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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기사

뒷거래설… PC동호회 ‘몸살’

 컴퓨터기기 ‘공동구매’둘러싼 금품수수­압력등 부정시비 --NEWS+ 1998년 4월16일치
세월이 흘러도 바뀌지 않는 것이 있다. 돈이 모이는 곳에 부패가 있고 흑막이 있고 탐욕이 있다. 비록 저 PC동호회가 인터넷으로 으름을 바꾸고 이른바 '파워유저'로 대치해도, 그 뒤에 도사린 인간의 어리석음과 탐욕은 여전하다. 나는 이런 기사를 썼다는 사실조차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러다 얼마 전에 터진, 인터넷 파워유저의 '돈 받고 좋은 리뷰 써주기' 논란을 보고 문득 이 때가 떠올랐다. 정말 이런 것들은, 세월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다. 참 징그럽다.

이미지 출처: http://lucell.tistory.com/341


『협찬금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아무 런 대가성도 없는 순수한 기부금이었다』

『모 대통령이 받은 20억원이 검은 돈인지 당 운영비인지 혹은 정치자금인지는 각자가 판단할 문제이지만, 그 돈의 지출명세를 모든 당원에게 공개한 적이 있는가?』

구설에 휘말린 정치인의 변명이 아니다. PC 통신의 한 동호회에서 나온 말이다. 하이텔 의 「OS동우회」 대표시삽인 김일기씨(43·광 서건설 관리실장)는 공동구매 과정에서 자신 이 뒷돈을 받았으며 통장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고 보도한 「헬로PC」 4월호의 기사에 대 해 이렇게 반박했다.

PC통신의 동호회가 몸살을 앓고 있다. 이른 바 「공동구매」를 둘러싼 갖가지 부정시비 때 문이다. 컴퓨터나 주변기기를 시중가보다 싼 값에 50~200명이 단체 구입하는 공동구매는 PC통신 동호회의 오랜 「관행」에 속한다. 그 러나 구매가 잦아지고 규모가 커지면서 그에 따른 잡음도 높아가고 있는 것. 최근 불거진 하이텔의 「OS동우회」 사건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문제의 헬로PC 기사는 「일그러진 영웅에 멍 드는 동호회 공동구매」라는 제목으로 김일기 씨의 갖가지 행적을 구체적으로 적고 있다. 기사는 「하이텔 O동호회 대표시삽 K씨」 「S사의 A사장」「J전자의 J씨」 등으로 영문 이니셜을 썼지만, 정황으로 볼 때 누가 누구인지 뻔히 알 수 있게끔 돼 있다.

그에 따르면 김씨는 컴퓨터 관련 제품들을 공동구매하는 과정에서 대당 얼마씩 달라거나 공CD를 얹 어달라는 등 업체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 고 한다. 「잘 봐주겠다」며 수십만~수백만원 을 후원금조로 받기도 했으며, PC통신의 익 명성과 낮은 참여도를 악용해 동호회 운영에 서부터 공동구매할 제품의 선정과 DIY행사 (컴퓨터 조립 행사)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자기 멋대로 해왔다고 한다.

기사를 작성한 장원식기자는 『김일기씨를 비롯한 몇몇 운영진이 동호회의 영향력을 이용해 저지른 갖가지 불법, 탈법행위를 보고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한다.

헬로 PC “영향력 이용 탈법” 보도
 
김일기씨의 주장은 그와 전혀 다르다. 『지난 해부터 내게 악감정을 갖고 있던 잡지사가 이미 동호회의 공지사항에 다 나온 내용을 악의적으로 재구성해 보복하려는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펜티엄Ⅱ 프로세서가 처음 나와 이를 구하기 어렵던 지난해 5월, 김씨는 그에 대한 리뷰 를 경쟁지인 P지에 썼다.

『프로세서를 미처 구하지 못한 헬로PC는 기사화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내 자료를 가져갔으나 약속과 달리 소숫점 아래 둘째자리까지 똑같은 리뷰기사 를 실어 이에 강력 항의했다』고 그는 말한 다.

이 사태는 헬로PC측의 사과로 일단락됐 지만 감정의 앙금은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번 기사는 그때 일에 대한 악의적인 분풀이』라고 김씨는 주장한다.

이번 사태는 OS동우회의 일로, 혹은 한 개인에 대한 부정시비로 치부될 수도 있다. PC통 신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수백개의 동호회 중 겨우 한곳에서 벌어진 일일 뿐인데…」 하고 가볍게 넘길지도 모른다.

그러나 PC통신 동호회에서 차지하는 OS동우회의 비중은 결코 가볍지 않다. 이곳의 등록 회원 은 약 4만3000명. 국내 최대 규모다. 회원들 스스로 「아시아 최대 규모」라고 자랑할 정도다. 더욱이 이들이 월 2, 3회씩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공동구매는 회원들은 물론 컴퓨터 및 주변기기 업체들의 높은 관심을 끌 만큼 큰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광고비를 월 1000만원씩 쓰느니 차라리 10만원씩 손해를 보고 (OS동우회 회원들에게) 100대 파는 것 이 더 좋다』고 업체들에서 공공연히 말할 정 도였다. 따라서 OS동우회의 행태는 어떤 면 에서 PC통신 동호회의 중요한 흐름을 보여 준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사건을 가볍게 보아넘길 수 없는 또다 른 이유는 공동구매를 하는 동호회가 줄잡아 수십곳에 이르며, 몇몇 곳은 아예 동호회의 운명을 걸만큼 공동구매에 집착한다는 사실 때문이다.

법적 문제로 비화될 조짐
 
공동구매 가격은 대체로 낮다. 소비자 권장가격은 물론이고 업체가 총판이나 대형 대리점 에 제시하는 소위 「딜러 가격」보다도 더 싸다. 김씨도 『돈 먹었다는 얘기를 듣지 않기 위해 가능한 한 값을 「후려치게」 된다』고 말 한다. 해당 업체로는 여간 부담이 아니다.

헬로PC의 신성환 편집장은 『업체의 부담이 정 상적인 유통과정을 거치는 제품가격에 그대 로 전가되므로 결국 대다수 소비자가 공동구 매의 피해자인 셈』이라고 말한다.

OS동우회와 헬로PC간의 다툼은 앞으로도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김일기씨는 『법적 으로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히고 있고, 헬로 PC측은 『5월호에 추가 비리사실을 폭로하겠 다』며 결의를 다지고 있다.

그러나 시비가 어떻게 가려지든 이번 사건은 PC통신 동호 회와, 동호회의 관행으로 굳어진 공동구매에 대한 새로운 성찰의 계기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나우누리의 파워유저 모임 고문인 김현국씨 (34)는 『신제품, 신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은 동호회 이용자들의 특성상 공동구매는 불가 피하다』면서 『그러나 투명성을 확보하지 않 은 공동구매는 시한폭탄을 안은 것이나 다름 없다. 동호회를 잡음과 의혹의 온상으로 만 드는 것도, 「모뎀 민주주의」의 꽃으로 만드 는 것도 결국은 통신 이용자들의 몫이다』고 말한다. 김상현 기자

■ PC동호회‘뒷거래설’ 잡음 
“악의적 기사…터무니없는 음해” - 하이텔 OS동우회 대표시삽 김일기씨 결백주장

지난해말 OS동우회의 대표시삽으로 재선된 김 일기씨는 공동구매를 둘러싼 「뒷돈 거래설」에 대해 『터무니없는 음해』라거나 『OS동우회와 김 일기 죽이기』라며 매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공동구매는 얼마나 자주 했는가.
『월 평균 2회 정도, 많을 때는 3회 정도 했다. 보통 4~5회, 많게는 7~8회까지 했다는 헬로PC 의 보도는 악의적으로 과장된 것이다』

공동구매를 둘러싸고 잡음이 많은데….
『워낙 규모가 큰 동호회다 보니 늘 그런 논란이 있었다. 지난해 피선된 이후 구매 과정을 양성화하려 노력했다. 제품 구매가격도 돈 먹었다는 얘기 안들으려고 가혹하리만치 후려쳤다』

그러면 업체에 부담을 지워 유통질서를 어지럽히는 결과로 나타나지 않겠는가.
『유통구조를 어지럽힌다는 얘기는 어불성설이 다. 무자료 탈법 꺾기 등 왜곡된 유통구조는 이 미 용산 상인들이 버려놓은 것이다. 우리도 소 비자인 셈인데 조금이라도 더 싸게 사는게 좋지 않겠는가』

OS동우회의 규모가 업체에 압력수단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그것은 지레짐작일 뿐이고, 사실이라 하더라도 업체 사람들의 심정에 불과하다. 나는 한번도 업체에 압력을 넣거나 부당한 돈을 요구한 적이 없다』

공동구매에만 치중하다 보면 동호회의 순수한 취지가 손상될 수도 있지 않은가.
『인정한다. 그러나 공동구매에 대한 수요를 무 시할 수 없다. 운영위원회의 공지사항을 보는 사람은 몇백명에 불과하지만 공동구매 정보를 보는 사람은 몇천명이 넘는다. 마땅히 더 많은 회원들의 뜻을 따르는게 동호회의 취지에도 맞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