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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비늘

2004년 4월 - 토론토, ALHB, 동준이...

3월30일(화) 퀘벡CBC - 캐나다 공영방송인 CBC의 퀘벡 지사 - 따라서 주 언어도 불어지요 - 에서, 아시안롱혼비틀에 대한 취재를 위해 오늘 CFIA를 찾았습니다. 위 사진은 그 취재팀을 안내하는 CFIA 차의 양 옆에 붙은 사인입니다. 큼직한 비틀 사진이 좀 코믹하게 비쳤습니다. ^^

4월27일(화) 나무의 속 - 오늘 나무의 속을 처음 보았습니다. 이렇게 몸통 속을 비워낸 형상은 정말 처음입니다. 밖으로 가지를 뻗은 그 부분마다, 그 속으로 마치 송곳처럼 또다른 가지들이 나와 있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참, 임학으로 석사까지 받은 자가 이렇게 무지했나 싶기도 하면서, 다른 한 편으로는 참 나무라는 게 경이롭구나 하고 새삼 깨달았습니다.

4월26일(월) 동준아, 공 차러 가자! - 저만치 앞서 공을 차며 달아나는 동준이 뒷모습을 잡았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열심이 달려간 이유는 축구공이 아니라 놀이터 때문이었습니다. 돌멩이 퍼올리기, 미끄럼틀 타기, 뜀박질 하기...

4월25일(일) 쇼핑 - 아침, 코스코에 다녀왔습니다. 가능하면 사람이 좀 덜 붐비는 시간을 택한 결과입니다. 동준이에게 몇 번 카트를 맡겼습니다. 곧잘 밀었습니다. 도움이 되기보다 그 반대인 경우가 많았지만, 그래도 그게 또다른 재미이자 즐거움이었습니다.

4월24일(토) 말죽거리 잔혹사- 어제 아내와 함께 유하 감독의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를 보았습니다. 재미있었습니다. 참 잘 만들었다 싶었습니다. '그 때 그 시절'도 꽤 충실하게 재현되어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한국에서 요즘 가장 잘 나간다는 권상우를 처음 보았는데, 생각보다 꽤 연기를 잘하는구나 싶었습니다. 종종 책을 읽는 듯 밋밋하고 평면적인 대사도 귀에 들어왔지만, 그러나 대단한 재능과 열정이 느껴졌고, 따라서 그 정도 몇몇 단점들은 쉽사리 개선될 것이라 여겨졌습니다. 강은주를 연기한 한가인이라는 인물 또한, 그 시절 고교생들의 표준적인 이상형으로 안성맞춤이었습니다. 전체적으로 균형이 잘 잡힌 영화였습니다. 자주 킬킬 댔습니다. 그 시절에 학교를 다녔던 이라면 누구나 다 공감할 추억, 낭만, 악몽, 그런 것들이 참 많았습니다. 보기에 민망하지만 그 때는 참 진지하게 여겨졌던 것들, 촌스러운 것들, 유치한 것들.... 지나간 것들은, 설령 그것이 '잔혹사'였다고 해도 기억의 나약함에 힘입어 때때로 그립게 느껴지기도 하는 모양입니다만, 그러나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습니다. 지나간 것들이라고 해서, 그립다고 해서, 그것이 언제나 아름다운 것은 결코 아니기 때문입니다. 저는 무엇보다 값싼 감상주의에 빠지지 않아서 이 영화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시인으로만 알았던 유하라는 사람, 참 재능있는 인물임에 분명합니다.

4월23일(금) 작은 호수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그냥 연못이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조사하고 기록해야 할 나무가 워낙 빼곡한 지라 2주 넘게 오고 또 오는 블랙크리크 숲의 연못입니다. 고개만 들면 스틸스(Steeles), 제인(Jane) 같은, 서울의 도로가 무색할 정도로 붐비는 대로가 지척이지만, 이 숲은 이처럼 조용하고, 때로는 도심으로부터 아주 멀리 떠나온 것 같은 생각이 들게 합니다.

4월22일(목) 재래식 펌프- 며칠째 블랙크리크(Black Creek)라는 이름의 숲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100년은 족히 넘었을 법한 낡은 창고와 집이 몇 채 있고, 아름드리 나무들이 빼곡합니다. 그 중 그나마 상태가 괜찮아 보이는 집이 있는데, 그 옆에 이런 모양의 펌프가 있습니다. 모양은 조금 다르지만, 어린 시절 집 마당에 있던 펌프가 떠올랐습니다. 처음에 물을 퍼올리자면 한두 바가지의 물을 부어준 뒤 열심히 펌프질을 해야 했지요. 그렇게 해서 물을 퍼올리기만 하면, 그 물은 더없이 차고 맑고 맛있었습니다.

4월21일(수) 군대 시절 사진 - 군에서 만나 친구가 된 학군 27기 동기생인 원철(사진 맨 앞)로부터 며칠 전 메일을 받았습니다. 그 시절이 아득해서, 문득 앨범을 뒤적이다 만난 사진입니다. 중대 단위로 해안 경비를 교대하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만나기 힘든데, 무슨 대대 회의인가 열린 덕에, 같은 대대의 동기들끼리 모처럼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찍은 날짜를 보니 91년입니다. 중위 달고, 제대 날짜 세던 무렵으로 기억됩니다. 남은 5개월이, 과연 오기나 할까, 여겨질 정도로 멀게만 느껴지던 시절이기도 합니다.

4월20일(화) Got Soy milk? - 오후 4시~4시30분 무렵, 동준이가 선생님과 함께 외출했다가 돌아옵니다. 발그레한 얼굴에, 문을 열어주자마자 오줌이 마렵다고 화장실로 달려가기도 하지만, 대개는 우유나 주스 같은 마실 것을 요구합니다. 사진은 두유를 받아들고 좋아하는 모습입니다.

4월19일(월) F150 - 오늘은 운좋게 포드의 F150를 배정 받았습니다. 같은 이름으로 계속 명맥을 이어 온 지 벌써 50년이 넘는다고 합니다. 가장 장수한 명차 중 하나입니다. 포드의 다른 차들은 늘 그저그렇거나 적지 않은 부침을 경험했지만 이 F150만은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고, 또 그에 보답이라도 하듯 업그레이드를 계속해 동급의 트럭들 중에서는 단연 최고로 꼽힙니다. 2004년 모델에는, 트럭임에도 불구하고 DVD 플레이어까지 추가되어 화제를 모았습니다. 타보니 일반 승용차 못지 않은 승차감에 빼어난 코너링, 넘치는 파워 등을 경험하면서, 역시 좋긴 좋구나 싶었습니다. 더구나 앞 바퀴 굴림만으로는 빠져나올 수 없는 진창에서 네바퀴 굴림(4L)으로 전환하기 무섭게 아주 간단히 빠져나왔습니다. 참 군침 도는 트럭이었습니다.

4월18일(일) 로브로스 - 캐나다에서 가장 성공한 캐나다 토종 소매업 체인으로 평가 받는 로브로스(Loblaws)입니다. 깔끔하고 다양하고 신선하고 편리하고... 한 번 이곳에서 쇼핑을 해 본 주부들은 대부분 다시 찾는다고 합니다. 저희 집 곁에 있는 로브로스 체인이 1년 간의 레노베이션 작업에 들어가는 바람에, 영과 엠프레스 네거리에 있는 다른 로브로스를 찾습니다. 규모는 좀더 작지만 로브로스 특유의 편리함과 깔끔함에는 다름이 없습니다.

4월17일(토) 오늘도 베이뷰빌리지 파크에 갔습니다. 저녁 무렵. 엄마랑 동준이가 달리기 경주를 합니다.

4월11일(일) 이스터 선데이. 하늘은 맑고 햇볕은 따사로웠지만 여전히 봄은 '오는 중'입니다. 제가 사는 아파트와 혹스버리라는 다소 한산한 도로를 경계로 서 있는 이웃 아파트의 놀이터입니다. 동준이가 종종 찾아가는 곳입니다.

4월10일(토) 집 바로 뒤에 있는 자그마한 놀이터입니다. 가로, 세로 각각 10 미터도 안되는, 작은 자갈들이 깔린 놀이터에는 작은 미끄럼틀 하나 덩그마니 놓여 있습니다.

4월9일(금) Go Leafs Go! - 어제 토론토 세인트클레어 가에서 본 한 메이플리프스 팬의 차입니다. 어제 저녁 플레이오프 1차전이 에어캐나다 센터에서 열렸는데, 이 차는 아마 그리로 가는 길이었을 겁니다. '리프스 공화국'(Leafs Nation)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열광적인 응원이 펼쳐졌지만 방문팀인 오타와에 2:4로 1차전을 내주고 말았습니다

4월8일(목) 캐나다에서 가장 큰 서점 체인, 사실상의 독점적 지위를 향유하고 있는 챕터스입니다. 스타벅스 커피샵까지 있으니 이런 걸 '시너지 효과'라고 해야겠지요. 오늘 점심 직전의 커피 브레이크 때 잠시 들렀습니다.

4월7일(수) 19층에서 내려다본 풍경 중 하나입니다. 오늘 토론토 시청의 자원봉사 프로그램이 시청 빌딩 중 하나인 메트로홀 19층에서 열린 덕택입니다. 토론토가 참 아름다운 도시라는 생각을, 새삼스럽게 하게 됐습니다.

4월6일(화) 캐나다 우승! - 캐나다 여자 하키팀이 오늘 월드하키 챔피언십 결승에서 미국 팀을 2:0으로 꺾고 우승했습니다. 경기도 박진감 넘치고 재미있었지만, 무엇보다 캐나다가 이겨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 상대가 미국이어서 금상첨화였지요.

CFIA 사무실에서, 아침 조회를 기다리는 동안.

4월3일(토) 동준이의 외출 - 근처 베이뷰 빌리지 파크까지 자전거로 갔습니다. 동준이 자전거 타는 솜씨가 많이 늘었습니다. 비탈에서 밀어준 것 빼고는 대부분 혼자서 잘 갔습니다. 공원 벤치에 앉아서 잠시 브레이크. 좋아하는 두유를 드시는 중입니다.

4월2일(금) 하이파크 - 이틀 간의 '식물분류학' 재교육 이틀째. ALHB 프로젝트 제1단계를 마무리하고 2단계로 나아가기 직전, 약간의 휴식 겸 환기용 프로그램입니다. 어제는 마운트 플레즌트 묘지에 갔고, 오늘은 시내에 있는 하이파크(High Park)에 갔습니다. 도심 속의 거대한 숲 하이파크는, 비유하자면 뉴욕의 센트럴파크쯤 될 겁니다. 하지만 생태계의 건강성으로만 본다면 하이파크 쪽이 더 '하이' 할 겁니다. 공원의 호변에 선 멋드러진 버드나무(Willow, Salix)입니다.

4월1일(목) 너도밤나무- 오늘 나무들을 보기 위해 마운트 플레즌트 묘지(Mount Pleasant Cemetery)에 갔습니다. 아름드리 나무들이 빼곡한 그 아름다운 묘지의 숲에서 만난 크나큰 너도밤나무(Beech, Fagus)입니다.

3월31일(수) 비틀 케이크- 주관 연방정부에서 정한 ALHB 프로젝트 1차 완료 시한이 오늘입니다. 그 1차 시안 안에, 주요 해충 감염지역의 숙주 나무들을, 그 감염 여부와 상관 없이 다 베어 한 곳으로 모아 처리하는 것이 주요 과제였습니다. 어찌어찌 해서, 그 빡빡해 보이던 목표를 달성한 모양입니다. 그를 기념하는 짧은 회동이 업무 말미에 있었고, 이런 케이크가 나왔습니다. 벌레 모양의 장식, 아시안롱혼비틀의 약자로 흔히 쓰여 온 ALHB가 붙었습니다. 좀 촌스러웠지만 그래서 도리어 정감이 갔습니다. 맛은 어땠는지 모르겠습니다. 별로 식욕이 나지 않아 전혀 입에 대지 않았거든요. 어쨌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