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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기사

인터넷선 지금 ‘빌 게이츠 죽이기’ (NEWS+ 1997년 6월5일치)

* 요즘의 빌 게이츠는 아마도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가 아닐까? 언제든, 어디서든, 너무 앞서 나가는 사람은 늘 질투와 시샘의 대상이 된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

MS社 독주에 시샘 섞인 반감 - ‘천국의 문’ 빗댄 ‘빌의 문’ 등 헐뜯는 홈페이지 속속 생겨

  『적색경보! 헤일-밥이라는 이름은 헤일-빌로 바뀌어야 한다』

    빌의 문(Bill's Gate)이라는 인터넷 홈페이지는 이렇게 시작된다. 별들이 총총 박힌 밤하늘 왼편으로 혜성이 날아가는데, 꼬리 부분에 달러($) 표시를 달았다. 그 아래로 커다란 열쇠 구멍에 낀 빌 게이츠의 얼굴과 「빌의 문」이라는 홈페이지 이름이 장식돼 있다.

    『당신의 컴 퓨터는 오직 마이크로소프트의 소프트웨어만을 담아야 하는 그릇에 지나지 않는다』는 냉소 적 문구도 눈길을 끈다.

    집단자살로 막을 내린 「천국의 문」(Heaven's Gate)을 패러디한 것이 분명한 이 홈페이지는, 인터넷에서 만날 수 있는 수많은 「반(反) 마이크로소프트」 사이트 중 하나다.

    패러디라고 하지만 이들의 비틀기나 비꼬기는 대부분 마이크로소프트와 빌 게이츠를 성토하는 쪽이다. 우호적인 글귀는 보기 어렵다.

    「마이크로소프트를 보이콧하자!」거나 「마이크로소프트의 독점을 반대한다」는 문구는 그래도 점잖은 편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끔찍한 음모」를 거쳐 「빌 게이츠는 사탄이다」라는 글귀 에 이르면 좀 지나친게 아닌가 여겨진다.

가벼운 농담서 ‘정보시대 빅 브러더’ 우려까지
 
    마이크로소프트와 빌 게이츠에 대한 흠집내기는, 그러나 뒤집어 보면 그들이 미치는 영향력 의 크기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른바 「인터넷 시대」 혹은 「정보화시대」에서 마이크로 소프트는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으며, 그 지위와 영향력을 오히려 더 강화해 가는 추세 다.

    몇천만대에 이르는 개인용컴퓨터(PC)가 전세계의 사무실과 거실을 차지하고 있으며, 지 금도 매년 10% 이상의 증가세를 보이며 팔려나간다. 그 PC들에는 예외없이 마이크로소프 트의 도스(DOS)나 윈도(Windows)가 자리잡고 앉아 컴퓨터를 움직인다.

    지금 모든 PC용 소프트웨어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문법에 따라 제작된다. 그럴 수밖에 없다. 소프트웨어를 돌 려주는 소프트웨어(운영체제)가 바로 마이크로소프트의 것이기 때문이다. 「정보시대에 빅 브러더가 나타난다면 그는 바로 빌 게이츠일 것」이라는 말도 같은 맥락이다.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한 신경증(神經症)은 인터넷 붐과 함께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인터넷 의 탈중심적인 분산 환경이 마이크로소프트의 독점을 막아줄 것」이라던 초기의 예상은 어 느새 자취를 감추었다. 인터넷은 도리어 마이크로소프트에 「날개」가 되고 있다.

    게이츠는 놀라운 추진력으로 마이크로소프트를 「인터넷 기업」으로 바꿔놓았다. 모든 제품을 인터넷과 연계시켰고, 올해 말에는 아예 운영체제와 인터넷을 하나로 「융합」한 획기적 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처럼 용의주도하고 발빠른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해 많은 이들이 불안감을 보이는 것은 당 연하다. 인터넷의 비틀기 유행도 그런 징후일 것이다. 문제는 그러한 비틀기가 대부분 가벼 운 농담이나 일시적 흥분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한 대기업들을 패러디한 사이트는 넘치도록 많다』고 말하는 쿠르트 빈켈만씨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를 패러디한 홈페이지 「마이크로컬트」(Microcult)를 만들었다. 언뜻 보 아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홈페이지와 구별하기 어려울 만큼 똑같은 글자꼴과 색깔로 이루 어져 있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라는 거대한 소프트웨어 제국을 「천국의 문」과 같은 사교 (邪敎)에 비유해 「액티브X」 「백오피스」 「인터넷 익스플로러」 같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주요 제품들을 「액티브컬트」 「크랙오피스」(CrackOffice) 「인터컬트 익스플로러」 등으로 비틀어 놓았다.

    또 「당신은 오늘 어디에 가고 싶습니까?」라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대표적인 표어도 「어떻게 도망치고 싶은가요?」로 둔갑시켰다.

    그러나 빈켈만씨는 반(反)마이크로소프트파는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용역을 받아 일한 적이 있을 정도이다.

    『패러디의 대상이 된 대기업들 중 일부는 그것을 자 사에 대한 칭찬이나 홍보로 받아들이기도 한다』고 그는 말한다. 마이크로컬트도 단순한 흥 미에서 만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에게 영감을 준 홈페이지는 「마이크로스노트」 (Microsnot). 역시 마이크로소프트를 희화화한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넷 액션」(Net Action)과 「보이콧 마이크로소프트」는 그 성격과 내용 면에서 앞의 홈페이지 들과 구별된다. 이들의 표정은 진지하고, 목소리에는 힘이 실려 있다. 앞의 홈페이지들이 마 이크로소프트를 농담의 주제로 삼는데 그치는 반면, 이들은 진정으로 마이크로소프트의 팽 창을 근심한다.

빌 게이츠는 “특별히 걱정할 것 없다”태연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소비자권리 옹호그룹인 넷 액션은 5월13일 독점금지법을 더욱 엄 격히 적용해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대기업의 독점을 막아야 한다며 「인터넷 캠페인」을 시 작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미 인터넷으로 통신하는 수백만명의 PC사용자들을 지배하고 있다. 그 지배력이 확장될수록 산업계 전체도 마이크로소프트의 통제권 아래 놓이게 될 것』 이라고 넷 액션의 대표인 오드리 크라우제는 말한다.

    「마이크로소프트 석스」(Microsoft Sucks)라는 홈페이지도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나날이 발전 하는 것이라고는 마케팅 기술밖에 없다』고 성토한다.

    『「당신은 오늘 어디에 가고 싶습니 까?」라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표어도 실은 어느 컴퓨터 매장에 갈 생각이냐는 물음일 뿐이다. 우리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업그레이드 제품을 사는 것은 그것이 꼭 필요해서가 아니라 최신 판은 먼젓번 것보다 제대로 작동하겠지 하는 기대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그에 대한 숱한 비판과 냉소에도 아랑곳없이 인터넷을 새로운 사업공간 으로 활용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최대 강점은 뛰어난 마케팅」이라는 한 패러디 사이 트의 지적 그대로다. 시애틀과 뉴욕에 잇따라 개설한 문화, 행사 사이트 「사이드워크」 (Sidewalk)나 NBC와 제휴한 뉴스 서비스 「MSNBC」 등이 그러한 사례.

    마이크로소프트는 인터넷의 패러디 사이트나 반독점 캠페인에 대해서도 별반 개의치 않는 듯하다. 『우리는 그러한 홈페이지들에 대해 특별한 조처를 취할 계획이 없다』고 밝힌다.

    『인터넷에는 워낙 다양한 성격의 홈페이지들이 있고, 그것이 또한 인터넷의 한 특징이다. 각자의 목적과 계획에 따라 인터넷을 이용할 따름이다』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2등은 살아남기 어렵다. 오직 1등만이 팔리고, 살아 남는다. 마이크로 소프트의 독점은 소프트웨어의 그러한 특성 때문에 더욱 강화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어떻 게, 얼마나 영향력을 더 확대해 갈 것인가. 그리고 숱한 패러디 사이트는 어떻게 진화해 갈 것인가. 일단 「보류함」에 넣어두고 지켜볼 수밖에 없는 문제인 듯하다.〈김 상 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