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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기사

마이클 조던 "I'm gone"... "굿바이 코트"

NEWS+ 1999년 1월28일치
 
조던이 동료로부터 공을 넘겨받는다. 공을 툭툭 튀기며 앞으로 나온다. 갑자기 몸을 잔뜩 웅크리는 조던. 영락없이 돌진 직전의 투우(鬪牛)다. 혀까지 길게 빼물었다. '이크!' 상대팀에는 좋지 않은 징조다. 수비수들이 갑자기 부산해진다. 그가 돌진한다. 사이드라인과 엔드라인을 거의 밟을 듯이 외곽으로 바짝 붙어 도는 그의 몸놀림은 마치 폭주 기관차 같다. 그의 몸이 솟구친다. 그의 수비수도 질세라 뛰어오른다. 대개는 팀의 최장신 수비수인 센터도 가세한다. 바스켓을 향해 올라오던 그의 손이 돌연 사라진다. 아래로 내려간 손은 수비수의 겨드랑이 사이나 등 뒤로 돌면서 다시 바스켓을 향한다. 그의 전매특허인 '더블클러치'다. 수비수들이 허공만 휘젓다 코트에 내려앉을 때까지도 조던의 몸은 떠 있다. 아니 '날고 있다'. 공은 조던이 착지한 다음에도 바스켓 위에 잠시 머물다가 마법처럼 그 안으로 빨려들어간다.

마이클 제프리 조던(35). 이제 다시는 그의 '마법'을 볼 수 없다. 1월14일 새벽 2시(한국 시간) 수십억 세계 농구팬들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은퇴를 공식 선언했기 때문이다.

온갖 헌사와 찬사가 그에게 쏟아졌다. 클린턴 미 대통령은 "조던이야말로 육체와 영혼 모든 면에서 가장 완벽했던 운동선수"라고 극찬했고, 제리 웨스트 LA 레이커스 구단주는 "현대의 베이브 루스"라고 치켜세웠으며, 이탈리아의 일간지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는 "조던은 농구선수 이상의 가치를 지니며, 그 자신이 신화이자 감동을 던져주는 시(詩)였다"라고 아예 '시'를 썼다.

그가 그렇게 대단한가. 농구에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이런 물음을 던질 법도 하다. 또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더라도 충분히 그럴 만하다. 국내에서 미 프로농구(NBA)를 접할 기회란 별로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NBA와 조던에 문외한인 사람을 '포섭'하기는 아주 쉽다. 그의 경기 모습이 담긴 비디오를 하나 빌려 보여주면 십중팔구 '조던교(敎)' 신자로 개종할 것이기 때문이다.

농구선수로서의 그의 위대함은 '농구의 신', '농구황제' 같은 그의 칭호가 다른 사람이 아닌 NBA 동료 선수들에 의해 붙여졌다는 데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86년 4월21일 보스턴 가든 체육관. 시카고 불스와 보스턴 셀틱스의 플레이오프 2차전이 열렸다. 연장까지 가는 대접전. 결국 보스턴이 이겼지만 이 경기의 진정한 승자는 보스턴도, '백인의 우상' 래리 버드도 아닌 신인 선수 조던이었다. 그는 53분 동안 무려 63점을 쏟아붇는 원맨쇼를 펼쳤다. 리바운드(5개)와 어시스트(6개), 가로채기(3개) 등에서도 발군이었다. 경기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보스턴을 이끌던 래리 버드는 이렇게 말했다. "마치 신이 마이클 조던의 형상으로 나타나 경기를 펼친 것 같았다."

시카고 불스의 동료였던 론 하퍼(가드)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관중은 조던의 경기를 보며 '우!' '아!' 하고 감탄사를 연발하죠. 하지만 우리는 결코 그러지 않습니다. 매일 연습할 때마다 보니까요. 그는 우리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진짜 '황제'입니다."

그러나 조던을 더욱 빛나게 하는 것은 농구에 대한 그의 태도다. 1120승 908패라는 전대미문의 기록을 가진 NBA의 명장 레니 윌킨스(61·애틀랜타 호크스)는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조던이 처음부터 농구 천재였던 것은 아니다"고 말한다. "그는 경기를 거듭하면서 끊임없이 발전했다. 그는 늘 생각하고 노력하는 농구를 했고, 시즌이 거듭될 때마다 예전보다 향상된 기량과 경기 장악력을 보여주었다."

불같은 승부 근성도 빼놓을 수 없다. "나는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아무리 힘들고 괴로워도, 마지막 버저가 울릴 때까지 최선을 다한다." 유타 재즈와 가진 96~97 시즌 챔피언 결정 5차전에서 그는 자신의 말을 증명해 보였다. 갑작스러운 독감과 구토에도 불구하고 경기에 나서 팀의 승리를 이끌었던 것. 경기 막바지에는 탈진해 동료들의 부축을 받아야 할 지경이었다.

조던과 시카고 불스 사이에는, 조던이 '경기에 대한 사랑 조항'이라고 불렀던 묵계가 있었다. 농구 시즌 중이든 아니든 그가 원하면 언제 어디서나 농구공을 잡을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이었다. NBA에서는 농구선수가 곧 '상품'이어서, 그가 소속팀의 허락없이 농구 경기를 벌였다가 부상당하면 소속팀은 언제라도 그와의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 그러나 조던만은 예외였던 것. 그는 "잠시도 농구공을 놓고 싶지 않았다"고 말한다. "농구 코트에서 나는 가장 편안했다. 나는 종종 여름 한철을 농구연습으로 보내곤 했다."

13시즌 동안 그가 얻은 빛나는 열매들―여섯번의 우승과 여섯 번의 결승전 최우수선수(MVP)상, 다섯번의 시즌 MVP상, 열번의 득점왕 등―은 아마도 그의 농구 사랑에 대한 보답일 것이다. 그런 그가 농구 코트에 작별을 고했다. 95년 2년간의 야구 외도 끝에 복귀하며 'I'm back'(나는 돌아왔다)이라는 말로 자신을 표현했던 조던은, 이번에도 단 두마디로 자신의 신화를 현재진행형에서 과거완료형으로 바꿔 버렸다. 'I'm gone'.

김상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