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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기사

컴맹 탈출! 컴초보들 입문서 어떻게 고를까 (NEWS+ 1997년 3월13일치)

'컴맹'...이제는 사라진 옛 유행어, 혹은 조어 중 하나가 아닐까? 
 

기본개념 꼼꼼히 설명한‘제대로 배우기’시리즈 등 권할만해

  길라잡이를 자청하더니 무작정 따라하기만 하면 된다고 유혹한다. 제대로 배우자고 목청을 높이는가 하면 아예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한다고 겁을 준다. 「일주일만 하면」 아무개만큼 할 수 있다고 큰소리치기도 한다. 컴퓨터 입문서 얘기다.

 
    컴퓨터는 강하다. 아니 컴퓨터 입문서는 강하다. 「단군 이래 최악의 불황」도, 벌써 몇년째 지속되는 출판불황도 이 분야는 열외로 친 듯하다.

    예컨대 95년부터 2년째 베스트셀러 자리를 양보하지 않고 있는 「컴퓨터 길라잡이」(정보문화사)는 60만부 이상 팔려나갔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공식적인」 수치일 뿐, 비공식적인 통계를 좇는다면 400만부까지 증폭된다. 여기에 재미를 본 출판사는 최근 「윈도95 길라잡이」를 냈다. 역시 인기다.

    컴퓨터 입문서가 쏟아진다. 홍수다. 입문서에 대한 입문서가 필요할 지경이다. 컴퓨터 초보자들은 컴퓨터를 만나기도 전에 현기증이 난다. 대체 어떤 책을 골라야 할까?

    백건우씨(컴퓨터 전문필자)는 『컴퓨터를 잘 아는 사람과 함께 가서 선택하는게 좋다』고 말한다.

    그는 『초보자들은 흔히 책의 화려함에 현혹돼 내용을 제대로 보지 않고 고르는 경우가 많다』면서 『전문가와 함께 간다면 책의 구성과 내용을 꼼꼼히 비교해 「알뜰구매」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최근 「한글프로96에서 인터넷 잡기」(청암미디어)라는 책을 쓰기도 한 그는 독학으로 컴맹에서 벗어나 전문필자가 된 「의지의 한국인」이다.

백화점식 입문서 피하고 전문가와 함께 골라야

    컴퓨터 전문잡지 「PC사랑」의 박용후기자는 좀더 구체적인 조언을 준다. 『매뉴얼 방식의 컴퓨터 입문서는 피하는게 좋다. 백화점식으로 「컴퓨터의 모든 것」을 나열한 책도 좋지 않다』고 그는 말한다. 자기에게 꼭 필요한 기능부터 차근차근 배워가는 것도 한 방법이다.

    예컨대 직장에서 엑셀이나 로터스 같은 표계산 프로그램을 자주 써야 한다면 그에 대한 책부터 보는 것이 더욱 능률적이라는 얘기다. 컴퓨터 자체의 기능에 대한 공부는 그 뒤로 미뤄도 된다. 이를테면 「컴퓨터 거꾸로 배우기」인 셈이다.

    『컴퓨터는 기초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사람도 있다. 장은수씨(황금가지 편집장)가 그런 사람이다. 그가 볼 때 시중의 컴퓨터 입문서는 대부분 너무 어렵거나, 쉽게만 쓰려다 허술해진 경우가 많다. 컴퓨터 초보자에 대한 분석이 모자란 탓이다.

    『입문서는 좀더 고급스런 단계로 나가기 위한 디딤돌이다. 쉽게 접근하되 기본적인 개념을 꼼꼼히 전달한 책들을 골라야 한다』 그런 기준으로 볼 때 「컴퓨터 제대로 배우기」 「인터넷 제대로 배우기」 등 최근 민음사가 내놓은 「제대로 배우기」 시리즈는 제법 친절하다는 평가다.

    「시험 독자」(베타 테스터)를 써서 책의 믿음성을 높인 책들도 초보자들에게 권할 만하다. 길벗은 95년 9월 「인터넷 무작정 따라하기」를 만들 때 처음으로 시험 독자를 썼다.

    컴퓨터 초보자들인 이들은 책의 내용대로 컴퓨터를 익히면서 틀렸거나 부족한 설명을 짚어주었다. 이지연씨(편집자)는 시험 독자를 쓰는 일이 『책의 내용을 더욱 튼실하게 하는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일반 독자들의 신뢰를 이끌어내는데도 그만』이라고 말한다.

    길벗은 지난해 찍은 「컴퓨터 무작정 따라하기」와 「윈도95 무작정 따라하기」에도 이 방법을 도입했다. 다른 출판사들도 하나둘 이 방법을 따르기 시작했다. 「인터넷 사로잡기」를 낸 라인리그가 그러한 예.

    컴퓨터 입문서를 고를 때 잊지 말아야 할 선택기준이 또하나 있다. 바로 편집솜씨다. 오-탈자는 없는지, 찾아보기(색인)는 있는지 살펴보는게 좋다. 아무 곳이나 한두쪽만 잘 읽어보면 그 차이를 알 수 있다.

    『정 귀찮다면 차례만이라도 꼼꼼히 읽어보는게 좋다. 그럴듯한 제목이나 화려한 그림에 현혹되어서는 안된다』 이지연씨의 충고다.

    컴퓨터 입문서의 호황은 베껴먹기와 날림 출판의 부작용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베스트셀러 2∼3권을 짜깁기하는 일도 벌어진다. 그럴수록 어지러운 것은 컴퓨터 초보자들이다.

    『공신력있는 기관이나 언론이 컴퓨터 입문서들을 공정하게 비교, 평가해야 한다』고 백건우씨는 강조한다. <김 상 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