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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기사

인터넷 ‘차세대 WWW’ 표준전쟁 불붙었다 (NEWS+ 1997년 6월19일치)

* '푸시' 기술을 혹시 기억하십니까? 인터넷 관련 기술 중 혜성처럼 나타났다, 역시 혜성처럼 사라져버리고 만 '거품 기술'이 적지 않은데, 이 푸시 기술도 그 중 하나다. 넷스케이프는 또 어떤가? 한때 인터넷 브라우저 시장을 독점했던 이 소프트웨어도, 마이크로소프트의 맹공을 못 견디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기술의 변화, 기술 관련 기업들의 부침을 보면 정말 무섭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MS­NS,웹 정보 개인 컴퓨터에 자동으로 밀어내주는 ‘푸시 테크놀로지’싸고 한판 - 기술보단 시장점유율로 승부 날 듯 

    인터넷의 표준을 둘러싼 또 다른 전운(戰雲)이 감돌고 있다. 전쟁의 당사자는 웹 소프트웨어의 주도적 개발자들인 넷스케이프사와 마이크로소프트사. 이들은 그 동안 브라우저의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이번에는 인터넷의 새 장을 열 것으로 기대되는 「푸시 테크놀로지」(Push Technology)가 싸움의 발단이다. 웹의 엄청난 정보를 개개인의 컴퓨터 스크린에 자동으로 「밀어내」(Push) 주는 이 기술 은, 어떤 면에서 인터넷을 텔레비전과 닮은꼴로 만든다. 월드와이드웹의 새로운 진화단계인 셈이 다.

    예컨대 내가 할리우드 연예인의 근황과 미 프로농구(NBA) 소식, CNN 속보, 새로 나온 게임프로 그램 등에 관심이 있다고 하자. 그러면 나는 포인트캐스트(Pointcast)나 백웹(BackWeb) 같은 푸 시 프로그램을 통해 그러한 분야를 고르기만 하면 된다.

    그 뒤부터는 소프트웨어가 알아서 새롭 게 바뀐 정보를 내 컴퓨터로 보내준다. 텔레비전과 닮은꼴이라는 것은 굳이 정보를 찾느라 번거롭게 헤맬 필요없이, 흥미있는 채널을 고르기만 하면 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텔레비전의 친숙한 사용 환경(인터페이스)을 흉내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두 기업 사이의 표준 경쟁은, 웹 이용자 처지에서 보자면 그만큼 선택의 폭이 좁아질 수도 있다는 역설을 낳는다. 서로 표준이 다르므로 어느 한쪽을 선택할 경우 다른 쪽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는 접근하지 못할 수 있는 것이다.

    선택의 고심은 이미 그 중간단계에서 나타나고 있다. 타임워너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CNN 등 세계 유수의 미디어 그룹들은 넷스케이프와 마이크로소프트 사이에서 어느 한편에 서도록 강요받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비즈니스 정보에 초점을 맞춘 마이크로소프트는 그와 관련된 여러 「정보 제공자」(Content Provider)를 끌어들이는데 주력했다. 비즈니스 관련 뉴스를 정리해주는 「뉴스에지」, 기업정보 채널인 「던 앤드 브래드스트리트」, 포브스와 포천, 월스트리트저널 등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주요 동맹기업들이다.

    그러나 제휴사만 놓고 본다면 일단 넷스케이프가 비교우위에 있다. 무엇보다 푸시소프트웨어를 개발한 「마림바소프트웨어」의 100여개 제휴사가 포함되기 때문인데, 마림바는 포인트캐스트와 함께 푸시 테크놀로지의 발전을 주도하는 벤처기업으로 꼽힌다.

    여기에다 세계 최대의 출판그룹인 타임워너사와 디즈니를 끌어들였다는 점이 넷스케이프에는 천군만마를 얻은 것이나 다름없다.

    푸시 테크놀로지를 브라우저에 먼저 이식한 것도 넷스케이프사다. 넷스케이프는 마림바와 함께 「넷캐스터」(Netcaster)를 개발해 이미 실험판을 내놓았으며, 6~7월 중에 통합소프트웨어인 「커뮤 니케이터」에 정식 포함시킬 예정이다.

    넷스케이프는 넷캐스터가 이미 인터넷 표준으로 승인된 기 술, 곧 HTML(하이퍼텍스트마크업 언어)이나 자바스크립트 등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미디어그룹 끌어들인 NS가 제휴업체 더 많아

    그에 반해 마이크로소프트는 「웹캐스터」를 대표선수로 내세운다.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서의 시장 장악력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CDF」라는 새 포맷을 채용했다. CDF는 「채널 정의 포 맷」(Channel Definition Format)의 약자. 파일을 분석하고 정리하는 새로운 유형의 기술이다.

    두 기업은 아직 양보나 타협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CDF를 새 인터넷 표준으로 제안한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해 넷스케이프는 「불필요한 짓」이라고 일축한다. 이에 마이크로소프트는 『CDF 가 넷캐스터에서도 동작할 수 있도록 포맷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최근 밝혔다.

    그러나 그것 또한 넷스케이프에는 「음모론」으로 비칠 뿐이다. 넷캐스터의 상품 매니저인 팀 힉맨은 그에 대해 『마 이크로소프트가 정보제공자들을 자기네 표준으로 끌어들여 옭아맬 때 써온 낡은 전략을 되풀이하 고 있다』고 비난했다.

    기존 HTML과 자바스크립트만으로 얼마든지 「맞춤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넷스케이프의 넷캐스터와, CDF라는 신기술을 들고 나온 마이크로소프트의 웹캐스터. 적어도 기능의 편리성으로 본다면 웹캐스터 쪽이 한발 더 앞선 것으로 평가된다.

    넷캐스터는, 내가 골라놓은 내용이 업데이트 될 때마다 그 사이트의 모든 파일을 확인하고 읽어야 한다. 그에 비해 CDF는 내가 한 사이트의 어떤 문서를 얼마나 자주 읽는지 기록하는 기능이 있어서, 그 간격에 맞춰 자료 업데이트 여부를 확인해준다. 그만큼 효율적인 셈이다.

    그러나 현재 두 기업의 다툼은 기술적 비교우위의 문제보다 누가 더 많은 우군을 확보하느냐의 문제에 집중돼 있다. VCR 표준을 놓고 벌였던 베타막스와 VHS의 대결이나 운영체제 표준을 놓 고 치렀던 윈도와 매킨토시의 경쟁에서 보듯, 궁극적으로 표준을 결정하는 것은 기술의 비교우위 가 아니라 시장점유율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도 넷스케이프는 한발 앞선 상태이다. 더 많은 미디어그룹을 우군으로 끌어들였을 뿐 아니라 늦어도 다음달 중에 넷캐스터 정품을 선보일 예정이어서 이미 확보돼 있는 광범한 넷스케이프 이용자를 고스란히 끌어안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시간표는 넷스케이프보다 반박자 늦다. 늦어도 올 여름까지는 차세대 브라우저 인 인터넷 익스플로러 4.0에 웹캐스터를 넣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위안이 있다면 포인트 캐스트가 6월2일 CDF기술을 채용한 2.0판 푸시 프로그램을 선보였다는 사실이다.

    푸시 테크놀로지의 원조인 포인트캐스트는 뉴욕타임스 CNN 로스앤젤레스타임스 시카고트리뷴 등 내로라하는 매체의 뉴스를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방송하듯 인터넷 이용자의 컴퓨터 스크린에 띄워주고 있다. 문제는 「엔드 유저」(End User)로 통칭되는 일반 웹 사용자들이다.

    어느 쪽으로든 표준이 통일되겠지만 워낙 막강한 기업들이 양쪽으로 갈라져 싸움을 벌이는 만큼 그것이 쉽사리 올 것 같지도 않다. 마이크로소프트나 넷스케이프 어느 쪽을 선택하든, 일반 이용자들은 모든 웹사이트가 그들 의 PC에서 제대로 기능을 발휘할지 장담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용자들은 자기가 고른 소프트웨어의 채널만을 받을 수 있다. 예컨대 넷스케이프의 커뮤니케이터를 쓰는 사람은 뉴스에지나 월스트리트저널이 제공하는 정보를 「자동으로」 받을 수 없다. 그와 반대인 경우도 CNN 속보나 패스파인더의 뉴스를 제공받지 못한다.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비디오 애니메이션 등 멀티미디어 파일이 제대로 호환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어떤 표준의 푸시 기술이 채택되는가 하는 점은 일반 기업들에도 매우 중요한 문제다. 조나리서치에 따르면 내년까지 약 12%의 기업들이 푸시 기술을 채택할 것으로 전망된다. 푸시 소프트웨 어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인터넷 전용망을 설치한 기업들은 과중한 네트워크 부하(負荷)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어쨌든 푸시 기술의 표준은 정해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문제는 그게 언제냐 하는 것 이고, 또 그 때까지 일반 이용자나 기업 이용자 모두 적잖은 혼란과 불편을 겪으리라는 사실이다. 〈김 상 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