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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기사

포르노를 위해 기술 발전했다? (NEWS+ 1997년 6월12일치)

* 이 기사의 위 제목은 틀렸다. '포르노를 위해'가 아니라 '포르노가 기술 발전을 이끌었다'라고 해야 맞다. 아마 제목을 좀더 튀게 하려다 보니 저런 무리수를 둔 것일 터이다. 섹스에 대한 인간의 무한 욕망이 사라지지 않는 한, 섹스와 관련된 산업이 신기술의 발전과 향상을 계속 부추길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이 기사는 당시 노르웨이의 베르겐에 놀러 갔을 때 써서 보낸 것이다. 베르겐 페스티벌을 보러 열흘간 휴가를 가 있던 중이었다 (맨 아래, 문화 여행 기사는 베르겐 페스티벌에 대한 짧은 감상을 담고 있다). 그리그에 중뿔나게 꽂혀 있었던 것은 아니고, 도리어 노르웨이의 빙하, '피요르드'에 더 관심이 끌렸다고 보는 게 옳겠다. 어렸을 때부터 북유럽이 괜히 좋았고, 거기에 매료됐다. 초중학교때 가장 좋아한 동화집도 '북구 동화집'이었다 하하. 

비행편은 멀었다. 일단 도쿄의 나리타 공항에 가서 항공사가 제공해주는 공항 근처 호텔에서 하룻밤 묵고 다음날 아침 덴마크의 코펜하겐 공항으로 간다. 거기에서 다시 비행기를 갈아타 오슬로에 내린다. 오슬로에서 베르겐까지는 기차로 가기로 했다. 문제는 오슬로에 방이 없었다는 점이다. 당시가 5월 말이었는데, 그 무렵이면 노르웨이 남부는 가장 행복한 시간이고, 페스티벌로 넘쳐난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다. 그래서 밤 열 시가 넘도록 여행가방을 돌돌돌 끌면서 오슬로 다운타운을 헤매다녀야 했다. 과객인데, 여기 하룻밤 '유' 하고 갈 만한 방 있수?를 참 여러 곳에서 물었다. 

결국 하나 찾은 호텔이 뭉크 호텔이었다. '비명'으로 유명한 그 에드바르 뭉크의 이름을 딴 곳이었다. 방은 좋았는데 밤중에 너무 추웠다. 그런데 화장실 바닥이 온돌이었다. 이불을 거기로 끌고 가 거기에서 잤다. 정말 따뜻하고 안락했다. 

그리곤 기차로 산 넘고 언덕 넘어 베르겐까지 갔다. 어느 산등성이에 섰는데, 그 때까지 눈 천지였고, 스키 타는 사람도 보였다. 참 초현실적인 풍경이었다. 5월 중순에도 스키를 타? 캐나다에 산 지 10년이 넘은 지금이야, 그게 뭐 대수랴 여기도 종종 있는 일인걸 싶지만 그 때는 안 그랬다.

오슬로에 내렸을 때도, 베르겐에 다다랐을 때도, 나는 신문 가판대나 서점부터 찾았다. 외국 신문 구경하는 재미가 여간 쏠쏠하지 않았다. 아래 기사의 출처인 <데일리 텔레그라프>도 그러는 과정에서 찾아낸 것이다. 정작 노르웨이 현지의 신문은 제대로 볼 수가 없었는데, 무엇보다 언어가 영어가 아니어서 그랬고, 설령 영어였다고 해도 딱 한눈에 황색지임을 알 수 있는 판형과 그림들 때문에도 그랬다. 지금 생각하면 살짝 아쉬운 대목이다 ㅋ.


이 때 여행은 내 생애 가장 즐겁고 행복한, 그러면서도 참 심심한 여행으로 기억된다. 아마 세월의 채색이 실상을 꽤나 희석시켰으리라 생각하지만, 그래도 피요르드를 보며 다닌 여행도 참 좋았고 - 그 때 만난 작은 동네 'Utne'가 하도 예뻐 보여서, 그 이름을 한 인터넷 서비스의 ID로 삼았을 정도였다 - 베르겐 홀에서 감상한 그리그 음악도 좋았으며, 그리그의 생가에서 들었던 실내악 연주는 더 좋았다.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꼭 다시 가보리라 한 게 벌써 10년도 더 넘었다. 


그림→인쇄술→사진술→동영상→컴퓨터 인터넷 - 끝없는 붉은 욕망 “더 야하게 더 진하게” 부추겨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AT&T, 컴팩, US로보틱스, 넷스케이프, 코닥, 니콘, 파나소닉, 소니…. 이 회사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 고의든 아니든 포르노그래피로부터 이득을 얻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보다 수천 개쯤 더 많은 회사들을 나열하더라도 질문과 대답의 내용은 달라지지 않는다.

    영국의 일간지 「데일리 텔레그라프」 5월27일자는 포르노와 테크놀로지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흥미로운 특집기사를 실었다. 그에 따르면 테크놀로지의 발전사에는 「음란한 지문(指紋)」이 묻어 있다. 음란한 의도와 음란한 행위, 그를 통해 돈을 벌려는 음란한 시도가 모든 시대의 첨단 테크 놀로지에 가속도를 붙이고 그 발전을 주도했다는 것이다.


산­바다만 휴가지냐 ‘문화 피서’떠나자
6∼9월은 지구촌 음악축제 절정 - 값도 싸고 예매 가능 

베르겐 부근의 아름다운 피오르드 풍경.

    베르겐의 6월 하늘은 우리나라 초가을의 그것만큼이나 높고 푸르다. 보겐항으로 부는 바람은 서늘하고 공기는 신선해서, 완연한 봄을 느끼게 한다. 노르웨이의 문화적 자랑거리인 「 베르겐 페스티벌」은 이맘때 열린다.

    올해는 5월21일부터 6월1일까지, 그리그홀과 그리그빌라, 호콘홀 등에서 펼쳐졌다. 노르웨이 출신의 명피아니스트 레이프 오베 안스네스를 비롯해 첼리스트 하인리히 시프와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 바이올리니스트 미도리, 린지 현악 4중주단과 베르겐필하모닉, 로열 스코티시 내셔널 오케스트라 등이 저마다 특색있는 연주를 들려주었다.

    베르겐 페스티벌은 올해로 벌써 45회를 맞았지만 여전히 「 아는 사람만 아는」 조용한 음악제로 끝났다. 요란한 선전도, 기업들의 발빠른 광고도 없었다. 그러나 객석은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