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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영화, 과학일까 허구일까


올 여름 SF영화들의 최대 화두는 「소행성」 이다. 딥임팩트에 이어 아마겟돈도 소행성의 지구 충돌을 소재로 삼았다. 거대한 소행성 이 시속 3만3000km로 지구를 향해 돌진해 온다.

「텍사스 크기」라니, 6500만년 전 공룡 을 일거에 멸망시킨 것으로 여겨지는 소행성 (지름 10~15km로 추정)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큰 것이고, 만약 부딪친다면 인류는 물론 지구의 대다수 생명체를 절멸시킬 만한 규모 다.

아마겟돈과 딥임팩트의 제작에 직접 영감을 준 것은 지난해 7월, 미 항공우주국(NASA) 산하 제트추진연구소의 발표 내용. 연구소는 5000여개의 소행성을 발견했으며, 이들 중 일곱개는 그 크기가 지구의 존속을 위협하기에 충분하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지금까지 발견된 소행성 갯수가 전체 소행성의 10% 정도에 불과하다는 사실.

그렇다면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할 확률은 얼 마나 될까. 천문학자들은 10만년에 한번씩 지름 1km 정도의 소행성이, 5000만년에 한 번씩 지름 10km 정도의 소행성이 지구와 충 돌할 수 있다고 추측한다.

공룡이나 인류 등 지구의 생명체를 전멸시키기 위해서는 지름 10km 이상의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해야 하 지만, 지름 1km의 소행성이 충돌하더라도, 현재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핵무기를 한꺼번 에 터뜨린 것 이상의 위력을 지닌다고 한다.

영화와 관련된 또 한가지 의문. 소행성이 지 구를 향해 날아올 경우, 미사일이나 폭파장 치를 써서 이를 막을 수 있을까? 『소행성은 결코 멈추게 할 수 없다. 결코 멈춰질 수 있 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러나 소행성의 접 근을 일찍 알아내기만 한다면 궤도를 벗어나 게 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아마겟돈」의 자 문을 담당한 NASA의 이반 베키는 말한다.

그러나 궤도를 바꾸는 작업은 결코 쉽지 않 다. 미사일 정도로는 턱도 없다. 결국 영화에서처럼 소행성 속에 한개, 또는 여러 개의 구멍을 뚫은 다음 소행성의 아래쪽에 핵폭탄 을 설치, 동시에 폭발시키는 것이다. 문제는 핵폭탄을 소행성에 어떻게 가져가며, 또 어 떻게 구멍을 뚫을 수 있느냐는 것.

무기 전문가들은 소행성 속에 핵폭탄을 박아 터뜨리는 것보다 소행성 「위에서」 터지도록 계산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한다. 핵폭발로 소행성 표면이 엄청나게 뜨거 워지면 파편과 가스가 분출되면서 공전궤도 가 바뀔 것이라는 계산이다.

그러나 어떤 방법이든, 그것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려면 적어도 5년 정도의 여유가 필요하다고 베키는 말 한다. 『소행성까지 비행하는 데만 최소한 6 개월에서 1년의 기간이 필요하다. 만약 충돌 예고 경고를 몇주일 전에 듣게 됐다면, 최선의 대책은 기도뿐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장기간의 우주여행 동안 조종사들의 노화 속도를 늦추기 위해 인공 동면에 들어가는 장면 이다. 신체를 초저온 상태로 급속 냉각시킴으로써 각 기관과 세포, 피부조직 등의 손상 을 막아 목적지에 도달했을 때 이상없이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게 한다는 발상이다.

이같은 「인간 냉동 보존술」(Cryonics)은 지난 30 여년간 간헐적으로 시도돼 왔다. 그러나 신 체 장기의 손상을 막는 데는 실패했다. 대다 수 저온생물학자들은 인간냉동보존술이 앞으 로도 상당 기간 성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이 기술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항 냉동제 혹은 내냉동제(耐冷凍劑)와, 손상된 세포와 피부조직을 재생해주는 장치가 필요 하다. 그 사람 고유의 성격과 기억력을 그대로 유지시키는 것도 긴요한 사안이다.

「로스트 인 스페이스」가 제기하는 또 다른 논쟁거리는 광속비행과 시간여행이다. 우주선이 태양의 인력에 끌려들어가 빠져나올 수 없게 되자 주인공들은 태양을 광속으로 관통함으로써 위기를 벗어난다. 그런가 하면 로 빈슨의 아들이 타임머신을 발명, 미래의 아 들과 현재의 아들이 만나는 장면도 나온다.

이런 일이 가능할까? 그러나 현재까지 옳은 것으로 공인받고 있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빛의 속도로 여행하는 일도,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나 미래로 비행하는 일 도 불가능하다. 어떤 물체도 빛보다 빠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가령 어떤 물체의 속도가 빛의 속도의 10분의 1일 때 질량 증가는 0.5%에 그친다.

그러나 빛의 속도에 90% 수준으로 근접하면 질량 증가는 100%를 넘게 되고, 점점 더 빨라질수록 질량은 무한대에 근접한다. 그런가 하면 시간은 점점 느려져 서, 외부에서 보면 빛의 속도에 근접할수록 정지 상태에 가까워진다. 영화에서 우주선이 광속으로 비행할 때, 모든 승무원의 움직임 이 정지된 것처럼 표현된 것은 이러한 원리를 고려한 것이다.

타임머신 이론은 1988년 미국의 대표적 상대론 학자인 캘리포니아공대의 깁슨이 「웜홀」 (Worm Hole)을 사용한 타임머신에 대한 논문을 학술지에 발표하면서 등장했고, 또 뜨 거운 논쟁을 촉발시켰지만 뚜렷한 결론은 얻 지 못했다. 웜홀은, 사과의 표면을 시공(시간 과 공간을 결합한 것)으로 가정할 때, 두 점이 연결된 「벌레구멍」의 터널이다.

시공이 다른 장소를 움푹 들어가게 해서 튜브처럼 잡아늘인 뒤 두개를 연결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적어도 그러한 웜홀이 안정적으로 존재하고, 사람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면, 어쩌면 먼 미래에는 시간 여행이 가능할 지도 모른다.


「크기가 최고」(Size Does Matter)라고 감독은 외쳤지만, 과학적 관점에서 본다면 영화 「고질라」는 그 크기 때문에 현실성을 잃어버 렸다. 핵실험의 부산물인 고질라의 키는 무려 121m. 지구 역사상 이렇게 큰 생명체가 존재하기나 했던가.

지구상에서 가장 덩치 큰 지배자로 꼽히는 공룡, 그 중 「지진을 일으킬 만큼」 거대하다고 해서 「자이즈모사우루스」로 명명된 공룡도 채 50m를 넘지 못했다. 더욱이 이들 거대 공룡들은 그 큰 몸집을 주체 못해 매우 느리게 움직일 수밖에 없었고, 따라서 대부분 초식이었다.

그런데 고질라는 이들보다 3~5배 이상 크면서도 가공할 만큼 빠른 데다, 육식이다. 이 정도면 몸무게가 수천t은 될텐데 다리 관절들이 잘 버텨줄까? 게다가 고명한 주인공 과학자는 혈액조사 한번으로 고질라가 암수 구별없이 단성생식하는 파충류임을 밝혀낸다.

아무리 허황한 SF영화라도 관객을 끌어들이 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과학적 기반이 필요한 법이다. 영화 「고질라」에는 그것이 없다. 〈김상현 기자〉NEWS+ 1998년 7월9일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