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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이런 노래가 좋더라

이웃 선배댁에서 노래방 기계를 들이셨다. 그 댁 따님이 골라 부르는 노래는 보통 다섯 자리다. 11761, 16465, 뭐 그런 식. 그런데 나는 세 자리 이상으로 '발전'하지를 못한다. 아 내가 이렇게 뒤처졌구나, 늙었구나, 새삼 깨닫는 순간이다. 

유튜브에 없는 게 없는데, 유독 이게 '꽂혔다'. 이미자 씨의 '그리움은 가슴마다'다. 워낙 노래를 잘하셔서 여왕 소리까지 나오는데, 걸핏하면 무슨 무슨 왕, 종결자, 왕자, 운운하는 요즘 한국 방송계의 '찬사 인플레'에도 불구하고 이 분의 '여왕' 칭호는 전혀 지나치게 들리지 않는다. 어린 시절 '이미자 노래 잘한다'라는 마을 어른들의 소리를 참 많이 들었다. 그로부터 몇 십년이 지난 지금도, 이 분은 정말 노래를 잘 하신다. 

이미자 씨의 목소리와 노래 솜씨는 일반적인 찬사 수준을 저만치 넘어서는 듯하다. 맑고 낭창낭창한 목소리, 그러면서도 아련한 한과 애잔함이 깃든 정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유튜브에 올라온 다른 가수들의 '그리움은 가슴마다'를 잠깐씩 살펴 봤는데, 그 유명한 주**조차 한참 멀다. 다 들어줄 수가 없었다. 약간 성격이 다르긴 하지만, 다른 사람이 부르면 도저히 그 맛을 느낄 수 없는 가수로는 아마 심수봉 씨 정도를 들 수 있을 게다.

노랫말을 보니 그 또한 예술이다. 이런 게 시지.




또 하나, 이미자 씨와 관련해 늘 기억에 남는 것은 '아씨'라는 드라마의 주제곡이다. 어릴 때, 어른들이 저녁 때만 되면 흑백 TV 앞에 앉아 혀를 쯧쯧 차고, 이따금씩 아 하고 탄성까지 질러가며 보시던 그 드라마. 내게는 그 줄거리와 관련해 아무런 기억도 없지만 유독 이미자 씨의 주제곡만은 아직까지도 생생하게 남아 있다. 그 때 그 노래를 들으며 느꼈던 쓸쓸함, 그리움, 세월의 덧없음 같은 게, 지금 다시 들어도 어제 일처럼 되살아 온다.