간 단계를 거치지 않는다. 영화 제목에서처럼 즉각적으로 소통된다.

인터뷰/독일 슈피겔 마틴 되리 편집부국장 | "중요한 건 자국어 다듬는 노력"

전세계에서 1억명이 사용하고 있으며 인터넷 공간에서도 영어에 이어 제2의 언어로 꼽히는 독일어. 그 미래는 과연 어떨까.

마침 2월25일 내한한 독일 최대의 시사주간지 슈피겔의 마틴 되리 편집부국장을 만나 독일어와 독일문화의 미래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보았다.

영어 몰라도 OK… '통역 도우미'뜬다 | 
'알타비스타'등 소프트웨어 개발 활기 | 언어장벽 허무는 '바벨 프로젝트'도 진행중

인터넷은 결국 영어와 영어권 문화의 지배를 받을 것인가. 그리하여 인터넷을 사용하는 모든 나라가 자국의 고유한 문화를 상실한 채 저급한 미국 오락문화에 흡수돼 버릴 것인가.

적어도 몇몇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그에 대해 단호히 '아니다'라고 대답할 것 같다. 바로 통역관련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회사들이다. 이들은 비록 세계의 모든 언어를 보전할 수는 없겠지만 수천만명 이상이 쓰는 영어 이외의 주요 언어들은 그 본래 용도를 결코 잃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